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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만성폐질환) 임성준(13)군과 가족 및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만성폐질환) 임성준(13)군과 가족 및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한 피해자 아버지가 항의하는 다른 피해자 아버지를 껴안고 있다. ⓒ 권우성
만 1살된 아기가 병원에 입원해 8개월만에 사망한 한 피해자 아버지가 연단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드릴 수 없다. '사회악' 옥시는 대한민국에서 자진철수하고 폐업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너희가 니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 니 자식 죽인 놈은 우리다.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 권우성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만성폐질환) 임성준(13)군과 가족 및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2일 오후 3시 12분]

"제가요, 우리 애기 한 번 잘 키워보겠다고 매일매일 가습기에다 (살균제를 넣었어요)…. 저 죽일 놈의 새X들이 만든 (살균제를요)…. 그렇게 우리 애기를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였어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아빠였어요."

목이 메여 말을 잊지 못하는 아버지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아래 옥시) 대표이사가 고개를 숙였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의 사과 기자회견을 찾아 "왜 이제야 사과하느냐", "영국 본사 책임자를 불러달라"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기자회견 도중 연단에 올라 거세게 항의한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다시 연단에 올라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대표로 마이크 앞에 선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의 최승운씨는 "옥시는 지난 5년 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과를 요구해 온 피해자들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 사과를 거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는 "옥시의 자진 철수 및 우리 사회에서의 퇴출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백 명을 죽인 살인 기업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반성은 하지 않은 채, 회사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두 번씩이나 변경하며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해 피해자들을 기만했다.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제품으로 사회에 위험을 가하며 온 국민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 이때, 직원들은 태연히 해외 포상여행을 다녀오는 등 반인륜적인 행태를 계속하여 공분하고 있다."

또 최씨는 "우리 피해자들은 실체없는 유령이 아니다"라며 "정말 미안하다면 언론을 이용한 검찰 수사 면피용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 '피해자의 실수가 아니다. 죄송하다. 명백한 우리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며 피해자들인이 납득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사과? 죽은 아이 살릴 수 있나?"

이날 사프달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 1, 2등급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 마련 ▲ 1, 2등급 외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 옥시의 인도적 기금 100억 원 사용 등의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프달 대표이사는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을 만들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라며 "피해자 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최종안은 피해자 분들과 협의해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 사프달 대표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만일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각적이고 신속한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프달 대표이사의 사과에도, 피해자들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사프달 대표이사는 "나도 아빠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과드린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으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이미 죽은 아이 살릴 수 있어요? 사과요?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사과하려면 처음부터 사과하셔야죠. 네? 처음부터 사과하셔야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12년째 만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임성준(13)군의 어머니 권미애(40)씨는 "우리 아이가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요? 학교에 가서 피구하는 거래요"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임군은 이날 휠체어를 탄 채, 산소통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권씨와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아 사프달 대표이사 앞에 서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서울 강남구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 라케쉬 카푸어 등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옥시 최고경영자 검찰 고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민변환경보건위원회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에 대해 옥시 레킷벤키저의 이사진 8명 전원을 살인죄, 살인교사죄, 증거은닉죄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 유성호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옥시 대표 "저도 아빠여서 공감, 사과드린다"

아래는 사프달 대표이사와 기자들 간 주고 받은 질의응답을 요약한 것이다.

- 영국 본사의 사과인가, 한국 법인의 대표로서의 사과인가.
"저는 옥시를 대표하고 있지만, 영국 본사도 대표하고 있다. 제가 한 진심어린 사과는 한국 법인과 영국 본사 모두를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 영국 본사 최고경영자가 자신도 미안하다며 자신을 대신해 사과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오늘 발표하는 모든 방안의 시행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야기했다. 영국 본사의 지원이 있을 것이다."

- 무엇을 사과하는 건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사과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과 사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과와 보상 발표가 5년 간 지연된 것도 사죄드린다."

- 형식적 사과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다.
"저도 아빠이기 때문에 자식을 잃은 피해자 분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지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 상태에서 무얼 한다고 하든 과거의 잘못을 청산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건 저희도 인지하고 있는 바다."

- 언론 인터뷰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제야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늦어졌다. 완벽하고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할 때까지 지연된 것이므로, 때를 기다렸다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다."

-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다.
"만약 저희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이는 우리 회사강령에 의해 즉각 시정조치 할 것이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조할 계획이다."

- 가습기 살균제에 위험 물질이 들어간다는 걸 회사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정황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은 15년 간 시중에 판매됐다. 그 부분과 관련해선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저희도 조사 결과를 알고 싶다."
태그:#가습기, #살균제, #옥시, #레킷벤키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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