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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친박(박근혜)계와 비박계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총선 패배 책임 떠넘기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선에서 확인된 '회초리 민심'에도 불구하고 공천 갈등 못지않은 계파간 주도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박계에서는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모두 사퇴한 바 있다.

'원유철 비대위' 둘러싼 파열음 

새누리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긴급최고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긴급최고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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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17일 "필승지국(必勝之局)을 유사 이래 처음으로 2당으로 만든 잘못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원 원내대표는)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세연·오신환·이학재·주광덕·황영철 의원 등 당내 초·재선 및 쇄신파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해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새누리당에 강력한 레드카드를 꺼냈는데 우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당의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의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계는 새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는 일단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맡아 총선 패배 후폭풍을 수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대안이 없는 만큼 우선 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관리형 비대위를 꾸려 급한 불을 끄고, 새로운 지도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비대위 구성을 놓고 이렇게 또 싸우면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느냐, 비박계에도 좋을 게 없다"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 둘러싼 주도권 싸움 조기 점화

새누리당 김세연(왼쪽부터), 이학재, 황영철, 오신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원내대표를 최단 기간 내에 선출한 뒤 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세연(왼쪽부터), 이학재, 황영철, 오신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원내대표를 최단 기간 내에 선출한 뒤 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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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대위의 성격을 두고도 여러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비박계와 당내 쇄신파들은 강력한 당 혁신을 추진하는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세연·오신환·이학재·주광덕·황영철 의원 등은 "비대위는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이 되어야 한다"라며 "혁신 비대위는 이번 참패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후 이를 통해 당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 지도 체제의 구조적 문제와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 등에 대해 본질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도 이날 "당 내부의 몸부림만으로는 당이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 세력과 협력해야 한다"라며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한 혁신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비대위 구성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은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비박계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공천을 주도하고 당내 주류 행세를 했던 친박계의 2선 퇴진을 관철할 태세지만 친박계는 이번 총선을 통해 불린 세를 기반으로 당내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차기 당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되면서 친박과 비박 간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당내 권력 다툼과 맞물려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보다는 서로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목소리가 크다. 새누리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이날 총선 패배의 책임을 김무성 대표에게 떠넘겼다.

김무성 겨냥한 이한구,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

이 의원은 이날 언론을 통해 "당 대표 스스로 '우리 당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떠들고 다니니 누가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주겠느냐"라며 "내부에서 엉뚱한 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면서 제대로 된 전략이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공천 책임론'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빨리 사태를 추슬러야 한다"라고 피해갔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김 대표와 이 의원을 모두 겨냥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MBC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해 총선 참패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두 분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공천을 주도한, 그리고 선거를 주도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옥새 파동과 이 의원의 공천 결과 중 어느 것이 더 책임이 큰가'라는 질문에는 "난형난제"라면서도 "김 대표가 옥새파동이 수도권 표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정말 생각을 했던 것인가 (의심스럽다)"라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아닌가 싶다, 결국 부산에서도 다섯 군데 지지 않았느냐"라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볼썽사나운 책임론 공방을 지켜보는 당내 쇄신파들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여도 모자란 판에 남 탓만 하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라며 "민심이 완전히 등을 돌릴까 두렵다, 처절한 반성과 이에 따른 쇄신밖에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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