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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피는 장미 보러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 갔습니다.
 밤에 피는 장미 보러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 갔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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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요즘 왜 그래?"

아내, 지난 22일 곡성세계장미축제장을 둘러보던 중 날선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쩌라고? 잘못한 일과 책잡힐 게 없음에도 난감하대요. 게다가 지난 금요일 출장 간 아내에게 꼬박 이틀을 수원 화성 행궁서 친구들과 같이 지낼 휴가까지 준 상태. 이어 곡성에 장미 구경 가자는 남편에게 감동 먹었다던 아내. 때문에 까칠한 질문 받을 일이 전혀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 "왜 그래?"라니. 아마, 여자는 남자 잡는 거 타고 났나 봅니다. 모든 건 아인슈타인 박사가 주창한 '상대성 원리'가 작동하는 법.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남자가 아니죠. 부부로 살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대요. 의도를 모를 때는 묵묵부답, 침묵이 최고. 대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유를 알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요.

'장미=여자'입니다. 왜 그걸까?
 '장미=여자'입니다. 왜 그걸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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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내가 뭐하자고 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더니, 요즘엔 내가 어떤 걸 요구해도 순순히 따르더라. 왜 무슨 일 있어?"

나 원 참. 별 게 다 꼬투리네. 제가 보기에 '장미=여자'입니다. 곡성 기차마을 안에 장미가 천지입니다. 장미는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에서부터 노란 장미, 주황 장미, 흑장미, 백장미…. 색깔과 크기가 어찌나 다양하고 예쁜지. 여자들도 시시각각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이럴 땐 나쁜 남자가 제일. 아내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반응합니다. 단, 진심을 가득 담고서.

"내 각시가 장미보다 훨씬 더 이쁘네!"

여자 입장서 본 '남편이 결혼 후 변했다'는 일례

젊은 연인들 머리에 화관을 썼습니다. 결혼 후 남편이 변했다는 일례를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연인들 머리에 화관을 썼습니다. 결혼 후 남편이 변했다는 일례를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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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좀 봐. 연애할 땐 저렇게 남자가 여자랑 같이 화관 쓰고 다니지. 결혼해 봐. 어떤 남자가 화관을 같이 쓰고 다니겠어. 그러니 여자 입장에선 남편이 결혼 후 변했다 하지."

"맞다, 맞다!" 했습니다. 아내 말을 쫓아 화관 쓴 사람을 살폈습니다. 대차나. 한 젊은 연인이 화관을 같이 썼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던가. 뭘 해도 좋을 때지요. 여자들은 나이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화관을 쓰데요. 남자들은 젊은 남자 몇 뿐. 머리에 화관 쓴 중년 남자는 눈을 치켜뜨고 찾아 봐도 없더군요. 모두들 제 정신 맞습니다.

"당신 화관 하나 사줄까?"
"아니, 됐어. 작년에 산 화관 집에 있는데."

제 기억으로, 작년에 3000원 주고 샀습니다. 그걸 아직 보관 중이라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암튼 금시초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작년에 산 화관을 아직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납득 안 됩니다. "장미축제란 명칭에 제일 맞는 게 화관이다"는 칭송까지 작년과 판박이입니다. 여자들은 사소한 데 꽂히나 봅니다. 너무 깊이 알려 하면 다친다 했지요. 화성 남자, 금성 여자임이 분명합니다.

부드러운 청보리밭이 보리가 익어 까슬까슬한 보리밭으로 변했습니다. 보리도 변합니다. 그런데 내 남편은 변하지 마라? 욕심입니다.
 부드러운 청보리밭이 보리가 익어 까슬까슬한 보리밭으로 변했습니다. 보리도 변합니다. 그런데 내 남편은 변하지 마라? 욕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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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여기다 보리밭을 가꿨네. 당신 이리 와. 호호~"

아내, 보리밭 앞에서 야릇한 웃음입니다. 갑자기 웬 19금 모드. 사람들 언제 숨어(?) 있었을까 싶게, 보리밭 사이에서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청보리가 익어 까슬까슬한 보리밭에 더 머물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봉변(?) 당할까봐 애 둘러 나옵니다. 아내 말이 뒤통수를 강타합니다.

"당신 내가 무서운 게야?"

"밤에 피는 장미, 나에 사랑 장미 같은 사랑…."

