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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제주 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제주 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중앙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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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인 여당에선 이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반 총장의 대선 출마 발언 직후 열린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일반론을 말씀하신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 기자들과 만났을 땐 "나라가 어려울 때는 충청 출신들이 먼저 일어난 사례가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럼 주최 측인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만약 결심하시고 출마하신다면 반드시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반 총장이) 본인의 역할을 고민하신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기다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모두 새로운 여권 대선주자의 등장을 반긴 것이다. 다만, 일찍이 반 총장을 차기 주자로 점찍은 친박(친박근혜) 쪽과 그를 내부 경쟁자로 맞이해야 할 비박(비박근혜) 쪽은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되고 있다.

친박 성향의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우리나라가 반 총장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나라가) 내치에 비해서 외치도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니까 반 총장의 경우엔 대권 반열에 충분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같은 당 안홍준 의원도 전날(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당연히 (대선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음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국제적 경륜과 감각을 갖추고 통일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반 총장이) 적임자다"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러나 비박 김성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대선을 1년 7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까지 유력한 대선주자가 부상되지 않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참"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명예롭게 일을 해 오신 분이 이 험난한 정치에 과연 제대로 발을 들일 수 있을 것인지 상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즉,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될 수 있겠지만 그 '한계'에 대한 염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 총장이 정말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되려면 당의 쇄신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새누리당을 통한 (반 총장) 본인의 정치적 대권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새누리당과 국정 운영이 이번 총선 참패를 계기로 정말 환골탈태해야 된다"라고 밝혔다.

비박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친박후보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처럼 혁신을 거부하는 친박의 모습이라면 반기문이 어떻게 친박과 손을 잡겠나"라며 "반기문 쪽도 친박과 손잡으면 지지율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 총장에 대한) 친박 후보론은 친박의 짝사랑이자 (그를) 친박 후보로 몰아 반기문의 지지율을 깎아 내리려는 야당의 선동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남았는데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해 대선 출마 언급, 바람직한가"

반면, 야권은 반 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중에 국내 정치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과연 시기적으로 옳은지 (모르겠다)"라며 에둘러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을 비판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특정 정치 세력과 연대해 대선 출마하겠다는 태도가 옳은지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반 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점찍은 새누리당 친박계의 행태에 대해선 "이번 총선에서 패했고 유력한 대선주자도 없기 때문에 그 다급함은 알겠지만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대신 아직 공적 지위에 있는 반 총장을 그렇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태도로서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설사 계획을 하고 있더라도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이렇게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반 총장의 행보로 인해 여당 내 친박·비박 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경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박에서도 그렇게 용이하게 (대선후보 자리를)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반기문 목장의 혈투'가 있을 것"이라며 "친박에서 반 총장을 옹립하더라도 비박은 강하게 검증하고 (비박 후보와) 함께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태풍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반기문, #대선주자, #박지원, #유엔 사무총장,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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