스시 장인 오노 지로. 그는 2016년 현재 90살로 스시의 대가다.

스시 장인 오노 지로. 그는 2016년 현재 90살로 스시의 대가다. ⓒ 찬란


스무 살은 어려운 나이다. 사랑하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나이다. 선택지는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며, 선택을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사람과 일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선택지를 받아든 사람도 있다. 서른 살로, 마흔 살로, 쉰 살로 답변을 유보하는 사람도 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사랑과 일의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양한 직업을 오가며 사는 사람이 있고, 한 가지 직업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그저 프로이트는 "사랑하고 일하라, 삶에서"라고 말했다. "삶이 이어지는 한 인간은 땀 흘려 일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오래된 책인 성경의 창세기 3장과 마태복음 5장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니 우선 사랑하는 일 한 가지와 한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세밀하게 나아갈 분야를 정하고, 신중하게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고, 책을 펼치고, 점을 보기도 한다.

2011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감독 데이빗 겔브)에는 한 가지 일에 무려 75년간 한결같이 일한 초밥 장인, 85세(2016년인 지금은 90세가 됐다) 할아버지 '오노 지로'가 등장한다.

지로의 세계 속에는 초밥 뿐이다

 긴자의 지하도, 그곳에 스시 장인 지로의 가게가 있다.

긴자의 지하도, 그곳에 스시 장인 지로의 가게가 있다. ⓒ 찬란


 그의 초밥은 한 끼에 30만원이 넘지만,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아야 한다.

그의 초밥은 한 끼에 30만원이 넘지만,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아야 한다. ⓒ 찬란


도쿄 번화가 긴자의 지하도에 오노 지로의 아담한 초밥집이 있다. 자리 열 개에 화장실은 밖에 있다. 그곳의 이름은 '스키야바시 지로'. 오노 지로가 현역으로 초밥을 만든다. 앞에 앉은 고객의 접시에 갓 만든 초밥을 놓는다. 가격은 3만 엔(한화 약 30만 원)부터고 초밥만 취급한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은 필수다.

1900년 편찬된 권위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오노 지로의 초밥집은 최고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오노 지로는 3 스타 셰프 중 최고령으로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받으려면 레스토랑과 음식이 질적으로 우수해야 하고, 일관적이고, 매우 독창적이라야 한다. 또한 별 셋은 그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나라까지도 갈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받기 어려운 최고등급을 지로는 2007년 이후 5년 연속 받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에 기록된 오노 지로의 '일을 향한 고귀한 정신'을 살펴본다.

오노 지로는 일을 마친 후 오밤중에도 꿈에서도 훌륭한 초밥을 만들 생각을 한다. 그가 말한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결정을 내렸다면 그 일에 몰두해야만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반해야 합니다. 이게 안 돼 저게 안 돼 하면 평생을 한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익히겠다고 생각했다면 평생 노력하며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그게 성공의 비결이죠."

일상생활에서부터 오노 지로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외출할 때마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와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심지어는 전철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탄다.

음식 평론가인 야마모토는 오노 지로를 두고 훌륭한 요리사에겐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그 다섯 가지는 첫째, 진지한 자세로 일하며 언제나 최고의 요리를 완성합니다. 둘째,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키기를 열망합니다. 셋째는 청결이죠. 청결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 리 없어요. 넷째, 성격이 급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남에게 협력하는 역할보다는 지도자 역할에 능하며 완고하고 자기 방식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째, 훌륭한 요리사는 열정적입니다. 지로 씨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주의자죠.

한 접시의 맛있는 초밥이 나오기까지

오노 지로는 초밥 장인의 길을 선택한 두 아들 요시카즈와 다카시에게도 자신을 대하는 것만큼 엄격하다. 둘째 다카시는 롯폰기에 초밥집을 개업하며 아버지가 들려줬던 말을 회상한다. "너도 이제 돌아올 곳이 없다, 롯폰기에 뼈를 묻어라."

이에 오노 지로가 말한다.

