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로바이페퍼스(김가온·이광민·이진우)의 단체 사진.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에는 어떤 색깔이 담겨 있을까.

밴드 로바이페퍼스(김가온·이광민·이진우)의 단체 사진.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에는 어떤 색깔이 담겨 있을까. ⓒ 김광섭


2016년 4월, 김가온(보컬·기타), 이진우(베이스), 이광민(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의 첫 EP < Spaceship Out Of Bones >가 발매되었다.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상징적 물음을 던진 영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와 영화에 등장하는 검은 돌기둥 '모노리스(Monolith)'에서 영감을 받은 음반은 2년 작업 기간의 결과물이다. 서로 다른 멤버 간의 고유한 음악적 성향이 맞물려 변곡과 변화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김가온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이 우주였던 것 같아요. 꼭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가 아니어도 되었을 것 같지만, 우주 콘셉트를 생각해서 그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거죠."

EBS <스페이스 공감>, '5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된 밴드는 EP 발매 후, 11월 첫 정규음반 발표와 음반 작업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완성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진우 "진짜 우리 색깔이 있는 음악이 나오겠죠, 정규 음반이니까요. 지금은 EP 하나 낸 거죠."

로바이페퍼스의 음악을 '우주' 한 단어로 집약한 그들에게서 밴드 음악에 대한 믿음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들은 그들의 음악은 고요한 마음으로 천체를 더 뚜렷하게 관찰하거나 비출 수 있는 케플러망원경이었다. 지난 4일 서울 익선동에서 로바이페퍼스를 만났다.

케플러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듯이

 로바이페퍼스가 발매한 첫 EP < Spaceship Out Of Bones >의 재킷 사진.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로바이페퍼스가 발매한 첫 EP < Spaceship Out Of Bones >의 재킷 사진.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로바이페퍼스


- 2일에 있었던 헬로루키 공연은 어땠나요?
이광민 "스탠딩 공연이었거든요. 관객의 열기를 느끼면서 뜨겁고 엄청 재미있게 했어요."
김가온 "방송을 위한 공연이다 보니까 촬영카메라가 여러 대가 돌잖아요? 그런 부분이 밴드보다는 관객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멤버들도 방송 촬영이니 긴장했는데 저는 그런 상황이 신나서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공연한 것 같아요. 함께 한 실리카겔도 잘해서 재미있는 공연이었어요."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어느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나요?
김가온 "다섯 곡이 다 그렇지는 않고요. 제일 보여주고 싶은 면이 모노리스 같은 거였죠. 우주적인 느낌과 맞아 떨어지는 게 1번 트랙 'Spaceship Out Of Bones', 5번 트랙 '3'인데 연주곡 '3'이 먼저 나왔어요. 우주라는 장소에서 우리 세 명이 펼쳐가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 '3'이죠.

그 후, 광민이가 아이디어를 가져 왔는데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길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람이 걸어가면서 역사가 시작되는…. 영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를 다시 봤어요. 시작 부분에서 원숭이가 뼈를 내리치다가 하늘로 던지죠. 그 뼈가 우주선으로 변하는 장면이 인류의 진화, 역사를 한 장면으로 함축해 보여주는 것 같아서 크게 감명받고 곡을 써갔어요."

- 어떤 음악을 담았나요?
이광민 "2년 정도 준비했어요. 그 시간만큼 나왔던 곡이 많았지만, 우리에게 맞는 곡이 무엇인가 계속 생각하면서 쳐내고 남은 곡이 다섯 곡이거든요. 저희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라서 애정이 가요. 그 부분에 대해 같이 느껴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너무 좋고, 더 많은 분이 들어보시고 같이 느끼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가온 "한 단계 열린 생각을 주고, 삶의 질이 한 단계 더 좋아질 수 있게 하는 음반이면 좋겠어요. 당연히 저는 만족하고 있지만 듣는 분들의 입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듣고 '이 앨범을 알게 되어서 좋다'하는 앨범이면 좋겠습니다."
이진우 "혼자 들으면서 이런저런 끝없는 상상을 펼쳐나갈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습니다. 트랙 순서도 염두에 두고 정한 것도 있고요. 음반을 듣고 자기만의 세계에 잘 다녀오시면 좋겠어요."

- 팀 명이 모노리스가 아니고 로바이페퍼스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김가온 "모노리스는 상징적인 거죠. 십자가가 예수의 상징임에도 크로스가 그 자신의 이름이 아닌 것처럼요. 모노리스는 지식의 전달체로서 새로운 것에 대해 영감을 줄 수 있는 매체인 거죠."

