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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식연대는 지난 4월 22일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페이지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후레자식연대는 지난 4월 22일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페이지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 후레자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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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혼을 가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오늘은 그 중 하나만 보여주마. 그리고 내일 또 하나.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심보선 시인의 '말들'로 글 문을 열어봅니다. 최근 하루하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후레자식연대'를 만든 최황입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루한 구직 기간을 거쳐야만 했던 서른 둘의 회사원입니다. 지난 4월 22일 후레자식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말 안 듣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생떼나 쓰는, 어른 말씀하시는데 꼬박꼬박 토다는 후레자식'을 전면에 내세운 이 페이지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29일 기준,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약 4750명에 이릅니다.

스스로 '후레자식'이 된 청년, 어버이연합과 싸우자는 건 아닙니다

'we are not your kids' 후레자식연대가 내건 구호다.
 'we are not your kids' 후레자식연대가 내건 구호다.
ⓒ 후레자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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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식연대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처음 만들 때의 심정은 분노였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의 활동을 보며 어버이와 엄마라는 커다란 이름이 괴기한 모습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나는 그런 어버이와 엄마를 둔 적 없노라고, 스스로 '후레자식'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붙인 이름과 연이은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 탓에 예상치 못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어버이'라는 이름이 함부로 쓰이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가 연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후레자식연대의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후레자식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질문도 늘어났습니다.

수천 명이 공감한 '후레자식'이라는 역설이 단순히 반감과 분노로 점철된다면 후레자식연대의 유통기한은 짧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후레자식이라고 깎아내린 청년의 역설은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의 존재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어버이연합이 탄생한 사회 현상, 그리고 그 현상을 만들거나, 부추기거나, 방종한 헤게모니를 향합니다.

때문에 후레자식연대의 일차적 목표는 그분들을 다시 진정한 어버이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 어버이와 엄마라는 이름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는 것입니다. 후레자식연대는 분노나 반감을 위로와 화해로 치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레자식연대의 '유통기한'이 끝나더라도 세련된 실패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질타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후레자식이라고 깎아내린 청년의 역설은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봉사단의 존재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에서 벗어납니다. 후레자식연대는 분노나 반감을 위로와 화해로 치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타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후레자식이라고 깎아내린 청년의 역설은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봉사단의 존재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에서 벗어납니다. 후레자식연대는 분노나 반감을 위로와 화해로 치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후레자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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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식연대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가장 지독한 문제는 다름아닌 '분열'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남쪽과 북쪽이 분열하더니 곧장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했습니다. 이제는 세대 간 분열을 넘어 같은 세대 안의 분열이 횡행합니다.

그 분열의 중심에는 언제나 정치가 있었습니다. 좌와 우가 다른 것을 '틀림'이라 주장하는 한국의 정치학이 있었습니다. 그 이상한 정치학의 최신판이 다름 아닌 어버이연합이라는 현상일 것입니다.

어버이연합이라는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악한 한국 정치학의 찌꺼기들이 보입니다. 청와대라는 힘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노인들이 받아야 하는 대가, 세상의 비난과 소외라는 찌꺼기 말입니다. 여기서 한국의 정치가 빈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외계층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약자를 이용하는 정치, 그 민낯을 '점잖게' 드러낼 겁니다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자인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현수막을 걸고 있다.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자인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현수막을 걸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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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열한 정치의 유통기한은 이상하리만치 길었습니다. 정치의 주체가 시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다시 시민에게 환원하지 않은 채 축적한 권력 사이사이로 개인적 이익을 구겨 넣은 모습이 한국 정치의 민낯입니다.

이렇게 이상한 정치의 유통기한을 단축시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의 몫입니다. 그 몫을 다하려면 우선 분열이라는 지독한 정치적 장치를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후레자식이라고 부르던 청년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점잖은 태도와 균형감각을 잃지 않을 때,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린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후레자식연대라는 이름의 역설입니다. 후레자식연대는 앞서 진보적 가치를 용기있게 말해온 대한민국 효녀연합을 비롯한 청년단체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효녀연합과 어버이날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 희생자 유족을 찾아뵙고 어버이연합 어르신들께 영상편지를 전달할 생각입니다. '이제 그만 우리의 진정한 어버이로 다시 돌아 오시라'는 내용을 담을 겁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그 증거를 보여 줄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또 하나.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태그:#후레자식연대, #청년, #어버이연합,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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