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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상폐기 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과 시민들이 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성 없는 사과를 규탄하며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 폐기를 촉구했다.
▲ 매서운 찬바람 속 대학생들 "소녀상 지켜주세요" 한일협상폐기 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과 시민들이 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성 없는 사과를 규탄하며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 폐기를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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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후 4시 14분]

"시를 낭송하고, 노래도 부르고 서로에게 편지를 썼어요. 이것이 검찰에 기소될만한 일인가요?"

지난 5일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 중 첫 입건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다. 종로 경찰서가 일본 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진행된 문화제에 참석한 홍아무개(22, 대학생)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이다. 홍씨는 지난 1월 4일 소녀상 앞에서 열린 문화제의 사회자로,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여러 언론이 '홍아무개씨'라며 의미심장하게 부른 이 대학생은 사실 나와 함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나비 네트워크' 활동을 했던 홍희진이라는 후배다.

5일 아침, 기사를 보자마자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후배에게 '네가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 뒤, 우리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 9일,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시금 마주 앉았다.

지난 6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대학생대책위가 '박근혜 정권은 정의로운 대학생에 대한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발언에 나선 홍희진씨.
▲ 기자회견에 나선 홍희진씨 지난 6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대학생대책위가 '박근혜 정권은 정의로운 대학생에 대한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발언에 나선 홍희진씨.
ⓒ 평화나비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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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상 앞에서 진행한 문화제 사회를 보았다고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당시 상황 설명을 부탁합니다.
"매일 밤 문화제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지난 1월 4일에 제가 문화제 사회를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함께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서로가 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시와 편지, 노래로 풀어냈죠. 그런데 경찰에서는 '소녀상을 지켜내자'는 외침을 불법 집회로 규정했습니다."

- 경찰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나요.
"'왜 사회를 보게 되었느냐', '발언자는 어떻게 섭외했느냐', '어떤 단체 소속이냐'와 같은 질문이었어요. 계속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숨어있는 뜻, 저의가 무엇이냐'는 식으로 질문했어요. 궁금했어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픈 과거와 평화로운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경찰이 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처음 전화를 받고 사실 정말 황당했어요. '기소'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으니까요. 기사를 보고 선배들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요. 큰 비리를 저지른 사람도 수사를 몇 년이나 끌면서 기소하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죄 짓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일사천리로 2~3개월 만에 기소되었다고 하니까... '경찰은 내가 저런 사람들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경찰은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주도한 다른 대학생도 입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총선 관련 이슈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계속 묻히고 있어요. 일본 고위 관리가 '일본의 10억 엔 지원과 소녀상 철거가 패키지'라는 망언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위안부'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선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찬성하는 정치인이 많이 당선된다면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학생들이 입건되지 않을까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번 총선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농성할 때 자면 죽을까봐 무서워 못 잘 정도로 추웠어요. 침낭이 있지만 맨 몸을 버틴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핫팩 흔들어서 넣고 자고. 그런데 같이 싸워준 국회의원은 없었어요. 농성을 도와준 국회의원들은 있었지만, 국회에서 직접 싸워준 국회의원은 없었잖아요. 국민들과 함께하는 국회의원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어요. 진심으로요. 이번 총선에서는 적어도 '위안부' 피해자 옆, 소녀상 옆에 있어줄 국회의원이 당선되었으면 좋겠어요."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이 쌍화차로 건배를 하고 있다.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이 쌍화차로 건배를 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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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지키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대학생에게 날아 온 것은 소환장이었고, 검찰 송치라는 결과였다. 기소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대학생은 간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저 과거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학생들은 그 때문에 이 추운 겨울 견뎠던 것이고요. 날씨가 풀리고 봄이 왔는데, 할머니들의 마음에도 봄이 왔을까요? 이번 봄에는 적어도 국회에서 할머니들과 대학생들을 위해 싸워줄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뽑혔으면 좋겠어요."

일본군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지키기 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1월 6일 오후 종로구 일본대사관앞 소녀상 에서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길다란 현수막을 펼쳐지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소녀상(평화비) 지키기 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1월 6일 오후 종로구 일본대사관앞 소녀상 에서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길다란 현수막을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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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샘 시민기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입니다.



태그:#위안부, #소녀상, #평화나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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