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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아기 사진 붙은 가습기살균제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 사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세퓨'(Cefu) 제품에 사용된 원료 의혹과 관련한 덴마크 현지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는 '세퓨' 제품이 임산부나 영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회원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주로 광고를 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가습기살균제에 아내와 아이 잃은 피해자 '오열' '세퓨' 제품을 사용하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안성우씨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2010년 겨울, 강찬호씨는 '세퓨'라는 이름이 붙은 가습기 살균제를 집에 들였다. 네 살배기 늦둥이 딸 나래를 위해서다. 그전까지 간호사인 아내는 찜찜한 마음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세퓨는 엄마나 임산부들이 활동하는 카페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퓨는 덴마크에서 수입한 천연연료를 사용한다고 광고했다. 제품에 'EU(유럽연합)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에서 널리 쓰고 있는 살균성분 PGH를 기반으로 한 무알콜, 무독성의 프리미엄 살균 솔루션',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이라는 홍보문구를 넣었다. 이 제품은 친환경제품을 파는 매장에 진열됐다.

이듬해 6월 나래는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호흡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의사는 찬호씨에게 딸이 원인불명의 간질성 폐렴에 걸렸고,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찬호씨와 아내, 장모님까지 나서 나래를 지극정성을 돌봤고, 다행히 나래는 잘 견뎌냈다.

버터플라이이펙트라는 회사에서 만든 세퓨는 가습기 살균제 중에서 독성이 가장 강했다. 확인된 피해자 27명 중에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제품에 비해 짧은 3년 동안 주로 인터넷에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그 어떤 제품보다 위험한 가습기 살균제였다.

나래가 사투를 벌이던 때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세퓨의 거짓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12일 오전 서울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퓨의 원료가 중국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덴마크에서 왔다더니, 알고 보니 중국산?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인 PGH를 한국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케톡스(KeTox)사의 전 사장 담가드씨의 증언을 공개했다.

담가드씨는 지난 8일 자택 앞에서 만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에게 "원료를 한국에 수출하지 않았다.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0리터가 채 안 되는 PGH 샘플을 한국에 보낸 적이 있다. 누구한테 보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 "(세퓨의) 원료는 덴마크가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욕심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수입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담가드씨는 "한국에서는 농업용으로 쓴다면서 PGH 샘플을 요구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물질은 소나 닭의 살균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 사진 가운데)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세퓨'(Cefu) 제품에 사용된 원료 의혹과 관련한 덴마크 현지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는 '세퓨' 제품이 임산부나 영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회원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주로 광고를 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한 문구가 가득한 '세퓨' 가습기살균제. ⓒ 권우성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인터뷰 내용을 두고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세퓨의 원료를 유럽에서 수입했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했다. 완전한 거짓말"이라면서 "검찰은 담가드씨의 증언이 사실인지, 국제적인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퓨 제품 탓에 아내와 아내 뱃속의 아이를 잃은 안성우씨는 "세퓨는 임산부 카페에서 널리 퍼졌다. 태아가 큰 피해를 입었을 텐데,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 누가 갓난아이를 부검하겠느냐"면서 "세퓨 제품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조사·수사되지 않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강찬호씨는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는 젊은 사람이다. 이 사람이 대한민국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면서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어제(11일) (국회에서) 생활비 지원에 대해 얘기했다. 기가 찬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을 인정한 뒤) 5년이 지났다.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4당 원내대표에게 요구할 것이다. 만약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특검을 요구하겠다. 국민이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가습기 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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