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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대구·경북권 선대위원장이 3월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대구 동구갑 정종섭 후보와 함께 회의실을 빠져 나오고 있다.
 최경환 대구·경북권 선대위원장이 3월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대구 동구갑 정종섭 후보와 함께 회의실을 빠져 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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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구는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허수아비도 당선되는 곳이라 평가받는 곳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뚜렷한 민심 이반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속속 공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구 민심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지역의 12개 지역구 모두를 독식했다. 그러나 4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지역구 12개 중 절반 이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 이후, 이 지역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새누리당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여론조사의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텃밭 중의 텃밭인 대구에서 반타작에 그칠 수도 있다.

대구는 대통령의 사람들인 '진박'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진박'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공천학살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천파동의 후유증이 민심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김부겸 후보(대구 수성갑)와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대구 북구을) 역시 김문수 후보와 양영모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로라면 대구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새누리당의 발등에 불이 붙은 이유다.

현재 이 지역의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최경환 대구경북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선거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되자 그는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상기시키며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을 봐서라도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일 대구서문시장 유세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선거가 잘못되면 큰일 난다"며 "대구시민이 열화와 같은 지지로 뽑은 대통령이 앞으로 2년간 일을 못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대구 발전도 시킬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경환 위원장의 읍소는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우리가 남이가'의 순화 버전이다. 지역주의는 네거티브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의 저급·저렴화를 부추겨온 실질적인 주범이었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져야 할 곳에 네거티브와 색깔론,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선거 풍토가 자라난 결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정치 문화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정권을 놓치 않았던 정치의 중심축이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발전시킬 사명과 의무가 있다. (이는 정치정당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들에게는 또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한 역할과 소임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막중한 책무가 있는 새누리당이 여전히 지역주의와 네거티브에 목을 매고 있다. 그들이 독재시대와 권위주의 시절에 횡횡했던 과거의 방식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동안 이 전략으로 실패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네거티브에 대한 새누리당의 집착이 본능이라면 그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원천은 변치않는 지역 민심이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대구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진박' 후보들과 새누리당 후보들의 절반 가까이가 무소속 후보들과 야권 후보들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장면은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대구지역의 민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다. 새누리당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며 재빨리 지역주의를 소환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명확해진다.

물론 이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거 막판이 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요동치고 있는 대구의 현재 모습만으로도 그 의미는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지역주의를 거론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대구'의 상징성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망국적인 지역주의의 상징이자 첨병이었던 대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20대 총선 대구 민심, #20대 총선 대구 여론조사, #김부겸 홍의락, #대구 진박 고전, #유승민 무소속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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