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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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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반성하지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대 총선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라고 한 것을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그간 선거 패배 때 상투적으로 나왔던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표현조차 없었다. 즉, 이번 20대 총선 결과를 '정권심판론'의 승리로 인정하지 않겠단 태도다.

무엇보다 '셀프디스'에 가까운 논평이기도 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가 곧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박 대통령이 선거 전날 내놓은 주문은 '야당 심판론'이었다.

결국, 청와대가 16년 만의 여소야대 상황이 만들어지고 여권의 텃밭이었던 영남의 전체 의석 65석 중 17석을 야당과 무소속에게 내준 상황에서도 기존 국정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 같은 지적을 예상한 듯 "대통령의 공식발언으로 봐도 좋냐"는 질문에 "대통령 발언이 아닌 대변인 브리핑"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또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참모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신동철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사표 제출 사실을 확인시켜주면서도 총선 전에 미리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즉, 선거 결과와 관계 없다는 얘기다.

'선거의 여왕' 행보에 오히려 역풍 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일진복합소재 윤영길 임원으로부터 CNG저장용 복합재료 고압용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용기를 들어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일진복합소재 윤영길 임원으로부터 CNG저장용 복합재료 고압용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용기를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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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청와대 역시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 대통령도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선거개입'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최근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돌면서 사실상 여당을 지원사격했다. 또 국무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야당심판론'을 꾸준하게 제기했고 선거 당일엔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 색 재킷을 입고 투표를 행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야당심판론' 주문 박 대통령, 총선 전날까지 선거 개입)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그간의 탈북자 보도 원칙을 스스로 깨고 공개해 '신종 북풍'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 하루 전인 12일엔 산학협력 5개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앞으로 5년 간 5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사실상 공약에 가까운 정책 발표였다.

이와 관련,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민주정부 중 이렇게 노골적이고 전면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부는 없다"라며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더민주의 경고는 실현됐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오히려 역풍으로 다가온 격이다.

당 장악력도 수직낙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새누리당의 참패 원인은 '공천파동'으로 꼽힌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공천시키기 위해 오만한 공천을 강행하면서 유권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김무성 당대표도 "공천 과정에서부터 오만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고, 당력을 결집하지 못했다"라고 이를 인정했다.

이 같은 공천을 주도했던 친박계의 책임론이 대두될수록 기존의 수직적인 당청관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간 친박이 우위를 점했던 당 지도부는 이날 사실상 와해됐다. 김무성 당대표뿐 아니라 김태호 최고위원, 황진하 사무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은 낙선했다.

즉, 서청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선출직 최고위원 모두가 사의를 표명한 셈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쳐 새 지도부 구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비박(비박근혜) 측이 당 주류를 이룬다면 수직적 당청관계부터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원내 1당의 지위를 상실한 것도 크다. 이 때문에 당의 공천배제 결과에 무소속 출마해 생환한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한 복당 여론이 드세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호를 과감히 열어야 한다, 보수적 가치를 지켜가기 위한 전체 세(勢)의 확장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찬성했다. 즉,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혔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복귀하면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레임덕 기로에 선 박 대통령, 인적쇄신 카드 밖에 없는데...

이 모든 것들은 곧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직결된다.

당장,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으로 짜이면서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 대통령의 '관심법안' 통과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간 자신의 '콘크리트 지지율'과 과반 의석의 여당을 주요 축으로 삼아 국정을 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선 무엇 하나도 쉽지 않은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결국, 청와대는 이 같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하고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임기 첫해부터 함께 한 각료들을 교체하는 '단계적 쇄신' 가능성이 부각된다. 특히 앞서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사의 표명을 통해 참모진 일부를 교체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할 수 있는 인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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