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 박성두와 성주란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이상우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새로운 느낌의 영화에 도전했다. ⓒ 이상우 필름


영화를 발표하는 족족 '빨간딱지'가 붙는다. 과장을 좀 보태면 이상우 감독의 영화를 본 국내 관객 보단 해외 영화제에서 그의 작품을 본 관객들이 더 많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내 역대 최다 관객 수가 2416명일까(2011년 작 <바비>로 영화진흥위원회 통계 기준)"라고 사람 좋게 그가 웃는다.

지금껏 10편이 넘는 영화를 찍었으나 그는 국내 감독 중 가장 제한상영가 등급을 많이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데뷔작인 <트로피컬 마닐라>(2008)부터 <엄마는 창녀다>(2009) <아버지는 개다>(2010) <지옥화>(2012)까지 그 등급을 받아, 결국 국내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변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신작 <스타박'스 다방>은 전작과 비교했을 때 역변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가족 영화 느낌이었다. 강원도 삼척을 배경으로 불완전한 가족 구성원들이 시골 다방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한다는 얘기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을 안고 지난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인터뷰 룸에서 이상우 감독(43), 배우 백성현(28), 서신애(19)를 만났다.

악성 댓글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이상우 감독, 배우 서신애, 백성현(왼쪽부터).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이상우 감독, 배우 서신애, 백성현(왼쪽부터). ⓒ 이선필


- 대체 이게 무슨 변화인가. 커피를 좋아하는 청년과 가족 이야기라니. 영화만 놓고 보면 다른 사람의 작품인 줄 알겠다.
이상우 "'여배우 그만 좀 벗겨라', '이상우 네 영화가 다 그렇지' 등 악성댓글에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 열 받아서 나도 좀 따뜻한 거 해보겠다! 생각한 거다(웃음). 섹스, 종교(<지옥화>), 북한 영화(<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 뭐 다 찍어봤는데 계속 망했다. 해외에서만 돌고 이러다가 국내에선 영영 묻힐까봐 겁도 났고."

백성현 "근데 감독님 말에 어폐가 있다. <스타박'스 다방>의 원래 시나리오도 참 심했다. 동성애 코드가 물씬 강했고, 주요 캐릭터들이 좀 더 나이가 많거나 이야기 속 정사 장면도 있었는데 후반에 바뀐 거다."

- 역시... 얘길 들어보니 꽤 오래 시간을 두고 작업한 거 같다. 보통 2주일 안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바로 영화를 찍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잖나. 이 영화의 탄생 배경도 궁금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상우 감독일 줄이야. 다시 생각해도 안 어울린다.
이상우  "이번엔 설마 19세 등급 안 나오겠지. 어떨 거 같나? (웃음) 나도 관객들 좀 만나보자! 2012년 <바비> 전에 원래 묵혀 둔 시나리오가 있었다. <바비> 후 마침 투자하겠다는 분을 만나서 3년 만에 찍게 된 거다. 근데 많이 바뀌긴 했지. 어떤 기사에서 목포 지방에 다방 레지로 일하는 남자 이야기를 봤다. 그걸 바탕으로 쓴 거다.

커피를 통해 가족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마음이 좀 강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둘째는 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머리가 좋은 형만 키우려는 어떤 엄마 이야기도 넣었다. 이게 한국적 정서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은 고민했다

 배우 서신애. 영화 <스타박'스 다방>에서 상두(백성현 분)를 흠모하는 학생 최연서 역을 맡았다.

배우 서신애. 영화 <스타박'스 다방>에서 성두(백성현 분)를 흠모하는 학생 최연서 역을 맡았다. ⓒ 이선필


- 사법 고시를 준비하다 삼척 이모네로 도망치듯 간 청년 성두(백성현 분)가 바로 남자 다방 레지에서 비롯된 것이네. 여기에 이 청년을 흠모하는 시골 경찰(이정구 분)이 있어 동성애 코드가 유쾌하게 느껴진다. 다만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을 거 같다.
백성현 "커피 때문에 감독님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이상우 "내가 커피를 잘 모른다, 하하") 아무렇게나 할 수 없어서 지인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처음부터 배웠다. 그만큼 감독님은 배우에게 많이 열어주신다. 나야 감사한 일이지."

