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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 금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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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높다. 2일 전문가들은 가장 마지막에 내세워야 할 중앙은행(한국은행)의 발권력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청와대와 금융위의 연이은 압박에 양적완화에 나설 뜻을 시사해 재원 마련의 향방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일부 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이다. 4.13총선 직전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입을 빌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총선 참패 이후 빛을 잃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임 위원장이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임 위원장은 지난 4월 29일 언론사 부장단과 오찬 자리를 갖고 "중앙은행이 국가적인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한 발자국 뒤에서 지원은 하겠지만 '빅딜'과 같은 기업구조조정 추진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임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 경제부총리는 컨트롤타워이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하지는 않으며 ▲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며 ▲ 자본확충의 대상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출자는 필요하다면 산은법 개정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면에 나서야 할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나서지 않은 채 중앙은행을 압박하고 양적완화 카드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에 나와야 할 '양적완화'... 가장 먼저 나와

이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중앙은행 발권력은 가장 마지막에 동원해야 하는 것인데 가장 먼저 나왔다"며 "정부에서 책임을 지기 싫어서 중앙은행을 일찌감치 내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돈을 조달하는 방안에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나 증세 등 여러 방안이 있고 양적완화에도 이원적, 선별적 등 종류가 있다"며 "임 위원장은 모든 것을 논의하고 고민해 본 후 양적완화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중앙은행에 짐을 지우려는 태도도 비판했다. 양적완화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인 만큼 책임을 질 주체가 필요하다. 그런데 책임을 질 사람을 정하지 않은 채 중앙은행부터 끌어들인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정부가 추경이나 공적자금 등의 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며 "여야정 합의체를 가동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세계 어느 곳을 보아도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짊어지고 가는 곳은 없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난 다음에 진행을 해야 하는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 발 빠져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주도적인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법정관리가 가시화 되고 있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정부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게 됐다"며 "정부가 주도해서 해결하는 것 말고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지탄했다.

한국은행 양적완화 수용?... "사실상 참여 의사"

이런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집행부 간부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쪽은 "(한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은 하고 있다"며 "4일에 논의를 하고 필요한 점이 있다면 하겠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는 4일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테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한다.

일단은 한국은행이 청와대와 금융위의 전방위적 압박에 한 발자국 물러섰다는 분석이 높다. 백 교수는 "이 총재가 사실상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참여 여부는 4일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백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고수했던 원칙론적인 입장과 비교하면 변화가 있지 않느냐"며 "한국은행을 함께 끌고 가야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정과 금융을 같이 분담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 정책 조합)를 제안했다. 정부의 재정만으로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 채무 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어 정부의 주도로 진행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일부는 국민이 떠안고 일부는 채권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이 자본을 확충해서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낫다"고 했다.


태그:#금융위, #임종룡, #한국은행, #양적완화,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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