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

김제동의 <톡투유>가 1주년이 됐다. ⓒ JTBC


어느새 무릎을 꿇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모습은 김제동의 전매특허가 돼버렸다. 말하는 사회자가 아닌 듣는 사회자의 모습.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아래 <톡투유>)는 지난해 5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1년이 됐다.

4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톡투유> 기자간담회에서 김제동은 잘 듣는 방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끝까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는 순간이 참 좋다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두 박자 정도 '입을 닥치고 있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김제동은 잘 듣기 위해 상담 공부를 하고 절에 가서 명상을 하는 등의 '연습'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톡투유>는 듣는 프로그램이다. 비교적 오랫동안 여러 지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진행해온 김제동에게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

김제동은 이런 확신을 믿어준 제작진에게 수차례 고마움을 표했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 말고 '우리 이야기'만으로 방송이 되겠나 했는데, 그런 불안을 잘 견뎌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에 적합한 유무로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들어준 제작진이 고맙다"고 그는 말했다.

"'설사 재미있지 않아도 말을 중간에서 끊지는 않는구나'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제작진이 그걸 잘 참고 견뎌줬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역할이 계속 바뀌면서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2주 전에는 싱글맘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시는 여성분이 나와 '내 아들이 잘 클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보는 시선도 그렇고'라고 걱정하더라. 내가 만일 '주위 시선 신경쓰지 마라, 안 그런 사람도 많다, 괜찮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충고나 꼰대질이 되지 않나.

그때 청중들 중에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겼는데, 그 사람이 우리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웠는데 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대답하더라. 나는 그제서야 덧붙인다. '말씀하시는 분의 아이가 자라서 하는 이야기를 방금 들은 것 같다'고. 특별히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힘이다."

침묵의 힘

 김제동의 톡투유

무릎을 꿇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김제동의 모습. ⓒ JTBC


3초 이상 침묵이 이어지면 방송 사고라는 건 방송계의 불문율이었다. <톡투유>는 이를 과감하게 깼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오랜 고민이 배어있었다. 이민수 PD는 "처리하기 힘들었던 게 침묵이었다, 말이 없는 토크쇼는 불가능하니까"라면서 "침묵은 느낌상 긴데 이를 편집하지 않는 편집이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편집하지 않으니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제동 또한 "침묵 뒤에 진짜 말이 나온다"며 일부러 15초에서 20초 정도 마이크를 내리고 가만히 있는다고 밝혔다. 그럴 때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는 거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 모인 기자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김제동은 중간중간 스스로 말을 끊었고 <톡투유> 이민수 PD는 질문을 오랫동안 기다려줬다. "끝까지 기다리면 '실은요' '제가요' 라면서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고 김제동은 말했다. <톡투유> 녹화 현장에 온 듯한 분위기.

"녹화 현장에 오신 분들은 '이건 처음 해보는 이야기인데' 라면서 말을 꺼내는 사람들이 많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거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옳고 그르다는 판단 없이 함께 잘 들어주기 때문에 안전함을 느끼는 거다."

진정한 소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민수 PD는 "<톡투유>는 슬로우 프로그램 같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이제 소통이 신물나는 단어가 돼버렸지만,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같이 막 욕하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무의식 중에 하는 것들이 소통이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게스트 섭외는 분위기에 맞는 사람으로

 김제동의 톡투유

김제동의 <톡투유>의 이민수PD ⓒ JTBC


한편 김제동이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승엽 선수 등 게스트 섭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제동은 "게스트 초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승엽 선수는 고맙게도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다 나가겠다고 했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유명 배우들도 <톡투유>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이민수 PD는 "여러 지자체나 학교에서 '톡투유'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 프로그램으로 인해 어디선가 대화가 되고 이야기가 되게끔 도움이 되고 있구나, 잘 앉아계시다가 잘 돌아가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큰 기대 없다고 했다.

"<톡투유>는 큰 틀이 없어서 오히려 변화무쌍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게 내 이야기다, 저게 우리다'로 여기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하고 저도 거기에 오랫동안 서있었으면 좋겠다. 일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서는 프로그램들, 곁가지로 서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 친구들하고 막 이불 속에 발 밀어넣고 키득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떠는 거 있잖나. 그런 이야기들이라면 좋겠다. 그런 게 의미가 아닐까. 의미를 두지 않는 의미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는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톡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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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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