- 백성현씨야 이상우 감독의 전작 <스피드>에 출연했다고 치자. '순수한' 서신애씨는 어쩌다 이 영화에 합류하기로 한 건가. 감독의 전작을 보긴 했는지.
서신애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들이라 보진 못했다. <바비>를 하셨다고 들었고, 예고편은 봤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사실 고민을 많이 하긴 했다. 남자 둘이 좋아하는 설정도 설정이지만 감독님의 정서가 오히려 재밌었다. 그간 슬프고 몽글몽글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 영화로 이렇게 연기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또 이런 부류의 감독님도 계시구나 생각했다(웃음). 주위에선 이상한 감독님이고 영화도 이상하다고들 하는데 좋은 분이다. 근데 아까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욕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웃음)."

백성현 "서신애 양이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소속사에 몇 번을 물어봤다. 진짜 하는 거냐고. 그만큼 의외였던 거지(웃음). 그리고 올해는 감독님이 얌전한 거다. 작년 전주영화제 땐 어휴~ 더 심한 욕도 했다. 부끄러워 혼났다."

 배우 백성현. 영화 <스타벅'스 다방>에서 서울대 법대생이자 카페 일을 하는 청년 박성두 역을 맡았다.

배우 백성현. 영화 <스타벅'스 다방>에서 서울대 법대생이자 카페 일을 하는 청년 박성두 역을 맡았다. ⓒ 이선필


-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도 궁금하다. 서신애씨는 또 성두를 짝사랑하는 소녀 같은 역인데 성두를 좋아하는 또 다른 청년이 있어서 혼란스러웠을 수도.
백성현 "커피 전문가도 아닌데 왜 이 청년이 커피를 사랑했는지 고민이 많았다. 어쨌든 아버지가 없는 설정이고 커피 자체가 아버지를 상징하는 거라 생각했다. 엄마에 대해선 또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고."

서신애 "아무래도 아픈 소녀 역이라 너무 무겁게만 보일까봐 귀엽고 또 성숙하게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옷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시각적으로 일단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극중 성현 오빠처럼 연기적인 고민보단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변태 감독의 항변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이상우 감독, 배우 백성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이상우 감독, 배우 백성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선필


- 시나리오와 함께 콘티는 안 만드시나. 원활한 촬영과 배우들의 이해도를 위해 대부분 콘티를 그리잖나.
이상우 "난 안 만든다. <바비> 할 때 김새론 이 친구가 콘티북을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 난 안 만드는데(웃음). 예산도 부족하고 영화를 빨리빨리 찍어야 해서 촬영 감독 등에게 매번 물어보면서 촬영한다."

서신애 "그게 감독님 스타일인 거 같아서 난 따로 달라고 하지 않았다."

- 이번엔 역대 최고 관객 기록을 넘을 거 같다. 근데 진짜 2416명이 최고 기록이었나. '변태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이번엔 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이상우 "변태? 뭐 그 수식어는 난 좋다. 관객 수는 사실 창피하다. 이번엔 깰 수 있을 거 같다. 15세 등급 받아야 하는데…. 근데 이번 것도 망하면 나 뭐하지?"

백성현 "의상 스태프 중에 감독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본 친구가 있었는데 '따뜻하고 참 좋다'고 하더라. 뭔가 우리가 죄지은 기분이었다."

- 큰 변화를 꾀한 이번 영화를 두고 거는 기대를 각자 밝혀 달라.
이상우 "이번에 출연한 배우들과 또 따뜻한 걸 찍고 싶다. 아까 상영관에서 어떤 관객분이 우시더라. 내 영화 보고 우는 관객을 만날 줄이야!"

백성현 "개인적으로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감독님 영화가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해서 그렇지 막상 보면 공감할 정서가 많다."

서신애 "영화를 보시고 나서 어떤 주제나 목적을 생각하기보단 그냥 마음으로 느끼셨으면 좋겠다. 여러 부류 가족들이 모여서 화합을 이루는 거잖나. 작은 마을 안에서 이뤄지는 소동을 잔잔하게 느끼시길 바란다."

이상우 "이야, 감독보다 말을 더 잘해. 난 진짜 X신 같다(웃음)."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 박성두와 최연서 영화 <스타박'스 다방>는 따뜻한 느낌의 가족 영화이다. 퀴어 코드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자극적이었던 감독의 이전작들에 비해 방향이 많이 바뀐 느낌이다. ⓒ 이상우 필름



이상우 백성현 서신애 전주국제영화제 스타박'스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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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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