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 2일부터 8일까지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최된다. ⓒ SIWFF


오는 6월 2일부터 일주일간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아래 여성영화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기 속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성혐오 풍조 증가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성영화제는 양적 성장세가 뚜렷하다. 상영되는 영화가 작년에 비해 7편 증가(총 119편)했고,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이 눈에 띈다. 매일 5회씩 총 4개관에서 상영된다.

10일 오후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여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혜경 여성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젊은 남녀 간의 감정적 적대 관계는 무척 심각한 상태"라면서 "그래서 더더욱 여성영화제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파행을 겪고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언급하며 "여성영화제는 (정치권력의) 지나친 간섭이 없어 건강하고 자유롭게 성장 가능했다, 영화계 전체에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막작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를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2015)로 선정됐다. 비교적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영화를 통해 대중성과 의의를 같이 잡아보려는 의도다.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서프러제트>를 두고 "자신의 가난한 삶과 그 가난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노동 계급 여성이 참정권 운동에 눈을 뜨면서 그 운동에 헌신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이날 현장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미니스타'로 선정된 배우 김아중이 등장했다. 김아중은 올해 여성영화제 대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 경선'의 본선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다. 김아중은 "여자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남자 배우에 비해 적다는 이야기가 두루 나온다"면서 "여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번 여성영화제를 통해 그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아중은 현재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을 촬영하고 있지만 "심사위원이니만큼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를 많이 볼 것"이라며 "여성의 현실을 얼마나 잘 담고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감독만의 시선이 담겨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하겠다"고 심사기준을 언급했다.

업사이클링 시네마

 영화 <여판사>(1962)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이번 여성영화제에 다시 올려진다.

영화 <여판사>(1962)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이번 여성영화제에 다시 올려진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번 여성영화제에는 영화와 공연이 결합된 특별한 기획 '업사이클링 시네마'를 만날 수 있다. 이 기획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랑스 초기 여성감독의 무성영화를 강현주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함께 볼 수 있는 기회와, 1962년 작 영화 <여판사>의 일부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본을 토대로 낭독하는 공연 '<여판사>, 1962X2016'이다. 특히 '<여판사>, 1962X2016'은 민변 최초의 여성 회장인 정연순 변호사가 각색하고 여성 영화감독인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한예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업사이클링 시네마를 기획한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공연의 연장선상에서 놓고 이벤트를 만들려고 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프랑스 영화사 120년

 아리스 기-블라쉐의 영화 <미국 시민 되기>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사진은 <미국 시민 되기>의 한 장면.

아리스 기-블라쉐의 영화 <미국 시민 되기>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사진은 <미국 시민 되기>의 한 장면.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해영 프로그래머는 "프랑스의 여성 영화는 전통이 깊고 실제로 프랑스에 다양한 여성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의 역사를 훑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올해 여성영화제에서는 최초의 여성감독이자 세계 최초의 극영화를 제작한 아리스 기-블라쉐 감독의 작품 <20세기의 수술> <모자와 소시지를 만드는 자동 기계> <미국 시민 되기> <페미니즘의 결과> 등이 상영된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레아 세이두나 이자벨 위페르의 작품 역시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10대 여성 영화감독을 만나다

 경쟁 부문 '아이틴즈' 상영작 <수담>의 일부분.

경쟁 부문 '아이틴즈' 상영작 <수담>의 일부분.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여성영화제 전통의 '아시아 단편 경선'과 '아이틴즈'라는 부문이 있다. 아이틴즈는 10대 여성감독의 영화를 대상으로 해 7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프로그래머들은 "일반 아시아 단편 경선과 견줘도 손색없는 신선한 시도가 많았다"며 아이틴즈 부문의 영화들을 극찬했다. <봉준호를 찾아서> 등 모두 10분 내외의 짧은 단편 영화들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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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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