"'가서 열심히 하되 너는 돌아올 곳이 없으니 스스로 개척하라'고 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아홉 살 때 집을 떠나던 시절 내가 들은 이야깁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들은 이야기죠. 넌 이제 돌아올 곳이 없으니 열심히 일해야 한다. 기댈 사람이 없음을 이미 알았고 절이나 다리 밑에서 자는 신세가 되긴 싫어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일해야 했습니다. 한결같이 그런 자세로 사장이 걷어차거나 때려도 일을 했어요. 요즘 부모는 자녀한테 싫으면 그만두고 돌아오라 하지만 부모가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하면 애들이 실패합니다."

시대는 변하지만 오노 지로의 어렸을 적 고단한 경험은 남는다. 그 경험은 노년이 되어 장인으로 성공한 오늘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맛있는 초밥을 만들려 하는 의지를 추동하는 힘이다. 초밥의 맛은 초로 맛을 낸 밥과 위에 얹은 재료의 일체감이 좌우한다. 향의 미묘한 균형감이 감칠맛을 낸다. 이 훌륭한 맛을 내기 위해 오노 지로는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처럼 지휘하여 요리사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초밥을 만든다.

초밥은 한 요리사가 고객 앞에서 공연하듯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노 지로의 초밥의 95%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다. 오노 지로의 초밥이 고객의 접시에 놓이려면, 생선 상인이 생선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생선을 선택해서 사오는 요리사도 안목을 지녀야 하고, 사 온 생선을 손질하고 다듬는 요리사의 열정도 배어있어야 한다. 뜨거운 수건을 짜는 요리사도, 밥을 짓고 부채질하는 요리사도 필요하다.

 한 접시의 맛있는 초밥이 있기까지는 여러 요리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접시의 맛있는 초밥이 있기까지는 여러 요리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 찬란


견습 요리사 나카자와가 말한다.

"달걀 스시 만드는 연습을 오래전부터 해서 잘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니 계속 실패했어요. 하루에 간신히 네 판 만드는 데 그쳤는데 좋지 않다는 평만 거듭 들어서 절대로 합격점을 못 받겠구나 싶었죠. 서너 달인가 반년쯤 지나 2백여 개를 만들었는데 다 퇴짜를 맞았어요. 마침내 한 판을 잘 만들었더니 지로 씨가 "이제 됐다"고 하셔서 기쁘다 못해 눈물이 났습니다. 가까스로 스승님한테서 장인으로 인정받게 된 겁니다."

 달걀초밥.

달걀초밥. ⓒ 찬란


은퇴 시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최고 요리사가 된 오늘도 오노 지로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발전을 꾀한다. 견습 요리사 시절 지녔던 열정이 식지 않고 지금도 남아있다. 오노 지로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성실'과 '숙련'은 어쩌면 가장 다다르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는 일 외에 다른 일에 한눈팔아서는 안 되고, 건강을 유지해야 하고, 명예욕 금전욕에 눈이 멀어서도 안 된다. 자발적 노예가 되어 자신을 다듬는다. 나아가 장인, 오노 지로의 은퇴는 자신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고객이 결정을 내린다. 고객의 눈에 흉물로 보일 때까지 장인의 고귀한 일과 정신은 이어진다.

"스시에 얹을 최고의 재료를 구해 요리하는 게 장인입니다. 돈을 얼마나 버는지에 우리는 관심이 없어요. 높은 경지에 달하고 더 발전하길 바랄 뿐이죠. 저 역시 같은 일을 계속하며 조금씩 발전합니다. 그래도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고 꾸준히 발전해 정상에 오르려 하지만 정상이 어딘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수십 년 일한 이 나이에도 내 기술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일 희열을 느낄 만큼 스시 만드는 일이 좋아요. 그게 바로 장인 정신이죠."

"은퇴 시점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한 후에 은퇴라니. 나는 이 일을 싫어했던 적이 없습니다. 내 일을 무척 사랑해서 좀 더 발전하자는 각오로 이날까지 일해 왔습니다. 내 나이가 여든다섯이지만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지로가 말하는 장인 정신을 <스시 장인 : 지로의 꿈>을 통해 들어보자.

지로가 말하는 장인 정신을 <스시 장인 : 지로의 꿈>을 통해 들어보자. ⓒ 찬란



스시 장인: 지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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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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