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강릉의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 된 소나무는 강릉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 내가 바로 강릉 소나무 강릉의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 된 소나무는 강릉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가을바람 잎 새에 한 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 다 시들었네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 허난설헌 <감우> 중에서

향기가 가시지 않는 건 난초 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나고 자란 초당 솔숲의 향기는 아마 그보다 더욱 진했으리라. 허균과 허난설헌, 김시습, 신봉승까지 초당 솔숲이 품어낸 문인들의 글은 솔향 만큼이나 깊고 여운이 길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솔숲은 그리 향기롭지만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봄, 가을이면 몇 시간을 걸어 회산 솔숲을 향했고 중고등학교 시절 역시 소풍날이 되면 초등학생 시절보다 곱절을 걸어 송정 솔숲으로 향했다. 그런 탓에 내게 솔숲은 그야말로 고달픔의 기억이었다. 강릉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아마 한결 같은 기억이 될 것이다. 그래도 솔숲에서 소나무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괜스레 웃음도 난다.

솔숲 피크닉에 추천해 드려요
*허균·난설헌 기념공원과 녹색도시체험센터 '이젠' 사이의 초당 솔숲*송정 해변 도로와 마주한 송정 솔숲
*강릉 지역 학교들의 대표 소풍 장소 회산 솔숲
*그 밖에 해변을 따라 지천인 수많은 솔숲들 

강릉 소나무는 유명세를 넘어 강릉의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하늘로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는 백두대간과 동해가 맞닿아 있는 이곳의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 되어 있다. 초당 솔숲에는 대략 3천여 그루의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들은 하늘을 향해 올곧게 자라있어 하늘을 온전히 보기 힘들 정도다. 줄기가 붉고 마디가 길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린 강릉의 솔숲, 사철 푸른 소나무는 예로부터 신성하다하여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로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선교장 후원에 있는 소나무는 올해 나이가 무려 553살이며 율곡 이이마저 400여 년 전 강릉 소나무의 우수성을 칭송하며 "소나무를 잘 가꾸라"는 호송설을 주장했다고 하니 강릉 소나무의 존재는 그저 한 그루의 나무라고만 볼 수 없는 셈이다.

  소나무가 가득한 솔숲에서는 피크닉이 더욱 풍성한 느낌
▲ 피크닉바구니 소나무가 가득한 솔숲에서는 피크닉이 더욱 풍성한 느낌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그 '대단한' 소나무가 가득한 솔숲에서는 피크닉마저 일종의 의식 같고 그곳에서 내리는 커피에는 어떤 묘약과 같은 영험함이 깃들 것만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명상만 해도 좋겠다. 조금 귀찮거나 손이 설더라도 원두를 갈고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셔 봐도 좋겠다.

솔숲은 무엇을 해도 어울리는 소풍장소다. 책을 읽기에도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이 솔숲을 조금 더 충만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허균·난설헌기념공원과 녹색도시체험센터  이젠을 마주하고 있다.
▲ 강릉의 대표 솔숲 중 하나인 초당솔숲 허균·난설헌기념공원과 녹색도시체험센터 이젠을 마주하고 있다.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초당 솔숲은 허균·난설헌 기념공원과 녹색도시체험센터 이젠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이 두 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기념공원에서는 400여 년 전 두 남매의 역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허균이 태어난 강릉 사천의 마을에는  조그마한 야산이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이무기가 기어가듯 구불구불해서 교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허균의 호가 된 그 지명은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붙여진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신이 나고 자란 강릉을 좋아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역사가 살아있는 이곳 공원 안에는 다도체험관이 있어서 천 원만 내면 다도회 회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전통차와 다과를 맛볼 수 있다. 솔숲의 기운을 받아 그윽한 차 한 잔을 마주하면 저절로 내면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강릉을 대표하는 두 문인, 허균과 난설헌의 생가를 복원해놓았다
▲ 허균`난설헌기념공원 강릉을 대표하는 두 문인, 허균과 난설헌의 생가를 복원해놓았다
ⓒ 권정삼

관련사진보기


또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초당 솔숲에서 시작해 호수까지 거닐고 작은 음악회까지 마련되는 달빛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소나무 사이로 환한 달빛이 쏟아지고 그곳을 가득 채우는 음악이 더해질 때 세상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달밤의 솔숲 피크닉이 완성된다. 

초당솔숲을 둘러 호수를 걷는 '달빛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초당솔숲을 둘러 호수를 걷는 '달빛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허균`난설헌 생가에서 달빛 산책 후 진행되는 음악회
▲ 달빛음악회 허균`난설헌 생가에서 달빛 산책 후 진행되는 음악회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솔숲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상쾌한 기분이 드는데 그건 기분 탓만이 아니다. 그 이유는 피톤치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폐기능을 높여준다는 피톤치드는 숲이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다. 이 피톤치드는 편백나무에 많기로 유명한데 산림청에 따르면 편백나무보다 강원도의 소나무가 오히려 4배 이상 많은 피톤치드를 내뿜는다고 한다. 소나무가 전하는 유구한 역사와 좋은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솔숲 소풍을 마지막으로 피크닉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책 한 권, 자리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 피크닉을 즐겨보세요 책 한 권, 자리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 박소영

관련사진보기


수많은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

어느 날, 바다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호수가 속삭였고 솔숲이 나를 안았다. 마음을 치유 하고 즐거움을 찾고 수많은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강릉의 자연 속에서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소풍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생각할지는 당신의 몫. 그리고 그 시간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당신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바다와 호수와 솔숲은 당신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