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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씨가 디자인한 표창원 후보의 홍보 포스터.
 박소연씨가 디자인한 표창원 후보의 홍보 포스터.
ⓒ 박소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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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공천이 확정된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표창원 후보. 3월 초, 그는 본의 아니게 '재능기부'를 받아야 했다. 자신이 트위터에 올린 웹용 포스터에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디자이너가 그냥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등과 같은 애정 어린 질타(?)가 쏟아졌다. 이후 표창원 후보는 "전 미적 감각이나 디자인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전문가께 부탁드리고 결과물 나오면 공개하겠습니다"라면서 본인이 직접 만든 포스터였다고 실토(?)했다.

이후 트위터 사용자들이 만든 근사한 포스터가 줄지어 공개됐고, 이 포스터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트위터 사용자 '다른그림찾기(@parksoyeon_kr)'로 알려진 박소연씨 역시 표창원 후보에게 재능을 기부한 '전문가' 중 하나다. '다른그림찾기'는 지난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김광진·은수미 의원 등 참여 야당 의원들의 이미지 포스터를 제작, 공개해 SNS 상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참가 의원들의 열정과 패기를 보며 이 나라 정치권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됐다"라는 그의 자발적 재능기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2014년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거를 앞두고 공개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포스터에 찬반양론이 팽팽했고, '다른그림찾기'가 공개한 좀 더 밝은 이미지의 포스터가 SNS 상에서 호평을 얻기도 했다.

그 이후 '민주노총 경찰 진입' 사건이나 '교육감 선거' 관련 포스터 디자인으로 활동을 이어갔던 소연씨. "야근과 철야가 반복되는 디자인 사무실의 디자인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MB 정부의 탄생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라고 말한다. "20대 국회가 균형을 잡혀야 내년 대선의 정권교체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포스터 제작을 통한 '정치참여'와 '투표독려'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필리버스터 1호' 김광진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두고 노심초사하던 박소연씨와 지난 18일 밤 나눈 이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필리버스터 나선 초선의원들의 열정, 응원한다"

박소연씨가 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 홍보 포스터.
 박소연씨가 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 홍보 포스터.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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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포스터에 대한 찬반 논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포스터' 제작의 출발은 그때였나요?
"맞습니다. 정치인 포스터는 박원순 시장의 옆모습이 출발입니다. 아무리 인지도가 있고,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그 사진(옆모습)의 앵글은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제대로 찍힌 사진을 찾아 카피를 담았고 포스터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전국 교육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됐잖아요. 전국 진보교육감 후보를 지원하는 포스터까지 따지면 대략 100장쯤 만든 것 같습니다."

- 다른 구체적인 계기가 혹시 있다면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였고, 그 고마움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딴지일보> 매거진 '더딴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그 이후 민주노총 <총파업> 포스터와 몇몇 합성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 아무래도 최근엔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담은 포스터가 화제가 됐습니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이 대부분 초선의원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열정과 패기를 보며 이 나라 정치권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20대 국회에서도 꼭 다시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포스터를 만들어서 지원사격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열심히 뛴 김광진·장하나... 안타깝다"

박소연씨가 제작한 김광진 의원 포스터.
 박소연씨가 제작한 김광진 의원 포스터.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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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1시,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공천 탈락 소식을 지지자들에게 알렸다. 약 2% 차이로 탈락했다. 그에 앞서, 김광진 의원은 박소연씨가 제작한 포스터를 이용해 홍보에 열심이었다. 하루 전, 19대 청년비례 출신인 장하나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이 전해진 터라 김광진 의원도 박소연씨도 더욱 홍보가 간절한 시점이었다. 

"이렇게까지 아플 줄 몰랐습니다. 장하나 의원의 경선 탈락을 보며. 오전 내 멍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김광진 의원이 보였습니다. 김광진까지 놓을 수는 없습니다."

박소연씨가 제작한 포스터 카피 중 하나다. "김광진 본선 포스터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지킬 순 없게 됐지만, 박소연씨는 김광진 의원을 비롯한 젊은 초선 의원들에게 유독 응원을 보냈다.

- 김광진 의원에게는 특별히 애정을 쏟고 있으신 것 같아요. 
"20대 국회에 꼭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을 딱 한 사람만 꼽으라 하면 주저 없이 김광진 의원을 선택했을 겁니다. 포스터에 '녀석'이라는 단어가 등장시킬 만큼 젊음과 패기를 강조했어요. 함께 응원을 보냈던 장하나 의원이 17일 늦은 저녁에 공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멍하니 오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김광진 의원만큼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네 개의 글을 이어서 작성했습니다.

마지막 글과 포스터를 게시하려는데, 어쩌면 이게 김광진 의원의 마지막 포스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한참을 소리죽이고 있는데 김광진 의원에게서 멘션이 왔습니다. '본선 포스터 미리 만들어두세요~'라고. 이미 서로가 서로를 토닥이는 사이가 돼 있었던 겁니다. 지금 시각 18일 오후 9시 54분. 아직 공천 결과 발표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 필리버스터 이후 현 정국은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테러방지법'이 정말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지난 필리버스터처럼,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틑을 단 분들이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대로 전하며 더 열심히 '밥값'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학영 의원의 토론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4·13 총선 과정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실 텐데요.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의종군은 감동이었습니다. 손혜원 위원장의 마포을 전략공천은 다시 몽롱이었습니다. 20대 총선 정국이 어떤 결과를 낼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투표는 합시다, 무조건 토 달지 말고"

박소연씨가 제작한 은수미, 장하나, 진선미 의원 포스터.
 박소연씨가 제작한 은수미, 장하나, 진선미 의원 포스터.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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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포스터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총선의 경우 작업해야 할 의원 수가 상당수 될 것 같아서 우선 당(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를 살린 레이아웃 틀을 먼저 잡았습니다. 인물 선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시작을 했지만, 진행하면서 의원실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당 의원의 SNS나 누리집에서 포스터에 어울릴만한 이미지를 찾습니다. 그리고 정책이나 공보 자료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찾아 카피를 작성합니다. (저는 디자이너다 보니 카피를 작성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감각적이고 디자인 잘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몇 줄의 글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더 빠르고 명쾌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아, 제가 검색을 통해 이미지를 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저작권 허락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 부분은 (관계자들게) 이제라도 사과를 드리고 싶어요." 


- 자연인 박소연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디자인 업계의 오랜 불황으로 인해 예전 같으면 1~2개 일로도 충분히 유지가 되던 사무실이 지금은 4~5개 일을 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책정단가는 떨어지고 가격 경쟁이 극심하여 제 살 베기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디자인 사무실에 디자인팀장으로 살고 있습니다. 결국 잦은 야근과 철야가 반복되는 삶의 연속이 자연인 박소연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주를 늘 그립니다."  

- 총선 이후 '정치의 계절'이 지속될 것 같은데요.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직업적으로 매년 달력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얼마 전 2017년 달력 시안을 준비하다 보니 12월 20일이 '빨간 날'인 겁니다. 대통령 선거일인 거죠. 아…,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이번 총선의 포스터 참여는 내년 12월이 타깃입니다. 20대 국회가 균형을 잡혀야 내년 대선의 정권교체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투표는 합시다. 무조건, 토 달지 말고."

박소연씨가 제작한 정청래 의원 포스터.
 박소연씨가 제작한 정청래 의원 포스터.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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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총선, #김광진, #표창원, #장하나, #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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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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