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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테헤란 밀라드 타워에서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과 'K-Culture' 전시를 관람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이란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알리 자나티 문화이슬람지도부 장관. 오른쪽은 에브테카르 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테헤란 밀라드 타워에서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과 'K-Culture' 전시를 관람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이란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알리 자나티 문화이슬람지도부 장관. 오른쪽은 에브테카르 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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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경제 분야 59건을 비롯한 총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거두며 제2 중동 붐의 한 축인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371억 불(약 42조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관련 교역 촉진으로 이란 경제제재 이전의 교역 수준을 조기에 회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철도·공항·수자원 관리 등의 인프라 건설사업과 석유·가스·전력 등의 에너지 재건 사업 참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문화·ICT 등의 고부가가치 분야로 협력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2일 내놓은 보도자료 중 일부다. 신통방통하고 미스터리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외국만 나가면 '성과'를 그리 거둘까. 여차하면 발을 뺄 수 있는 '양해각서'를 대단한 '성과'인 양 포장하는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를 두고 CBS의 변상욱 대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비꼬았다. 한 마디로, "뻥"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엄청난 정상 외교를 벌여 돈을 번 것처럼 '이란발 52조 성과' 어쩌구하지만 뻥임. 청와대는 대통령 해외순방이 있으면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그 나라와 계약 중, 계약 추진, 심지어 계약 끝난 거까지 긁어모은 다음 그 액수를 합쳐 순방 성과로 홍보한다.

정부가 MOU, 투자유치 약속 등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현혹하는데 언론은 늘 받아만 쓴다. 이번도 우리는 박대통령이 52조 땡겼다고 홍보하지만 이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이란에 250억 달러(약 29조 원) 풀기로 했다고 홍보한다. 돈이 없어 한국은행에 돈 찍으라고 압박 넣는 판에."

양해각서의 허상, 뭘 믿으라는 건가

지난 2일 이란 영자 신문인 <테헤란 타임즈>는 "S. Korea to invest $25b in Iran"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란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South Korea will provide $25 billion in finance for infrastructure projects in Iran)고 말한 내용을 전한 것이다.
 지난 2일 이란 영자 신문인 <테헤란 타임즈>는 "S. Korea to invest $25b in Iran"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란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South Korea will provide $25 billion in finance for infrastructure projects in Iran)고 말한 내용을 전한 것이다.
ⓒ 테헤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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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러했다. 지난 2일 이란의 <테헤란 타임즈>는 'S. Korea to invest $25b in Iran'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란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25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하겠다'(South Korea will provide $25 billion in finance for infrastructure projects in Iran)고 말한 내용을 주요하게 다룬 것이다. 그러니까, 청와대는 '42조'를 강조하고, 이란 측은 250억 달러(약 29조 원) 투자 유치를 강조한 셈이다.

'잭팟 수주'란 용어 자체도 해괴하지만, '42조+a'라는 검증 안 된 숫자 놀이를 또다시 들이미는 저의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미안하지만, 청와대의 언론 플레이에 호응하는 일부 매체들과 달리 국민은 기억 상실증 환자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희대의 사기극이라 전해지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에 당할 만큼 당했지 않나.

"해외 자원개발로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 당시의 자원 외교.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체결한 자원외교 MOU 96건 중 본 계약은 겨우 16건에 불과했습니다. MOU는 정식 계약 전 상호 간 논의내용을 명시할 뿐, 꼭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발 '잭팟 수주'가 알려진 지난 3일, SBS <8뉴스>는 이렇게 꼬집었다. 고작 MOU 가지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경고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이번 이란과의 교역 역시 "석유·가스·전력 등의 에너지 재건 사업"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가 "MB 정부와 우리는 다르다"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도, 실체도 빈약해 보인다. 차라리 눈에 확 들어오는 건 박 대통령이 쓴 '히잡' 정도랄까.

낯 뜨거운 '잭팟' 운운, 기존 손실이나 돌아보길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가 확대되면 두 나라 모두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호혜적으로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국 언론의 표현처럼 한국이 42조 원의 대박을 내거나, 이란 언론의 표현처럼 이란이 250억 달러(약 29조 원)의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썬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 수주나 자원외교로 엄청한 경제적 성과를 올릴 것처럼 선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판명됐다. <경향신문>은 371억 달러 수주가 가능하다고 청와대가 발표한 30개 프로젝트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6건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이란 방문의 경제적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들쭉날쭉한 성과 수치에 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42조 원의 경제적 성과가 창출됐다고 했고, KBS 등 주요 언론도 42조 원을 받아 썼지만 <연합뉴스>와 YTN 등 일부 언론은 52조 원이라고 보도했다. YTN은 42조 원에서 52조 원을 오갔다. 무려 10조 원이 장난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이란 방문 성과 수치의 신뢰는 더욱 떨어졌다."

지난 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난데없는 잭팟…낯뜨거운 대통령 외교 부풀리기' 리포트 중 일부다. 빈 수레가 요란한 양해각서의 이면과 함께 이를 전하는 언론의 호들갑을 동시에 지적한 셈이다.

종합해 보면, 4.13 총선 이후 '민의'를 받아들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싶다. 나날이 최저를 찍는 지지율을 이러한 '잭팟 외교'라는 '뻥'으로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멍청'하거나 '의도가 나쁘거나'다. 아니, 지금까지의 족적으로 미루어 보자면 둘 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성공한 투자로 홍보했었던 영국 DANA사는 유가 수준이 현재보다 높았던 2015년 1월 이미 지급불능(default) 위기가 발생하여 작년에 3천억 원의 구제 자금 지원을 석유공사 이사회가 의결한 바 있다. 4.5조 원을 들여 인수한 하베스트, 3.5조 원으로 인수한 다나 등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진 사업들은 이미 깡통상태여서 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를 계속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최악의 국부 손실, 혈세 낭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은폐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왔다. 하베스트의 인수를 직접 지시한 최경환 전 부총리와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윤상직은 책임을 지는 것은 고사하고 4.13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단 한 명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검찰이 유일하게 기소했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도 1심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부분의 책임자는 더 큰 출세의 길을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석유, 광물자원공사 사상 최악 적자' 자료 중 일부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손실이 지난 5년간 각각 7조9000억 원과 2조3000억 원에 달하지만, 그 책임을 지는 이는 없다는 것이 요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과 의지를 갖췄다면, 낯뜨거운 수식으로 세일즈 외교 홍보에 열을 올릴 시간에 두 공사의 기록적인 손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MB의 자원외교에 속았던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가.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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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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