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의 그냥 오해영. 흙수저인 그녀를 소화하는 서현진은 굉장히 훌륭한 생활연기를 선보인다.

<또 오해영>의 그냥 오해영. 흙수저인 그녀를 소화하는 서현진은 굉장히 훌륭한 생활연기를 선보인다. ⓒ tvN


tvN의 드라마 <또 오해영>의 시청률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또 오해영은 7회분은 지난 방송분보다 0.546% 상승하며 6.604%를 기록했다. 첫 회를 1.79%로 시작하며 매회 시청률을 넘어서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매회 기록을 넘어서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10%의 시청률을 경신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드라마는 "모든 것은 오해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여자와 그들 사이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 남자 '박도경'이 미필적 고의로 서로의 인생에 얽혀가는 동명 오해 로맨스의 내용"이라고 제작의도에서 밝히고 있다. 2명의 오해영으로 인해 드라마는 오해라는 줄을 타며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 이야기의 끝이 주인공 오해영의 이름처럼 영(0)이라는 제로를 향하는 모습으로 나아갈지 아님 영(오해영의 영)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영원한 사랑을 만나게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또 오해영>은 여성 취향의 드라마로 보인다. 그 유사한 나잇대의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고민과 위태로운 상황을 충분히 드라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의도치 않은 파혼 뒤 백마 탄 기사 같은 박도경(에릭 분)의 등장은 여심을 흔들리게 할 만하다.

폭발적 관심을 받았던 <태양의 후예>는 좀 더 유쾌한 상황이었다면 <또 오해영>은 사실주의에 입각한 듯 드라마를 현실감 있게 상황을 묘사한다. 태후보다 좀 더 불친절한 듯 보이지만 그만큼 더 체감적이다. 과한 설정과 화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내내 우울해 하던 주인공 해영이 잠시 웃거나 늘 시크한 도경이 무언가에 감상에 젖는 모습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데자뷔가 의미하는 것은?

드라마 속 핵심인물 박도경은 복수심으로 인해 동명이인인 다른 오해영의 애인을 파탄으로 밀어 넣어 버린다. 허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궁지로 밀어버린 걸 알게 된 후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후 거짓말처럼 그는 데자뷔의 모습으로 다른 오해영(서현진 분)의 미래를 본다. 그의 예민한 착한 감성을 보여주는 듯 그녀와 연관된 것만 그의 예지력을 일깨운다. 어느덧 그는 기존의 그와는 다른 모습으로 늘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게 된다.

데자뷔에 시달리는 도경. 결혼상대자에게 결혼 전날 갑작스럽게 파혼선언을 들으며 충격에 빠진 오해영. 그녀는 울다가 웃다가 태연한 척한다. 아무것도 아닌 척.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녀에게 도경은 말한다.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냐?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냐?"

그는 "난 결혼식 당일 날 차였어"라며 자신도 모르게 숨겨왔던 속 이야기를 토해낸다. 그것도 익숙한 얼굴을 한 오해영에게 털어놓는다. 점점 그도 그녀에게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드라마의 도구로 쓰인 데자뷔. 그 탁월한 타이밍과 포인트에 드라마는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그 데자뷔로 인해 어쩌면 우리 삶도 이미 겪은 것으로 보이는 배경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현실 속 우리가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으면서도 후회하는 것처럼. 주인공 도경(에릭 분)은 그렇게 자신의 데자뷔 예지 현상으로 우리의 삶을 조명하려는 듯 보인다.

사랑은 데자뷔의 그림처럼 우연히 겪은 흔적의 사연처럼 그 잔상이 늘 남기 마련이다. 다른 모습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남아있기도 하고. 다른 기억의 형태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기도 하다. 그렇게 드라마는 데자뷔의 모습을 각각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고통을 나누는 사랑 vs. 고통을 숨기는 사랑

 <또 오해영>의 예쁜 오해영. 전혜빈이 연기하는 금수저 오해영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걸까.

<또 오해영>의 예쁜 오해영. 전혜빈이 연기하는 금수저 오해영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걸까. ⓒ tvN


결혼 전 파혼의 경험을 가진 두 사람. 그 파혼의 상대 해영의 결혼 상대자 태진과 도경의 결혼 상대자 해영(전혜빈 분)은 닮은 점이 있다. 사업이 무너져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보여주기 싫어 나쁜 남자가 되기로 한 태진. 사랑받기 위해 늘 긴장하며 자신을 포장하고 감추며 살아온 예쁜 오해영.

그녀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상대가 알아버린 걸 안 후 도경과의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해영. 결혼을 깬 태진과 해영. 그들은 비난할 수는 없다. 그 둘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결혼을 하면서도 자신의 치부를 결코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 그 둘의 닮은 사랑의 방식이 과연 현실의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가장 무거운 짐조차도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삶이 버거운 것일까? 아니면 현실의 세상 자체가 그런 짐을 나누는 것조차 이제 차가운 시선으로 재단하기 때문인 걸까? 두 명의 오해영. 그 둘의 사랑과 박도경, 한태진(이재윤 분)의 사랑의 모습은 과연 올바른 모습일까? 드라마가 말하는 진짜 사랑은 두 오해영의 오해받으며 위태롭게 줄 타는 모습 그 어디쯤 있을까? 고통을 나누는 사랑과 고통을 숨기는 사랑 중 큐피트가 과연 어디에 미소를 지어주는 것일까?

"내가 사랑을 어떻게 알아. 사랑을 받아봤어야 사랑을 하지. 나 걔 불쌍해서 못 버려. 지네 부모한테 그렇게 버림받고 나한테도 버림받아야 돼. 개 사람들한테 엄청 상냥해. 미움받지 않고 버림받지 않으려고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웃으면서도 눈동자는 떨려. 자기 싫어할까 봐. 버림받을까 봐. 그런 애를 어떻게 버려. 측은지심이어도 된다고"

우리는 어쩌면 드라마 속 도경의 대사처럼 사랑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측은지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후 드라마가 종영되면 두 오해영을 둘러싼 각자 다른 사랑의 날 선 모습을 현실에서 살펴봐야 할 듯하다. 드라마의 데자뷔가 보여주는 사랑의 기준 속에 우리는 추후 사랑을 다시 재단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각박한 현실에 상처와 고통이 약점과 비난이 되는 현실. 그러한 세상에서 상처를 숨기고 사는 현대인들. 그렇게 처절하면 처절할수록 상처는 감출 수 없고 숨겨서도 안 되는 것은 아닐까? 상처는 치유해야 하고, 드라마 속 도경처럼 데자뷔를 통해 누군가가 나를 볼 수도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미디어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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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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