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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당들이 청년들의 표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는 정작 청년이 없다.

지난 19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4.5세로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자 퇴직 평균연령 52세(2014년 기준)보다 높다. 국회의원 또한 임금근로자임을 감안했을 때 국회의원의 연령은 사회의 다른 조직보다 훨씬 고령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의 연령이 이렇게 높은 것은 단순히 유권자의 선택이라기보다 20~30대의 청년들에게 정치활동의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19대 총선에서 20대 후보자의 비율은 1.2%, 30대 후보자 비율은 2.2%였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청년 세대를 대표해 정치계에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있다. 작년 12월에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 3번으로 선출된 김주온(25세)도 그중 하나다. 지난 2월, 김주온 후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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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 기본소득 카드뉴스의 모델로 활동 중인 김주온 후보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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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된 계기

- 이번에 비례대표 후보가 되면서 처음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에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아래 '기청넷')의 활동가였다. 기본소득운동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처음엔 기본소득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여성주의 작가들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바로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후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기청넷을 찾아갔다. 마침 그곳도 신생 단체라 활동가가 필요한 상태였다.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활동가로 이어지게 됐다.

예전에는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 사람들 앞에서 발언을 삼갔었다. 그런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주로 여성, 청년 등-이 너무 말을 안 하니까 나이 많은 남성밖에 말을 안 하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당사자가 직접 자기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기본소득운동도 당사자로서 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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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기본소득 전국투어에서 김주온 후보(좌))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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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운동을 활발히 해 오다가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까지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총선 국면에 기본소득운동을 어떻게 개입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녹색당에서 후보 제안이 먼저 들어왔었다. 당 안팎에서 기본소득 이슈를 가장 활발하게 이어오던 정당이어서 신뢰가 갔다. 녹색당과 함께라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당의 정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이야기해야겠다 싶었다."

- 기존에 해오던 활동과 정당 후보라는 역할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비례대표 후보가 된 느낌은 어땠는지?
"녹색당 선거운동이 좀 유별나다. 다른 당처럼 특정 후보자 몇몇 유명세에 치중하는 인물 위주의 홍보가 아니다. 우리는 정책과 의제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기본소득선본', '탈핵선본', '동물권선본' 등 선거운동본부 이름 자체가 정책과 의제다. 내가 속한 선본은 <기본소득선거운동본부>다. 이러다 보니 후보가 된 이후에도 기본소득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 크다."

기본소득과 정책

- 기본소득을 말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노동당도 기본소득을 주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기본소득 의제에 대해 다른 당과 차별화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노동당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당이 기본소득을 말해야 한다. 작년에 성남시에서 청년 수당이 추진된 이후에 기본소득을 말하는 정치인이 많아졌다. 다른 당의 후보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알고 싶다며 녹색당으로 문의해오기도 한다.

노동당의 정책은 녹색당과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거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실험을 모색해보는 것도 '기본소득'이라는 하나의 틀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핀란드의 경우 기본소득을 처음으로 말한 게 녹색당이었다. 그러다 다른 정당들도 합세하고 세력이 커지면서 이번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녹색당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절대 추상적이지 않다.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에서부터 시행 방안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준비돼 있다. 잘 보면 다른 어떤 정책보다 현실적인 정책이다. 다만 이런 좋은 정책이 전혀 가시화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잘 모르고, 모르다 보니 지지할 수도 없는 거다.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단순히 '공돈을 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지금과 다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의 발판으로 기본소득을 봐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사회적 전환이라는 큰 그림과 함께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녹색당의 강점이자 차별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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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사회복지 어르신모임 '장미꽃사랑'에서 기본소득 통장을 들고 홍보 중인 김주온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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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동사랑방협동조합에서 기본소득 통장을 들고 홍보 중인 김주온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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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만들어 낼 '사회적 전환'은 어떤 모습일까? 기본소득이 실현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녹색당의 정책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하기 위해 정책이란 방법을 강구한 것이기에 더 절실함이 있다.

