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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균형있는 영양을 취해야 한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2항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누군가는 과식, 편식을 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한켠의 어린이들은 '결식 우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94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인천의 '결식 우려 아동'을 들여다봤다.

4천 원짜리 급식카드... 편의점 전전하는 아이들

인천시 남구의 한 편의점 도시락 코너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
▲ 편의점 이용하는 학생들 인천시 남구의 한 편의점 도시락 코너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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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구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김준호(9·가명)군은 엄마와 단 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 아이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김군의 엄마는 아들의 끼니를 다 챙겨줄 수 없었다. 구청에 '결식우려아동'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구 아동급식위원회 결정으로 준호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중식을 제외한 석식 한 끼분인 하루 4천 원을 '푸르미(급식)카드'를 통해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 4천 원밖에 쓸 수 없는 급식카드로 준호가 사먹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웬만한 식당은 국밥 한 그릇에도 최소 6~7천 원하기 때문에 감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동네 편의점과 빵집 등을 전전하며 군것질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

간혹 '급식카드 사용가능'이라 써 붙인 식당이 있지만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될까봐 포장이 되는 음식을 사서 집에 가서 먹는다.

그렇다보니 준호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빵이다. 빵은 이미 질릴 만큼 먹었다고 했다. 요즘은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사지만 그것도 가격이 올라 4천 원이 넘는 도시락도 많다.

준호는 최근 급식카드 사용이 가능한 집 근처 피자가게를 발견했지만 자신과 함께 급식카드를 써줄 친구가 없어 사 먹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형과 함께 급식카드를 쓰는 친구 녀석은 둘의 카드 금액을 합쳐 피자를 사먹었다고 했다.

피자를 사 먹지 못한 설움보다 형제가 없다는 것이 더 서러웠다고 준호는 말했다.

부평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이민하(8·여·가명)양도 준호와 같은 결식우려아동(조손가정)이다. 민하는 처음엔 급식카드가 아닌 '도시락 지원'을 선택했다. 도시락업체(사회적기업)에서 아동 1대1로 연락해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 준다는 얘기가 솔깃했다.

하지만 수시로 장소 변경이 되지 않아 친구들과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무엇보다 '찬밥'을 먹어야 하는 게 싫어 최근 급식카드로 변경했다.

민하는 앞으로 카드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번갈아 이용할 계획이다.

최근 복지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어린이 10명 중 4명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호와 민하처럼 급식카드를 이용하는 인천지역 어린이는 모두 1만4천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데 연간 65억 원 정도(1인당 평균 46만여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결식 우려 아동은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52% 이하 가정과 한부모가정, 소년소녀, 조손가정, 긴급 복지 필요 아동(보호자 가출, 복역 등) 등이 대상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복지부가 정한 결식우려아동 한 끼 지원금액은 3천500원이지만 인천시는 500원을 더 지급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식당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호일보(www.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시, #보건복지부, #급식카드, #편의점도시락,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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