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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북서부 씨엠립 거주하는  현지 여성이 작은다리를 건너 물양동이를 나르고 있다.  사진출처 (UNICEF Cambodia 2015  report)
 캄보디아 북서부 씨엠립 거주하는 현지 여성이 작은다리를 건너 물양동이를 나르고 있다. 사진출처 (UNICEF Cambodia 2015 report)
ⓒ Jorge Alvarez-S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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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가 최악의 가뭄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의 한 사원에는 박쥐 수백여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초기엔 전염병을 의심했지만, 조사 결과 무더위 탓으로 밝혀졌다.

박쥐와 물고기 떼죽음... 코끼리도 쓰러졌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서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코끼리 한마리가 그만 무더위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 주말 숨을 거뒀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서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코끼리 한마리가 그만 무더위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 주말 숨을 거뒀다.
ⓒ Yem Se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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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각)에는 동남아 최대 담수호(총염분 함유량이 1리터 중에 500mg 이하인 호수) 톤레삽의 지류인 톤레 츠마 호수에서 무려 65톤에 달하는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 가뭄으로 수심이 낮아지고 갑작스럽게 수온이 상승해 산소가 부족해진 탓이었다.

같은 날 앙코르유적에서는 무더위 속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40세 암컷 코끼리가 쓰러져 죽었다. 사육사들은 스트레스와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결론 내렸다. 비난 여론이 일자, 코끼리를 소유한 관광회사는 날씨가 시원해질 때까지 코끼리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야생동물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수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날씨가 더욱더 더워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수도 프놈펜을 포함한 일부 내륙지역은 42도 폭염을 기록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에도 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로 인해 매년 11월마다 열렸던 물축제마저 취소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가뭄이 더욱 심해 2년 연속으로 물축제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캄보디아 수자원부는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24개 시도 중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에 시달리는 곳은 캄퐁스푸, 따케오, 쁘레이웽, 바탕방, 반테이 민체이주 등 캄보디아 땅의 2/3 지역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담수호인 톤레삽호수 주변 수심을 측정하는 폴대가 이미 바닥까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차량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담수호인 톤레삽호수 주변 수심을 측정하는 폴대가 이미 바닥까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차량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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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정부가 물 공급 차량을 전국에 급파해 식수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갈수록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차이나의 젖줄로 불리는 장장 4200km 메콩강도 점차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수도 프놈펜을 관통하는 메콩강과 톤레삽강 지류 역시 눈에 띄게 물이 줄었다. 마실 물조차 없어 고통받는 국민들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현지에선 이번 최악의 가뭄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메콩강 상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상류에 댐을 너무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지금처럼 가뭄이 계속돼 메콩강 수위가 낮아진다면, 결국 남중국해 바닷물이 수위가 낮은 메콩강 하류로 역류해 황금곡창지대로 불리는 메콩델타지역에 더 큰 피해가 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바닷물이 내륙으로 100km 가까이 유입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최악의 가뭄사태가 중국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정부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훈센 총리는 한 지방연설에서 "이번 가뭄은 순전히 하늘 탓"이라며 중국을 적극 옹호하는 등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댐 방류해준다면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댐을 너무 많이 만들어 가뭄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비난여론에 대해 훈센총리는 단지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정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댐을 너무 많이 만들어 가뭄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비난여론에 대해 훈센총리는 단지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정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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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압박 때문인지 중국정부가 지난 3월 15일과 4윌 10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 남부 운남성 댐을 방류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하류지역의 해갈에 다소나마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농업용 용수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당장 모내기를 하고 씨를 뿌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식수마저 부족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시골 농민들은 저마다 울상이다. 현지에서 비아그올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교민 주동락씨도 "요즘 가뭄 때문에 하루 종일 땅에 물대기 바쁘다"며 근심을 털어놨다.

수도 프놈 남동쪽 쁘레이벵주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도 "농사는커녕 마실 물도 제대로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쌀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백만 캄보디아 농민들에게는 최악의 위기와 시련이 닥쳐온 셈이다. 농업 관련 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쌀농사는 사상 최악의 흉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시골마을 이장이기도 한 헹 삼랑(56)씨는 "동네 하나밖에 없는 우물조차 최근 마르는 바람에 3~4일 마다 오는 급수차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지난주에는 오지 않았다"라며 "결국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떠다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혹시 이 물이 오염되어 가족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대화 도중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캄보디아 남부 다께오 지방 한 시골마을 소년이 마을에 설치된 빗물저장탱크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남부 다께오 지방 한 시골마을 소년이 마을에 설치된 빗물저장탱크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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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최악의 가뭄사태로 캄보다아 전역 농민들은 농사 걱정에 밤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갈수록 시름이 깊어만가고 있다.
▲ 텃밭에 물을 뿌리고 있는 캄보디아 시골 농민의 모습.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사태로 캄보다아 전역 농민들은 농사 걱정에 밤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갈수록 시름이 깊어만가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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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어업부 한 공무원 역시 "해마다 3백만 톤의 쌀이 남는다는 정부 발표가 있지만, 이 정도 양은 일 년치 국내 소비량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며 "일부 지역의 경우 유통 상의 문제로 쌀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현재 26만5125 헥타르에 달하는 농지에 전혀 물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훈센 총리는 최근 물 공급 차량에 쓸 기름을 재무부가 지원해줄 것을 지시하는 한편, 지난 26일 지방에서 열린 연설에서는 "도지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수도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일선에 머물며 국민들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외신들은 현재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주변 국가들 역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 지역의 우기는 3월부터 10월말까지다. 이미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었어야 할 시기임에도, 비가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기상청 관계자들은 올해 우기가 6월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최소 한 달 이상 가뭄이 더 지속된다는 얘기다.

바닷물 유입에 따른 내륙 염전화 우려마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를 비롯한 인접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이 메콩강 상류댐을 서둘러 추가 방류해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중국이 추가로 방류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메콩강 상류지역에 여전히 많은 댐을 건설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들은 마른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태그:#캄보디아, #CAMBODIA DROUGHT, #메콩강 델타 , #염전화 , #50년만에 최대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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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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