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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오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장
 조정오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장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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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욕심은 없어요. 그냥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같이 일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되겠죠."

조정오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의 말에는 힘이 넘쳤다.

그와 만난 곳은 여주시 북내면 지내리의 여주시 장애인근로복지공장이다. 오는 4월 30일부터 열리는 여주도자기축제를 기대하며 수작업으로 새로운 형태의 손맛이 넘치는 도자기화분을 만들고 있는 공장에는 조 센터장과 센터 회원인 장애인 한 명, 모두 두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많지 않아서 요일 별로 교대로 나와서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공장에는 이미 완성된 도자기화분과 건조와 초벌굽기, 재벌굽기를 통해 화분으로 탄생할 수작업 도자기 화분들이 즐비하다.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기화분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기화분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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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형편으로 보아서는 '힘들다'는 말이 어울릴 듯한데, 조 센터장은 싱글싱글 웃어가며 말을 이어간다.

"우리 공장이 문을 연 것이 2008년 4월 17일이니까 벌써 8년이 되어 가네요. 물론 어렵죠. 안 어렵다고 말하는 게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만 어려운 것은 아니쟎아요."

흙 한 덩이를 떼어내 화분을 만드는 그의 손에는 굵은 힘줄이 솟는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가장 다양한 도자기, 그 중에서도 유행의 변화가 가장 빠른 도자기화분을 만드는 그는 원래 도자기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주지체장애인협회장으로 할동하던 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고민하던 중에 지역의 주요 산업인 도자기를 선택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들이 창작한 다양한 화분
 장애인들이 창작한 다양한 화분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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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이형우 여주시 도예명장을 비롯한 많은 도예인들이 기술 자문과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그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때는 10명가량이 일을 했지만 원청업체가 어려워지면서 몇 번의 위기를 겪을 때는 고민도 많았다는 조정오 센터장.

"아무리 어려워도 버티는 이유는 제가 이곳을 포기하면 우리 장애인들이 일할 곳이 하나 줄어든다는 생각에 때문"이라는 조정오 센터장은 "어차피 도자기축제에 나가서 도자기화분을 팔 때는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그냥 사주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잘 만들어야죠"라면서 대화를 하면서도 도자기화분을 만드는 손길은 쉬지 않는다.

도자기를 통해 장애인들의 희망의 끈을 만들고 있는 조정오 센터장
 도자기를 통해 장애인들의 희망의 끈을 만들고 있는 조정오 센터장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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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의 도자기 종사자들이 즐비한 도자기의 고장 여주에서 짧은 경력에 속하는 여주시 장애인근로복지공장이지만, 해마다 새로운 제품으로 여주도자기축제에 참가해 기능성 도자기 제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페슬러지를 가공해 만든 물이 통과하는 기능성 벽돌과 보도블럭, 물 없이도 다육식물이 잘 자라는 황토화분 등은 기능성과 조형성에서 도예전문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량생산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자활 기회를 만들어 장애인들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정오 센터장은 직접 희망의 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지내리의 작은 공장에서 휠체어에 앉아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주에서 발간되는 격주간지 <남한강신문>에도 송고 되었습니다.



태그:#여주시, #도자기, #축제, #장애인,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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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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