- 경기도 양주에서 녹음했는데,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이광민 "악기와 녹음 장비를 그곳으로 다 옮기고 세팅하고 원테이크로 녹음을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김가온 "물리적으로 힘들었죠. 멤버 3명, 직원 1명, 사장님, 엔지니어 2명. 총 7명이 함께 했어요. 앰프와 드럼을 옮기고 세팅하는 데 반나절은 걸린 것 같아요. 녹음을 원테이크로 했는데, 그 부분이 힘들었어요."

곡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어난다

 밴드 로바이페퍼스 단체 사진. 그들이 발매한 EP는 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밴드 로바이페퍼스 단체 사진. 그들이 발매한 EP는 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 김광섭


- EP에 실린 다섯 곡을 소개한다면?
김가온 "시작을 알리는 1번 트랙 'Spaceship Out Of Bones'을 과감하게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이 곡과 마지막 트랙 '3'이 가장 핵심적인 기둥으로 이 두 곡의 음반 순서는 확실하게 정하고 한 것 같아요. 타이틀곡 'Cut Me Half'는 음반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게 열어주는 대중적인 곡이고, 'yonker', 'Astral Me, Baby'는 내적인 곡이죠. 'Astral Me, Baby'는 별에 대한 이야기로 우주적인 느낌을 줘요. 끝으로 '3'을 들려주면서 우주로 보내버리는 거죠."

- 음반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것 같아요.
김가온 "우주죠. 지구 밖에 우주가 아닌 저희 셋의 우주인 것 같아요. 로바이페퍼스의 우주요. 내가 너무 멋있는 것 했지? (웃음)"
이광민 "저도 우주인데요. 셋만의 우주이기는 하지만 지구 밖에 우주가 아닌, 지구를 포함한 모든 우주요. 지구 안에 것과 우리의 내적인 것까지도 그린 음반이요."
이진우 "이미지 같아요."
김가온 "우리들의 그림?"
이진우 "상상하는 이미지들도 있고 표면적인 이미지들도 있고요."

- 대학교 친구들이 만나 결성된 밴드인데, 시작은 어떤가요?
이광민 "시작은 제가 구상을 했는데요, 가온이 형과 군악대를 같이 했어요."
김가온 "제가 후임이었습니다."
이광민 "제가 먼저 입대를 한 뒤, 형이 들어와서 저를 존대했죠. 군악대에 있다 보니 같이 연주를 했고, 그때 형이 'Cut Me Half'를 만들었어요. 합주하면서 '이 형과 하면 좋겠다', 베이스는 '진우 형이 하면 좋겠다'라고 했죠. '셋이 모이게 되면 괜찮을까? 둘이서 잘 맞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온 형과 진우 형 둘이 더 잘 맞는 부분도 있어요."

- 결성 당시 어떤 포부가 있었나요?
김가온 "포부라기보다는 제가 바라본 그림은 셋이 다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거였어요. 저는 어둡고 딥한 음악, 진우는 같은 록 장르지만 펑키한 음악, 광민이는 재즈, 팝, 가스펠 좋아했어요. 다른 장르의 뿌리를 가지면서도 우리 셋이 부딪혀서 나오는 음악을 만들면 재미있겠다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아요.

셋이 다 록을 좋아하고 포크를 좋아하면, 당연히 록, 포크 음악이 나오는 거죠.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면 그 밴드 같은 음악이 나오겠지만, 저희는 각자가 다르므로 '저희만의 새로운 음악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깝게 나온 것 같아요."

- 클래식이 될 것 같은가요? (웃음)
김가온 "너무 자만하는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웃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아직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정규 음반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첫 EP는 '세 명의 음악이 서로 부딪히면 이런 식으로 맞아 떨어지는구나!'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이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까?' 고민할 수 있는 단계죠. 그런 부분은 아마 정규 음반에 펼쳐지지 않을까."

- 청자가 EP를 더 잘 들으려면?
이광민 "곡 순서까지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린 음반이에요. 타이틀곡만 듣기보다는 전체 재생으로 전체 흐름을 들어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수 있어요. 저희가 이야기하려고 한 부분에 대해 같이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가온 "로바이페퍼스가 낳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 태어난 곡이라는 게 로바이페퍼스의 색깔인 것 같아요. 누가 한 부분을 가져오면 거기에 더 얹히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노래가 많이 변화해 가죠. 쓴 곡 같지 않고 태어난 곡 같아요."
이진우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로바이페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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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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