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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6일 오전 마포 당사에서 야권 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6일 오전 마포 당사에서 야권 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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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연대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저 새누리당에 반대하고 이기기 위해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조건 뭉치기만 한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 정치공학적 덧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단순히 힘을 합치는 정치공학적 연대로는 어떠한 감동도, 공감도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야권이 연대 없이 거대 여당과 맞설 수 있을까. '일여다야' 구도의 총선에서 야권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아니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안철수 대표에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단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야권 연대를 하지 않아도 국민은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야권 연대를 거부하며 안철수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근거가 고작 비과학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소망'이라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선거는 (성경의 표현을 빌자면)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는 통계이자 확률이다. 안철수 대표의 간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역대 선거의 결과는 그의 믿음과 소망의 덧없음을 입증하는 엄연한 '실상'이다.

야당, '자만하지 않는 토끼' 새누리당 이기려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진박' 정종섭(대구 동구갑) 후보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진박' 정종섭, 공동선대위원장과 기념촬영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진박' 정종섭(대구 동구갑) 후보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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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제도는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시민의 일갈처럼 "나라를 팔아먹어도 여당을 지지할" 40%에 가까운 유권자가 존재하는 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여기에 영남 대 호남의 극심한 인구 구성 편차와 지역주의에 기반한 투표 성향, 그리고 편파적인 언론 환경까지 더해진다면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확률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 시스템에 자만해서 손을 놓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못 하는 일이 없다. 갖은 감언이설은 기본이고, 유권자들의 혼을 빼놓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하며, 심지어 북한이라는 상수마저 활용한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뛰고 또 뛴다.

느림보 거북이가 자만하지 않는 토끼를 이길 수는 없다. 아쉽게도 현실은 낭만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야권이 연대 없이 선거 승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새누리당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과연 안철수 대표의 소망처럼 각개전투만으로도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선거는 낭만이 배제된 현실이자 통계이며, 확률이다.

흔히들 '연대만으로는 안 되지만 연대 없이도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도 있다. 연대의 본질을 규정하는 가장 명징한 표현들이 아닐까 싶다. 정말 그렇다. 야권 연대가 승리를 위한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야권의 공조 없이는 이길 가능성마저 완전히 사라진다.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 야권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시민사회와 범야권이 강력하게 연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대와 관련해서 야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연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 같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공학적 셈법을 덜어낸 연대, 손이 아니라 마음을 맞잡는 연대, 총선 이후까지 생각하는 '범야권정책연대'만이 유권자의 감동을 불러 모을 수 있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대 무용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의 말 속에 답이 있는 것이다.

대승적 태도 보인 더컸유세단, 야권 연대도 이렇게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경선에서 패한 김광진, 이동학, 김빈, 남영희, 장하나, 정청래 후보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컸유세단' 출정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잘리고 배제되고 탈락한 저희들이 전국의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 그분들로부터 위로 받고 그분들을 위로할 것이다"며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진정한 주인인 세상, 경제민주화 포용적 성장과 더 많은 민주주의 성취를 위해 총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고 말했다.
▲ 더컸유세단 "더민주 더 사랑해요"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경선에서 패한 김광진, 이동학, 김빈, 남영희, 장하나, 정청래 후보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컸유세단' 출정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잘리고 배제되고 탈락한 저희들이 전국의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 그분들로부터 위로 받고 그분들을 위로할 것이다"며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진정한 주인인 세상, 경제민주화 포용적 성장과 더 많은 민주주의 성취를 위해 총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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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연대와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요즘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더컸유세단'이 큰 화제다. '더컸유세단'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컷오프되어 공천을 받지 못한 더민주 전 예비후보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김광진 의원, 장하나 의원, 이동학 전 혁신의원, 김빈 전 청년 비례대표 후보 등으로 구성된 '더컸유세단'은 공천과정에서의 아쉬움과 서운함을 뒤로 한 채 당의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이 장면은 커다란 울림이 있다. 그동안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탈당에 이은 무소속 출마가 관행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관망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선거를 지켜보고는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이들은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더 먼 미래를 생각했다. 단순히 결과에 승복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고, 총선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다시 뛰기로 마음먹었다. 당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밀알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더민주의 공천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들이 얼마나 대승적인 견지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을 이어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님에도 동료의 선거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분명히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스토리가 있는 장면이 연출되자 시민들의 감동과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에 불복하는 정치 문화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 '더컸유세단'의 진심이 통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야권 연대가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정치 공학에 매몰된 연대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연대를 위한 연대, 필요에 따른 반쪽짜리 연대만을 해왔기 때문에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연대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지나친 경쟁과 네거티브,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후진 정치, 경선 상대의 당선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가 지속되는 한 야권 연대는 선거를 앞둔 정치 공학의 산물이라는 비판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발 빠르게 연대 논의하고 '범야권정책연대' 결성으로 이어가야

다음 달 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이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당 대 당 야권 연대는 무산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남은 것은 지역별 후보 간의 개별적인 연대뿐이다. 이마저도 각 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인천과 춘천, 창원 등지에서 간간이 연대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남아있는 지역에 비하면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더컸유세단'의 존재와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감동이 있는 야권 연대를 이루어 내려면 '더컸유세단'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자기 희생과 헌신, 대의를 위한 대승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빠른 시간 안에 지역 후보간 연대에 합의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벗어나 누가 되든 상대 후보의 당선을 위해 끝까지 발벗고 협심한다면 총선 승리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이 분위기를 '범야권정책연대'의 결성으로까지 이어갈 수만 있다면 정권 교체 희망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사연이 있는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급선무다. 자고로 내려 놓으면 얻게 되고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라 했다. 야권은 '더컸유세단'을 주목해야 한다. 야권 연대의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쓴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더민주 더컸유세단, # 더컸유세단, #야권 연대, #정청래 김광진 장하나 김빈, #야권연대 국민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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