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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이 '416교과서'를 활용해 세월호 수업을 한 교사를 조사하면서 해당 학교에 시교육청 관계자를 무려 13명이나 파견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 중 11명은 수업을 들은 11개 학급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수업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수업 사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13명은 지난 11일 '416 교과서'로 계기 수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ㄱ교사의 학교를 찾았다.

이미 해당 교사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는 시교육청은 이날 ㄱ교사의 수업을 들은 11개 학급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수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1교시 시작과 동시에 11명의 장학사들이 일제히 교실에 들어가 설문지를 돌리고 학생들이 작성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지에는 설문 주체로 대구시교육청이 명시되어 있다
 설문지에는 설문 주체로 대구시교육청이 명시되어 있다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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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는 ▲ 세월호와 관련하여 수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수업 전 동의를 구했나요? ▲ 세월호와 관련한 수업에 동의를 했나요? ▲ 세월호 관련 수업 중에 했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세월호 관련 수업으로 어떤 생각 또는 느낌을 가졌는지 써보세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시 교육청은 작성자의 정보와 응답 내용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면서도 설문지 말미에 수업을 들을 당시 자신이 속한 모둠 이름과 모둠인원 등을 모두 적게 했다. 

ㄱ교사는 당사자인 자신에게도 설문지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교육청 관계자는 '열람만 가능하다'며 거절했다.

ㄱ교사는 "한 학생이 왜 이런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진실을 알리는 수업이었는데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문제 있는 수업으로 엮어가려는 느낌이 들어 협박당하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고등학생을 무시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시교육청 차원에서 추모 행사를 권장했음에도 학교와 교사의 재량 사항에 속하는 계기 수업을 문제 삼고, 조사를 빌미로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한 대구시교육청의 조사 방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은 "세월호 계기수업을 했다는 것이 일과 시간에 11명의 장학사를 전격 투입해 설문을 가장한 '조사'를 진행할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는 말로 조사 방식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덧붙여 "설문 내용도 학생을 이용한 교사 사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교사의 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문항을 제시하면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까지 해치고 있어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상상하기 힘든 수업권과 학습권 침해가 일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ㄱ교사는 "불쾌하지만 우선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면서도 "학교 교육을 방해하고 있는 이 조사 과정이 과연 합당한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적극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영수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학교와 교사 재량으로 실시할 수 있는 계기 수업을 탄압하고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 학생을 몰아넣고 전수 조사를 진행한 시교육청의 책임을 묻겠다"는 말로 시교육청의 공식 사과와 계기 수업 교사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도 대구시교육청 앞 1인 시위, 교육청 항의 전화 등을 통해 계기 수업 교사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대한 대구시교육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16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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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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