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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5월 15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독일, 이탈리아, 바티칸 시국, 벨기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 도시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방문 기간 동안 스웨덴 에스토니아 호 참사 유가족, 영국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 파리 테러 피해자 모임 등을 만나 재난참사에 대한 국제연대의 장을 열었습니다. 유럽에 울러 퍼진 세월호 유가족들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총 5회에 걸쳐 유럽 방문 이야기를 전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유럽으로 출국하기 직전, 공항에서 세월호 현수막을 든 유럽 방문단. 왼쪽부터 박현주 4.16연대 간사, 박승렬 상임운영위원, 윤경희(시연엄마), 유경근(예은아빠)
 유럽으로 출국하기 직전, 공항에서 세월호 현수막을 든 유럽 방문단. 왼쪽부터 박현주 4.16연대 간사, 박승렬 상임운영위원, 윤경희(시연엄마), 유경근(예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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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저녁 인천공항. 유럽으로 떠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방은 노란리본, 팔찌, 배지 등 교민들에게 줄 선물로 가득했다. 무거웠던 것은 가방뿐만이 아니다. 유럽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처음 만나는 교민들은 어떤 분들일지, 어떤 결과를 맺고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도 무거웠다. 그렇지만 5월 15일,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우리의 마음은 현지 교민들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의 국제연대 활동에 대한 기대로 가득찼다.

약 2주 동안 진행된 이번 유럽 방문은 현지 교민들의 초대로 이뤄지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잊지 않고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활동을 펼쳐온 교민들이다. 특히 2주기를 맞아 전 세계 32개 도시에서 추모행사가 이뤄지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외침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4.16연대는 교민들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스웨덴의 에스토니아호 참사, 영국의 힐스버러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 활동 경험을 공유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여전히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과 현지 언론 인터뷰도 진행했다.

독일 뮌헨, 보훔,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리버풀, 프랑스 파리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우리를 반겨주는 교민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거리 캠페인 때 만난 현지인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해 주었다. 의외로 정말 많은 현지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고 있었다. 현수막에 적어준 많은 사람들의 응원의 메시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인증샷 캠페인 등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일에 함께 해 주었다.

텅텅 비었던 독일 광장이 추모객으로 채워졌다

뮌헨에서 열린 거리캠페인 때 세월호 현수막에 연대 메세지를 쓰는 현지인들
 뮌헨에서 열린 거리캠페인 때 세월호 현수막에 연대 메세지를 쓰는 현지인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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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헤어만 광장까지 행진을 앞두고 찍은 단체 사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헤어만 광장까지 행진을 앞두고 찍은 단체 사진.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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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일의 작은 도시 보훔에서의 교민 간담회는 모두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사실 보훔은 예전 1970년대부터 파독 광부, 간호사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신 곳이었지만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인 만큼 간담회 때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독일 연휴 기간이라 거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도 잠시. 곧 거리 캠페인이 시작되자 교민들이 한 분 한 분 모여들기 시작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2주기를 추모하는 손으로 직접 쓴 피켓 등을 들고 모이신 교민들, 먼 지방에 사는 자녀와 손녀의 손을 잡고 온 교민들 등 어느 새 광장을 가득 메웠다.

현지에서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도 놀랄 만큼 많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희생자들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부르고 마음을 나누며 세월호 참사를 추모했다. 무엇보다도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아직까지 의식이 없으신 백남기 농민의 따님 백민주화씨가 멀리 네덜란드에서 달려와 세월호 유가족들과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기도 했다.

독일 보훔에서의 간담회를 마치고
 독일 보훔에서의 간담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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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방문한 바티칸에서도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바티칸 광장에서 열리는 미사에서 약 1시경에 모습을 드러낼 교황님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으려면 잘 보이는 장소를 선점해야 했다. 현수막을 걸어도 될지, 유인물을 돌려도 되는지 그러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 속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현수막을 펼치면 혹시 문제가 될까봐 온몸에 두르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티칸 광장은 교황님을 뵙기 위해 먼 길을 오신 분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면서 우리 옆에 자리 잡은, 슬로바키아에서 온 신자들과 약간의 자리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현수막과 유인물에 관심을 보여 설명을 해줬더니, 곧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현수막을 높이 들어주었다. 현수막을 높이 들면 교황님을 바라볼 수 없게 됨에도 말이다. 교황님 얼굴을 한 번 뵙고자 슬로바키아에서 비용을 들여가며 왔을 텐데,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현수막을 들어준 그 사랑이 너무 고마웠다. 그분의 성함이라도 알아둘 것을...

우린 역사를 만들고 있다

바티칸에서의 시연 엄마(윤경희님)와 박현주 간사
 바티칸에서의 시연 엄마(윤경희님)와 박현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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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벨기에, 영국, 파리에서 이어지는 일정들 속에서 우리는 인천공항을 출발할 때 가졌던 마음의 무거운 숙제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유럽 방문을 통해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품어주는 사랑을 재확인했다. 안타까운 일을 보면 인종을 뛰어넘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것이 인류 보편의 마음임을 체험한 것이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교황님의 말씀을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방문을 준비해주신 교민들, 지지해준 유럽인들의 얼굴과 손길에서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진상규명을 하는 일이 절대 녹록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간다면 끝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앞장서서 사람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가족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시민 모두의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416연대와 수많은 시민들이 더욱 소중한 힘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가족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뎠고, 그 길에 수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가 될 거라는 확신을 받았다. 

이어지는 기고에서는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참사, 영국 힐스버러 참사, 그리고 파리 재난 피해자 등 유럽 재난 피해자들을 만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이다. 또한 이번에 유럽에 다녀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5월 27일(금) 오후 7시, 세월호 광장에서 유럽 방문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016년 5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세월호 유가족 유럽방문 이야기
 2016년 5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세월호 유가족 유럽방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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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입니다.



태그:#세월호, #유럽,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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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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