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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사장 안광한)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눈(사진)> 제작진의 과도한 연출과 편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진행자인 박연경, 김재원.
 최근 MBC(사장 안광한)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눈(사진)> 제작진의 과도한 연출과 편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진행자인 박연경,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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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완전히 편집이 잘못 됐어예. 우리 그래 사는 사람들 아니거든예. (PD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저는 아주 노예처럼 만들어놓고... (방송이) 식구들 풍비박산 나게 해 버렸지예. 우리 며느리는 지금 너무 억울하다고 사흘간 밥도 안 먹고 울고 있어예."

전화기 너머 정미숙(61세·여)씨의 흥분된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정씨는 "저희는 다 시키는 대로 했다, 방송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몰랐고 관련해서 한 마디 설명도 없었다"라며 "사과로는 안 되지예. '정정보도 해달라, 우리 그런 사람 아니다'(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MBC(사장 안광한)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눈(손현동·김경희PD)> 제작진의 과도한 연출과 편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작진이 왜곡된 편집을 넘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방송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는 당사자 가족들은 지난 11일 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제작진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 등으로 소송까지 고려 중이나, MBC 홍보국은 "사실 왜곡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생고생 시어머니' vs '노는 며느리'로 대비시켜 방송 편집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2014년 3월 첫 회를 내보낸 뒤 2년째 방송 중인 <리얼스토리 눈>은 지난 5월 5일 '세 명의 상전, 시엄마의 시집살이는 언제까지' 편(제488회)을 방송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방송 내용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 달 4,000만 원 수익! 거제도 죽순 가족,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도에는 죽순밭을 함께 일구는 4대 가족이 있다. (...) 61세 시어머니는 왜 아직도 시집살이하나? 호랑이 시할머니 밑에서 혹독한 시집살이로 평생을 살아온 정미숙 씨, 매서운 시집살이 이야기"

<리얼스토리 눈>이 5월 5일 방송한 제488회 '세 명의 상전, 시엄마의 시집살이는 언제까지' 편(사진). MBC측은 "사실 왜곡은 없다"면서도 "당사자들이 요청한 탓에" 방송을 내렸다고 밝혔다.
 <리얼스토리 눈>이 5월 5일 방송한 제488회 '세 명의 상전, 시엄마의 시집살이는 언제까지' 편(사진). MBC측은 "사실 왜곡은 없다"면서도 "당사자들이 요청한 탓에" 방송을 내렸다고 밝혔다.
ⓒ 방송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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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억울해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약 20분간 진행되는 방송 내내, 막내며느리인 송혜영(36세)씨와 달리 시어머니 정미숙(61)씨는 "죽순 캐며 생고생하는 시어머니"로 묘사된다. 60대인 정씨가 88세인 시할머니에게 여전히 구박을 듣고, 제사음식 준비와 죽순밭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소파에 앉아 쉬지도 못하"고 "양파밭에서 혼자 생고생하는 시어머니"로만 그려진 것이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끝나지 않는 60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시엄마는 왜 고된 시집살이를 견디나"라고 이를 묘사했다. 제목에 넣은 상전(上典)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도 '예전에, 종에 상대하여 그 주인을 이르던 말'이다. 반면 며느리 송씨의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제사를 준비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장면을 내보내며 마치 그가 놀고 있는 듯 묘사했다.

