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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인 A씨 집에 친구들과 방문한 데 대해 조선총련 간부인 A씨의 지령을 받고 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기소된 사건의 국가보안법 공소장(자료사진)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인 A씨 집에 친구들과 방문한 데 대해 조선총련 간부인 A씨의 지령을 받고 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기소된 사건의 국가보안법 공소장(자료사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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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0일 오후 9시 45분]

지난해 3월, 대전에 거주하는 손아무개(43)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그에게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회합통신, 자진지원, 금품수수, 찬양고무 등 혐의를 적용했다.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인 A씨 집에 친구들과 방문한 데 대해 조선총련 간부인 A씨의 지령을 받고 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을 수행했다는 게 요지다. 검사는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자진지원 및 회합 통신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손씨는 "친하게 지낸 A씨가 조선총련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정에 서게 될 줄 몰랐다"며 황당해 하고 있다. 손씨의 변호인들은 "만약 유죄가 인정된다면 사법부의 수치이자 대한민국의 수치"라며 무죄를 요구했다.

검찰과 법원이 손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와 손씨의 하소연을 쟁점별로 살펴보았다.

손씨는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01년 9월 일본 삿포로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2004년 삿포로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했다. 그는 삿포로에서 타코야키(문어를 잘게 썰어 넣고 구운 빵) 노점을 하는 한국 국적의 A씨와 가깝게 지냈다.

[쟁점 1] "교포 만나 사상학습" vs "친한 사이"

검찰은 A씨를 과거 조선적(朝鮮籍)으로 반국가단체인 조총련 주요간부였으며 현재도  조총련의 삿포로지부의 분회장으로 적극 활동하는 인물로 규정했다. A씨는 조선족이었지만 지난 2007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검찰은 손씨에 대해 A씨가 반국가단체인 조총련 구성원임을 잘 알면서도 가깝게 지냈고, 함께 북한영화 <불가사리> 등 북한 찬양 영화를 보고 사상학습을 받으면서 북한 체제를 동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손씨는 "조총련이 북한에 우호적인 단체라는 정도만 알았지, 반국가단체인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조총련 소속임을 알았지만 그는 북한 체제와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하는 언행을 하지 않았다"며 "술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단순히 친한 관계"라고 밝혔다. 사상학습을 받았다는 데 대해서도 "북한 영화 <불가사리>는 쇠를 먹는 괴물을 소재로 한 것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손씨가 일기장에 기재한 글 등을 보면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만나면서 북한 활동에 동조하는 의식과 신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불가사리>로 포섭? 유죄 인정된다면 사법부의 수치").

[쟁점 2] "포섭 또는 북한 체제 찬양교육 목적" vs "호의로 초대" 

손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죗값이 무거운 혐의는 A씨의 지령을 받고 친구 3명을 삿포로로 유인(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회합통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친구들을 삿포로로 데려오라'는 A씨의 지령을 받고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친구 3명을 각각 데려갔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씨가 A씨의 지령을 받고 저렴한 일본여행과 현지 체험을 빙자해 친구들을 포섭,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 수행'을 위해 삿포로로 유인, A씨와 만나게 했다"며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임을 알면서 회합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실제 A씨가 손씨의 친구들을 만나 북한을 지지하고 찬양하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고 북한에서 촬영한 영상물을 시청하게 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시미칼을 놓고 자신의 집에 걸려 있는 김일성, 김정일 사진 앞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심 법원 또한 "A씨가 단순히 호의로 초대했다고 보기 어렵고 손씨의 친구들을 포섭하려고 했거나 적어도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을 교육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손씨는 "일본 여행을 함께 가 A씨를 만나긴 했지만 지령을 받고 목적수행을 위한 유인행위를 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교육을 받거나 강요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쟁점 3] "<조선신보> 이적표현물" vs "일본어 공부위해"

검찰은 손씨가 북한을 찬양, 고무, 선전 동조할 목적으로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 이적표현물 6건을 취득, 소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이적표현물은 2010년 4월 9일자, 2012년 2월 3일자와 6일자, 같은 해 10월 3일자와 5일자 <조선신보>와 2009년 10월호 <통일정론>으로 이를 A씨 집에서 취득해 소지한 혐의다.

손씨는 "일어와 한글 번역본이 나란히 써 있어 일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취득한 것으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은 "이적표현물에는 북한과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국가의 존립, 안전 또는 자유민주적 기존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쟁점 4] "금품수수" vs "의례적 선물 답례"

검찰은 손씨가 지난 2009년 친구들을 샷포르로 유인한 후 A씨 집에서 머물며 음식과 주류 등을 받은 것은 금품수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A씨로부터 약 6년 동안 5000엔에서 1만엔 씩 모두 4만 엔(한화 약 40만원)을 받은 데 대해서도 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손씨는 "A씨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선물을 전달한 데 대한 호의로 생각하고 받았다"며 "의례적인 선물과 답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최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도 '유죄'를 주장하며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관련기사: "조선총련 친구 만나면 북한 옹호하는 로봇되나?")


태그:#국가보안법, #재일교포, #조선총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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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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