이 정책들을 보면 우리가 꿈꾸는 생태적 전환이 어떤 모습인지 잘 드러난다. 핵이 없는 사회,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사회, 안전한 먹거리, 동물과의 공존,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건강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사회,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 등. 이렇게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려면 현재의 소득구조로는 힘들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실현된다고 해도 당장 유토피아가 오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조건이고 다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입구일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 일자리는 줄고 자원은 고갈 중이다. 이른바 잘 사는 나라들인 북유럽 등에서 기본소득이 화두인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은 일하고 돈 버느라 다른 생각을 하거나 꿈을 꿀 여유도 없다. 국민들이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도록 장시간 노동에 내모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노동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살 돈이 없고 이를 대비한 어떤 안전망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감만 점점 커질 뿐이다."

흙수저와 세대론

- 최근 각 당의 청년 후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조은비 전 예비후보도 그중 하나다. 얼마 전 조 후보를 '안나 뤼어만'(독일 녹색당,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에 빗댄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독일의 안나 뤼어만처럼 세계적으로 각 나라의 최연소 당선자는 녹색당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만 해도 이번 비례대표 후보에 나 말고도 20대 청년 후보가 한 명 더 있다. 5명 뽑았는데 그중에 2명이 20대 중반이다.

다른 정당처럼 청년 할당을 굳이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당원 평균나이도 정당 중에서 가장 어리다. (2016년 기준 41.7세) 여성 비율도 절반 이상으로 다른 당에 비해 가장 많다."

- 조은비 전 후보는 '정치계 금수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가 정치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수저, 흙수저란 단어를 보면 한국의 부가 그만큼 세습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걸 알 수 있어 씁쓸하다. '헬(Hell)조선'이란 단어도 그렇고 청년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절망감이 청년들의 언어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치판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다. 국고보조금 300억씩 받고 언론과 미디어의 세례를 받으며 물량으로 승부하는 대형 정당들은 금수저다. 보조금 하나 없이 언론과 미디어의 냉대 속에서 소량의 인적 자원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녹색당은 단연코 흙수저다. 사실 흙이 얼마나 좋은가? 흙은 모든 생명의 토양이다.  헬조선이라는 절망을 걷어내는 흙수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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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기본소득 정책을 설명 중인 김주온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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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다임을 바꾸니 신선하다. 금은 아무 생명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흙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그렇지만 정치를 할 때는 금이 흙보다 유리해 보인다. 비례대표 후보만 해도 1인당 1500만 원이라는 기탁금을 내야 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정치를 한다고 말씀드리자 두 분 다 가장 먼저 돈 걱정을 하셨다. 워낙 우리 사회에 '정치=돈'이라는 등식이 강하니까 걱정되셨을 거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 보증금이 1500만 원이니 말 다 했다.

다행히 녹색당은 기탁금을 당에서 내줬다.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후보 등록도 못 했을 거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하려면 아무리 안 쓴다고 해도 돈이 든다. 거기다 선거운동하는 동안 알바를 못하면 그만큼 생활비를 못 버니 타격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청년들이 정치를 한다고 나설 수 있을까?"

- 지금은 청년 후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 더 이상 청년이 아니게 된다. 청년 시기가 지난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 것 같나?
"사실 청년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청년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칭할 때 '청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말은 청년이 아닌 사람들이 특정 세대를 대상화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대상화란 그것의 본질을 밝히기보다 주체가 원하는 모습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이란 이름은 있지만, 정작 청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청년 시기를 지나는 중이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이를 먹으면 그 나잇대에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청년이라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필요한 것을 할 뿐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운동도 계속할 거다."

녹색당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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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선본 출범식 때 김주온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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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녹색당의 정책이 바닷물이 썩지 않게 하는 3%의 소금과 같은 역할이라고 본다. 이 정책들은 당장 4년 후의 성과를 위해서 정치공학적으로 만드는 의제가 아니다. 탈핵 시나리오만 해도 10년, 20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실현 시기는 점점 더 늦어진다.

독일만 해도 중도우파 출신의 메르켈 총리가 탈핵을 선언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독일녹색당의 노력이 있었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을 떠나 이민 가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 나라들을 잘 살펴보면 녹색당이 국회에 진출해 있다. 이젠 한국도 녹색당이 국회로 진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녹색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고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 꼭 국회로 들어가 존재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가 기본소득으로 시작해 기본소득으로 끝날 만큼, 김주온 후보는 기본소득에 관해 거침없이 말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 속에서, 자신이 내거는 의제에 대한 자부심과 이 의제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고 활동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찬 김 후보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 녹색전환연구소 박이상 편집위원
'녹색전환연구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고 이야기하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생태적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녹색전환연구소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ig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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