방송 내내, 시어머니 정미숙(61, 사진)씨는 "죽순 캐며 생고생하는 시어머니"로 묘사된다. 그러나 당사자 정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편집이 잘못 됐다"며 "우리 그렇게 사는 사람들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 내내, 시어머니 정미숙(61, 사진)씨는 "죽순 캐며 생고생하는 시어머니"로 묘사된다. 그러나 당사자 정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편집이 잘못 됐다"며 "우리 그렇게 사는 사람들 아니다"라고 말했다.
ⓒ 방송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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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으로도 "손주 며느리에게 한없이 자상한 시할머니", "친정엄마 과잉보호 속 며느리", "곰 '시엄마' vs '여우' 며느리, 누가 승자인가" 등의 내용을 내보냈다. 또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온 막내딸이 안타까워, 근처로 이사와 일을 돕고 있다는 송씨의 친정엄마의 경우에도 밥 먹는 모습마저 "단둘이 외식에 나선 친정엄마와 며느리", "농사일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을 자막으로 넣어 부정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제작진은 이어 자막과 음성해설을 통해 수차례 '한 달 순수익 4천만 원, 5천평 죽순밭', '15억 대나무밭에 가득한 죽순', '월 수익 4000만 원, 15억 죽순밭은 누구에게 갈까'라고 언급하며 대나무밭이 비싸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씨 친정엄마가 농담처럼 건넨 "(사돈댁에서) 딸 시집보내면 잘 살거라고 (했다)"는 말을 내보냈다. 시청자로서는 시어머니가 평생 일군 '비싼' 죽순밭을 며느리가 차지하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작진은 또 수차례 자막과 음성해설을 통해 죽순밭이 비싸다는 것을 강조한다.
 제작진은 또 수차례 자막과 음성해설을 통해 죽순밭이 비싸다는 것을 강조한다.
ⓒ 방송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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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기사에는 가족들을 비난하는 댓글 70여 개가 달렸다. "시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 며느리는 쳐 웃고만 있고 답이 안 나온다(kbw8***)", "자기 식구를 저렇게 노예처럼 부리느냐, 사돈도 참 생각 없다(vzwl****)", "나중에 물려받을 재산만 보고 따라왔냐, (시어머니는) 종도 아니고 이게 무슨...(0007****)"이라는 등 비난 일색이었다.

친정엄마와 며느리를 겨냥한 듯 "그 애미에 그 딸(dtkl****)"이라거나 "욕먹으려고 방송하냐, 나 같으면 촬영 안했다(chim****)"는 댓글도 있었다. 방송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실명으로 "보기 불편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이기적인 사람들만 바글대는지... 제작진은 이런 찌꺼기를 가정의 달에 내보내야만 했냐"는 지적이 올라왔다.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기사에는 가족들을 비난하는 댓글 수십여개가 달렸다(사진).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기사에는 가족들을 비난하는 댓글 수십여개가 달렸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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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기사와 게시판에는 가족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사진).
 방송이 나간 이후, 관련 기사와 게시판에는 가족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사진).
ⓒ 게시판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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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가족 "시키는 대로 했다, 원래는 출연도 거부했다"

이에 당시 방송에 출연한 며느리 송씨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애당초 방송 출연을 거부했음에도 제작진이 거제도로 직접 찾아와 인정에 호소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방송출연에 응했고, 그마저도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찍었을 뿐이라는 것. 남편 반찬식씨도 "제작진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갑자기 와서 촬영했다", "제 아내는 죄가 없는데 그렇게 비춰져 정말 억울하다"는 등의 긴 호소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남편 반찬식씨도 "제작진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갑자기 와서 촬영했다"는 등의 긴 호소글(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남편 반찬식씨도 "제작진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갑자기 와서 촬영했다"는 등의 긴 호소글(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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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제작진은 7박 8일간 촬영하면서 친정엄마가 새벽에 일을 돕는 장면, 시아버지가 일하는 내용, 시할머니가 죽순 씻는 모습 등을 모두 찍었음에도 이런 내용은 다 빼놓고 내보냈다고 한다. 다음은 송씨의 말이다.

"농장 일이 바빠서 전날까지 출연을 거부했는데, 지난달 20일쯤 갑자기 내려와서는 '가정의 달이니 훈훈하게 찍겠다'면서 촬영 했습니다. PD분들이 저와 친정엄마에게 '마늘을 패대기쳐라, 일을 못 하는 척하라'는 등 컨셉을 정해서 말할 내용부터 동선까지 다 정해줬고요. 속으로 약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빨리 찍어야 PD님이 서울에 간다니까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스마트폰도, 죽순 주문 현황을 확인 중이었는데 그걸 마치 노는 것처럼…."

송씨는 "방송을 본 뒤 어이가 없어 항의했더니, 담당PD(황종순, '미디어화' 소속)가 전화를 안 받다가 나중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피하더라"고 말했다. 송씨 남편인 반찬식씨는 물론, 방송에 '노예 시어머니'로 묘사된 정미숙씨조차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린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편집이 왜곡됐다"며 똑같이 해명했다. 이를 직접 찍은 황PD는 기자의 전화를 계속 받지 않다가, "MBC홍보국과 연락하라"는 문자만을 보내왔다.