밤에 피는 장미는 더욱 예쁘다던데, 왜 그럴까? 사랑이...
 밤에 피는 장미는 더욱 예쁘다던데, 왜 그럴까? 사랑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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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밤에 피는 장미~, 나에 사랑 장미 같은 사랑~♪♬♪"

그러고 보니 밤에 피는 장미를 자세히 살핀 적 없습니다. 야간 개장도 한다던데 이참에 구경하기로 합니다. 해넘이와 함께 관람객들 계속 들어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진 뒤입니다. 무덥고 복잡했던 낮과 달리 선선함과 여유가 넘칩니다. 가로등과 장미를 비추는 불빛이 하나둘 들어옵니다. 부부 혹은 연인, 분위기 잡기 '딱'입니다. 이래서 밤에 다니는 건가!

"학교 다니는 손자가 여자 친구랑 같이 왔대. 서로 마주치고 깜짝 놀랐대. 너무 반가워 할머니가 손자에게 용돈을 줬대. 그런데 기어이 안 받더래. 용돈 받아서 같이 사먹을 일이지…."

아내, 언제 장미 가꾸는 할머니 손자 이야길 들었을까.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아내가 넓은 오지랖을 발휘했습니다. 그러게. 자기만 손해지, 뭐. 할머니가 주시는 용돈 받아 호기롭게 맛있는 거 사먹을 것이지, 자존심은. 여자 친구에게 용돈 받는 걸 보여주는 게 쪽팔렸을까? 그럴 수 있지. 아내, 밤의 호젓한 분위기를 빙자해 낮에 덜한 추궁(?)을 이어 갑니다.

곡성세계장미축제에 밤이 스며드니 마음이 열립니다.
 곡성세계장미축제에 밤이 스며드니 마음이 열립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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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요즘 왜 달라진 거야. 대체 내 눈높이에 맞춰 움직이는 이유가 뭐야. 50이 넘어서 이제 철 든 게야?"

아내, '뻑' 하면 핏대 세우던 버럭 남편이 온순한 양으로 변한 이유가 무척이지 궁금하나 봅니다. 남자는 죽기 전까지 철들기 어렵다는 걸 모르는 걸까.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선 솔직해 지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터. 아내에게 "그게 그렇게 궁금해?" 반문하며, 꼭꼭 담아뒀던 속 이야기를 툭 꺼냈습니다.

"추운 겨울 일하고 새벽에 들어와, 차가운 손을 당신 가슴에 살짝 얹었는데, 당신이 따뜻한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가슴 위에서 녹여주데. 잠결에 찬 손을 대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밀어낼 텐데, 당신은 안 그러대. 그 행동이 정말 감격스럽더라고. 그래 다짐했지. 이 사랑스러운 여잘 위해 뭔들 못할까, 하고."

아내, 묘한 얼굴 표정 지으며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여자들은 그런다지요? 다 변하더라도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사랑만은 변치 않기를…. 아시지요? 욕심이라는 거. 다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밤,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서 장미가 또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아~ 나의 사랑 장미같은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아아~ 나의 사랑 장미같은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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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는 사랑이 넘칩니다.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는 사랑이 넘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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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색이 참 곱습니다. 아내도 그랬지요. 지금은 아내의 곱디 고운 색이 조금 바랬지요. 그래도 여전히 예쁨을 봅니다. 이걸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게 남편의 역할이거니 믿고 삽니다.
 장미 색이 참 곱습니다. 아내도 그랬지요. 지금은 아내의 곱디 고운 색이 조금 바랬지요. 그래도 여전히 예쁨을 봅니다. 이걸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게 남편의 역할이거니 믿고 삽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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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장미축제장에는 사랑이 싹틉니다.
 저 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장미축제장에는 사랑이 싹틉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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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싫어하는 여자, 거의 못봤습니다. 왜? 꽃이니까!
 꽃 싫어하는 여자, 거의 못봤습니다. 왜? 꽃이니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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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전체 색 안에 또 다른 색을 안고 있습니다. '사랑'도 타인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색깔이 필요하다는 가르침 아닐까요?
 장미 전체 색 안에 또 다른 색을 안고 있습니다. '사랑'도 타인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색깔이 필요하다는 가르침 아닐까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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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장미를 봅니다. 매해 장미가 주는 의미가 다릅니다. 삶은...
 매년 장미를 봅니다. 매해 장미가 주는 의미가 다릅니다. 삶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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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가 주는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흰색이 갖는 상징성 덕분일 겁니다.
 백장미가 주는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흰색이 갖는 상징성 덕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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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열정적인 건, 자신을 봐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장미가 열정적인 건, 자신을 봐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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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곡성세계장미축제, #아내, #남편, #사랑,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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