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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즈음 조직 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어울림' '소통' '협업' 등이다. 물론 여전히 성과를 중요시하고 과정 등은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팀워크가 강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다. 예전엔 상하관계에 의해 무조건 따라야 했고 상명하복 조직 내에서 직원은 하나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스갯소리로 자책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조직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새 직원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저번에 말했던 계획서 어떻게 됐어? 빨리해야 하지 않아?"

또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이렇게 하지만, '어련히 알아서 할 건데…'라는 표정이다.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이거였다.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데, 언제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더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을 듯하다.

팀장으로 살아남기... 첫 번째는 직원 눈치 보기?

"팀장님 때문에 힘들어요"... 이런 말을 듣고 말았다.
 "팀장님 때문에 힘들어요"... 이런 말을 듣고 말았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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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팀장인 나와 직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장 2년 차인 나는 아직 초보 팀장이다. 수동적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팀원들을 이끌어가야 하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직원과의 일화다. 전입온 지 얼마 안 된 직원이었는데 아무래도 빨리 적응하려면 처음에는 이것저것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주 지적을 하게 되고, 보고서가 올라오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설명과 함께 수정을 해주곤 했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 직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 데요"
"그래, 뭔데?"
"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자꾸 고쳐서 힘들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면서 "전 팀장님은 그러지 않았는데…"라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 아닌가.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탓인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면전에 대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래, 알았어"라고 말할 수밖에.

직원을 보내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해는 되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자라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르고, 조직문화가 바뀌고 모든 게 달라졌는데 나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뻔한 레퍼토리지만 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즈음 애들 왜 이래….'

세월이 흘렀다, 세상이 바뀌었다... 나도 변해야 한다

내 아이디어가 내 것이 아닌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내 아이디어가 내 것이 아닌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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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전에 내가 사원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그 정도 잔소리와 지적은 차라리 고마운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만든 보고서는 사실 내 것이 아니었다. 팀장, 과장, 국장, 실장 등 결재 과정에서 고치는 건 너무도 당연했고, 그 사이에 내용이 바뀌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A로 결론을 내렸는데 B로 가자, 덤으로 모욕적인 말과 행동과 함께…. 심지어는 내가 만든 안이 계속 수정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고, 중간에 고치다가 다시 내가 만든 안으로 되돌아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것이 잘못된 일임에도 그땐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문화였다. 괜히 저항했다간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으니까,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면 상사 흉보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때 동료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공감했던지.

"내 손을 떠난 보고서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 고치든 말든, 그런 거 따져봐야 나만 스트레스거든."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이제 과거일 뿐이다.

그 직원도 그 말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결례를 무릅쓰고 어렵게 말을 꺼냈을 것이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것도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이다. 지적만이 아닌 칭찬과 격려를 함께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가 들었다. "이건 정말 잘했는데! 대단해!" 이렇게.

오늘 저녁은 직원들과 함께하면서 그간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칭찬해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 그게 결국 나를 위한 일일 것이다.


태그:#봉봉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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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보여주는 즐거움도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합니다. 재주가 없으니 그냥 느낀대로 생각나는대로 쓸 겁니다. 언제까지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무모하지만 덤벼들기로 했습니다. 첫글을 기다리는 설레임. 쓰릴있어 좋군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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