제작진이 방송에서 강조했던 '땅값 15억', '월 수익 4,000만 원' 부분과 관련해서도 가족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시골 땅이라 아무리 넓어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예전에 알아본 바로 공시지가는 1억에 불과했다"며 "제작진 자막과 달리 죽순은 1년에 1,2개월만 채취할 수 있어 아무리 높게 잡아도 2천만 원 정도를 번다, 그걸 가지고 1년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제작진은 방송을 내린 뒤, 9일 가족들을 다시 찾아갔다. 제작진은 "방송 작가가 시아버지와 통화하다가 그렇게 들었다"라는 식으로 항변했다고 한다. 송씨의 남편 반찬식씨는 10일 '오늘 제작진들이 다녀갔습니다'란 글을 시청자게시판에 올렸다. "아버님은 기억도 안 나신다는데, 제작진은 흘려들은 말을 가지고 확인없이 썼다"며 "제 아내 직업 등 개인신상정보를 가려 달라고 했음에도 그대로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MBC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 왜곡은 없다"는 입장이라, 양측 간 싸움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담당 PD인 손현동PD(MBC 소속)는 이와 관련 "사실관계가 틀린 건 없는 걸로 안다"며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니 언론중재위원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출연자 "이혼까지 생각 중", MBC "악의적 의도 없어"

이번 방송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며느리 송씨다. 방송에서 '유산 상속을 기다리고 있는 여우 며느리' 같이 묘사됐다는 주장이다. 친구들로부터 "니가 이런 애가 아닌데 왜 이렇게 방송됐냐"는 반응이 오는가 하면, 기사 댓글에는 "며느리가 나쁜X", "시어머니는 일하는데 쳐 웃고 있다"는 등 악플이 달렸다. 현재 휴직 중인 직업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직업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이후 복귀도 우려하게 됐다.

올해 36세인 송씨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시집을 와 13년째 시골에서 살고 있다. 일찍 결혼한 터라 3남매도 낳았다. 그는 "20여분 방송으로 저의 13년 결혼생활이 모두 부정당한 기분"이라며 울먹였다. 또 "머리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남들이 저만 보면 수근대는 것 같아 집 앞도 못 나가겠다"며 "연예인들이 왜 자살하는지 알겠더라"고 털어놓았다. 송씨는 "더는 고생하고 싶지 않다, 너무 허무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현재 해당 방송 촬영분과 관련 기사들은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도 손현동PD는 "방송에 출연한 당사자들이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지, 방송 내용에 왜곡된 사실이 있어서 방송을 내린 것은 아니다, (출연자가 요구하는) 정정보도 등은 언론중재위 결과를 보고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MBC홍보국 측의 공식 답변이다.

"방송 내용의 사실관계 및 현장 취재 및 사후취재단계에서 가족구성원들에게 최종 확인하였음. 즉 사실 왜곡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됨. 출연자들 주장과는 달리 본 제작진은 기획 단계를 비롯한 촬영 전반에 걸쳐 악의적인 의도로 촬영을 제작을 진행한 바 없음."

한편 같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출연자 권오병(42)씨도 비슷한 피해를 주장한다. 5월 4일 방송된 '육 남매 꼬부랑 엄마 왜 땅 부자와 길싸움 하나(487회)'에서 '땅 부자집 아들'로 나온 권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제작진이) 객관적일거라 기대하고 공정한 보도를 부탁했는데, 마치 상대편만 약자이고 저희는 나쁜 사람인 것처럼 묘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진이 불공정한 편파적 편집을 했는데도 그 뒤 어떤 사과나 연락도 없었다, 명예훼손 등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 왜곡 보도 등으로 피해당한 시민들을 돕는 언론시민단체 측은 비슷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내보내려 하는 방송 특성 탓"이라는 설명이다.

비영리단체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사무처장은 "실제 센터와 함께 그런 언론 보도에 소송을 걸어 일부 승소했던 적도 있다"며 "손해배상액이 크지는 않더라도, 출연자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MBC 공식블로그에 따르면, <리얼스토리 눈>은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텔링 시사 프로그램'"으로 손현동·김경희 PD와 5개 외주제작사가 만든다. 외주제작사들이 제각기 촬영·편집해 온 내용을 내부 검토를 거쳐 방송되는 형식이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작년 3월 25일 방송분 14.2%(시청률조사회사 TNMS)이며, 최근에도 계속 시청률 9~10%를 유지하고 있다.


태그:#리얼스토리 눈, #왜곡보도, #죽순 농장, #꼬부랑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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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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