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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한식문화관에서 열린 K-Style Hub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참석, 관광홍보대사 배우 송중기와 대화하고 있다
▲ 송중기 만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한식문화관에서 열린 K-Style Hub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참석, 관광홍보대사 배우 송중기와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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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활짝 웃을 순 없다. "국민을 웃게 해 줘야지 자신만 웃는다"는 하소연이 들리는지 마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송중기를 만나 낯뜨거운 모습을 보였다.

"진짜 청년 애국자"
"(태양의 후예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모범사례"

11일 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배우 송중기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찬사란다. 이어진 제5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도 <태양의 후예>를 무려 "콘텐츠 산업과 제조업의 동반성장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3월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태양의 후예>를 언급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팬들이 "우리 송중기 오빠는 놔두시라"고 애원했지만 기어이 그를 불러 '창조경제'를 운운한 것이다.

향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한류 홍보대사를 "진짜 애국자"라고 칭송한 것까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드라마에 "창조경제"라는 숟가락을 얻는 대목에선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무려 2016년이지만 문화에 관한 박 대통령의 사고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쥬라기 공원>은 현대자동차 15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고 운운했던 1993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진 그저 한탄하며 대통령이 송중기라는 배우를 과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총선 이틀 전에 기어코 송중기와 사진을 찍은 것까지도 "원래 소화하려던 일정"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4.13 총선이 끝나고 고작 3일 후면 '세월호 2주기'라는 사실을 대통령은 까맣게 잊은 것 같다. 아니다. '선거(운동)의 여왕'이라 불리는 대통령이 그렇게 날짜 감각이 없을 리가. 혹시 다른 중대사 때문에 잠시 잊은 것은 아닐까. 11일 하루 언론을 뒤덮었던 북한 관련 뉴스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 슬프게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총선에 눈이 멀어 '세월호'를 망각하는 대통령 말이다.

총선 이틀 전 터진 '창조 북풍'

쏟아진 집단 탈북 보도들
 쏟아진 집단 탈북 보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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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창조 북풍'이다. 통일부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긴급 발표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니. 대통령이 빨간색 옷을 입고 '경제 행보'라며 부산과 대구로 발 벗고 뛰는 것으로 모자랐나. 촌스럽게도 '쌍팔년도' 방식의 '북풍'을 직접 지시하다니 말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8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발표가 통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이를 확인해줬다고 한다. 주무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나서 직접 발표를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가?

통상 탈북자는 입국 뒤에 국가정보원 등의 합동 신문을 거쳐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데 정부는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탈북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정부가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 북쪽에 남은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진다며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어긋난다."

11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내놓은 "집단 탈북 사건 공개 지시, 청와대는 총선 개입 중단하라"는 제목의 브리핑 중 일부다. 청와대가 탈북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곤경에 처하게 하는 발표를 강행시켰다니, 의혹이라고 부인하기엔 시점 자체가 너무 '저질'이다. 무엇보다 이 정도급 '북풍'으로 더는 2016년의 유권자를 흔들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 청와대의 인식은 훨씬 더 저질이다.

모르겠다. 청와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을지. 종편과 보수언론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면 우쭐대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11일 청와대는 <한겨레> 보도 이후 쏟아진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전례에 따른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창조 북풍'은 분명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화룡점정을 찍을 만한 일이지 않은가.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 심판하는 4.13총선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일진복합소재 윤영길 임원으로부터 CNG저장용 복합재료 고압용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용기를 들어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일진복합소재 윤영길 임원으로부터 CNG저장용 복합재료 고압용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용기를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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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 옷'을 입고, 여야의 접전지역인 청주에서 '이번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밝혔는데, 누가 들어도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안들을 (국회에) 통과시켜달라고, 이것이 바로 창조 경제와 벤처창업 기업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안 해줬다'며 국회와 야당을 대놓고 비난했습니다.

2016총선넷은 이러한 대통령의 격전지 방문과 국회에 대한 비판 발언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선관위에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일 2016총선네트워크(아래 총선넷)는 박 대통령을 선관위에 신고했다. 총선넷의 신고는 "보자 보자 하니까 더는 못 참겠다"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미 총선 한 달여 전부터 일각에선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탄핵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선거 개입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청와대의 '북풍'지시다. 여당의 공천학살 이후 소위 진박 후보들을 대구에 보냈지만, 성적이 신통찮았으니 대통령의 노심초사가 얼마나 심했을까.

하지만 "박근혜를 도와달라"는 최경환·서청원 의원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총선에 임하는 다수 유권자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국정교과서와 국정원 댓글 사건을 필두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것도 모자라 국가채무, 청년실업 등 최악의 경제지표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구와 부산에서 새누리당이 큰절하고, 삭발하며 읍소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이들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대통령님은 드라마 주인공과 만나 활짝 미소를 짓고 계시다. 그 미소가 유권자의 선택 앞에서 총선 이후에도 이어질지, 과연 세월호 2주기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때다.


태그:#박근혜, #송중기, #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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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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