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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숱하게 얻어맞던 날들은 어디서 뭐하셨어요? 죽는다고 탈영하니까 그제야 잡으러 온 거예요? 내가 소변기에 대가리 박고 있던 그때. 목울대를 드러내고 날아올 주먹을 기다리던 그때. 근무 끝나고 돌아올 고참에게 얻어맞기 위해 잠을 자지 못하고 대기하던 그때. 관물대 중간에 다리 올리고 원산폭격하고 있던 그때. 그때는 어디서 뭐하고 계시다가 지금은 이 난리를 치면서 쫓는 건데요? 아, 그러고 보니 그때도 나 같은 탈영병을 쫓고 있었겠네." - <DP:개의 날 4>에서.

오성환 일병은 휴가 후 복귀하지 않고 사라진다. 두 선임의 지속적인 구타와 폭언, 성행위 흉내 강요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 강요와 폭행 등을 낱낱이 쓴 그런 유서를 남겨놓고. 순식간에 탈영병을 쫓는 팀이 꾸려진다. 그 중 한 사람인 안준호는 오성환 일병이 연탄을 사가지고 어느 모텔에 투숙했다가, 주변의 고층 아파트 옥상으로 이동하는 것을 포착한다.

안준호는 아파트 복도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탈영병과 맞딱드린다. 어떻게든지 설득해 자살을 막으려는, "가혹행위자들을 수사하고 부대 내 악습을 바로 잡겠다"고 약속하는 안준호에게 오성환은 이처럼 반문한다.

"군대가 바뀐다구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있잖아요. 제가 쓰는 수통 밑에 1953이라고 새겨져 있어요. 육이오 때 쓰던 거예요.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 <DP:개의 날 4>에서.

 <DP:개의 날 4> 책표지.
 <DP:개의 날 4> 책표지.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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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타깝게도 허공에 몸을 던지고 만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DP: 개의 날-4>(씨네21북스 펴냄)은 한 탈영병과 그를 쫓는 DP를 통해 우리나라 군대의 실상과 부조리를 묻는 동시에 군인들의 인권을 묻는 만화다. 

오성환은 자신이 그간 지속적으로 당한 구타들을 유서로 알린 후 자살할 곳을 찾아 이동하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쫓고 있음에 놀란다. 만화를 보다가 낯선 이 용어 DP가 궁금해 2년 전 봄에 전역한 아들과 최근 전역한 조카 둘에게 물었더니 모두 모른단다.

오성환과 같은 탈영병을 쫓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만화 속 오성환처럼 쫓겨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절대 모를,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 중에서도 (아마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DP(군무이탈체포전담조, 더티 플레이)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DP는 군인이다. 그러나 복무 기간 대부분을 부대가 아닌 밖에서 생활한다. 군복 대신 사복을 입는다. 머리도 일반인들과 같다. 관등성명도 하지 않는다. 즉,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아는 사람들끼리만 안다. 주인공으로 탈영병을 쫓는 안준호가 이 DP다.

요즘의 군 생활은 얼마나 나아졌으며, 군 관련 사고의 발생은 얼마나 줄었는가를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가혹행위와 자살, 탈영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였으나 여전히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세부적인 것들이 분명 개선되곤 있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고, 그래서 다시 피해자가 발생하는' 폭력의 순환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폭력의 재생성 과정을 견뎌내고 조직의 룰에 순응하는 구성원으로 적응하지 못한 누군가는 여전히 피해자로 남아 상처받고 삶을 포기하거나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DP: 개의 날>을 통해 '탈영'이 '나약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범죄자로 낙인 찍혀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항변할 수 없게 되어버린 탈영병을 대신해 '가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어 내는 조직', 나아가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 <DP:개의 날 4> '저자의 말'에서.

저자 김보통도 DP였다고 한다. 저자는 전역 십여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를 쫓는, 그런 자신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프롤로그에서 고백한다. 탈영병을 쫓는 과정이 책장을 급하게 넘기도록 생생한 것은 이런 작가 자신의 경험과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달리고 있는 '누군가를 체포해 법의 처벌을 받게 한 죄책감(작가의 말 참고)'을 만화에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탈영병 오성환이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겪었을 수많은 고통의 순간들과 안준호의 경계인으로서의 정신적 고통이 서늘하게 와 닿는다.

아들은 2012년에 입대했다. 훈련 때부터 '뼛속부터 군인'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비교적 무난하게 군 생활을 했다. 작은 문제를 일으켜 다른 부대로 전출 갔다가 되돌아와 왕따 당할 소지가 다분한 후임을 운동으로 이끌어 다른 부대원들과 무난하게 어울리게 하는 대견함도 있었다.

그러나 믿음과 상관없이 아들이 군인이란 의무에 묶였던 2년 동안 '탈영' 그리고 '영창'이란 말이 늘 내 머릿속을 떠돌았고, 잠을 자면서도 불안했다. 아마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내본 사람들 대부분이 겪는 고통 아닐까?

오성환 일병처럼 탈영하거나, 자살하거나, 총기 사고 등을 일으키는 군인들 소식은 어쩌다 보도되곤 한다. 때문에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들은 간혹 어쩌다 나약한 군인들이 일으키는 사고 정도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사고 정도로 생각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달 60여 명이, 그러니까 1년에 700여 명이 탈영한다고 한다. 지난해 국방부가 발표한, 5년 동안 군대내 사망자는 517명, 그중 339명이 자살했다는 자료도 보인다.

씁쓸하게도 내 주변 누군가 중 꼭 한두 사람은 군 관련 이런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요즘 젊은 것들은 약해 빠져서"랄지, "저만 힘든가. 요즘 군대도 군대라고. 그걸 못 참고"와 같은 말들을 하며 실은 피해자이기도 한 당사자 군인을 부정적으로 몰아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는 사실 아들이 입대 하기 전인 2012년 6월 이전 내 생각이기도 했다. 군인의 엄마가 되어 숱한 날들을 불안하게 보내고 나서야 뉴스 속 군인들의 고통이 먼저 헤아려졌다. 부모들의 금전적인 도움 없이는 군대 생활 자체가 힘든 우리 군대의 실정에 분노하기도 했고.

"그런데 말이야. 여기는 군대거든. 군대는 군인의 눈으로 봐야지. 애꾸만 사는 나라에선 눈깔 두 개인 놈이 병신인 거야." - <DP: 개의 날 4>에서

후임 시절, 고참들의 행패와 구타에 "우리는 고참이 되어도 후임들을 절대 괴롭히지 말자"며 약속했던 한 군인이 막상 고참이 되어 구타와 부조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이처럼 말한다. 이 말이 만화를 다 읽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며칠 동안 맴돌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사고와 행동을 양산하는 우리 군대의 인권을 묻는 만화, 그래서 아픈 만화다.

※덧붙여, 알고 보니 내가 읽은 <DP:개의 날>은 4권이다. 그런데 이미 3권까지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다 읽고서야 알 정도로 4권 이 한 권 자체로 흥미진진한 소설 한 권 읽는 맛을 느꼈다. 그러니 반드시 1권부터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참고로 <한겨레신문>과 레진코믹스에 연재되었던 만화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김보통) | 씨네21북스 | 2016-02-29 | 11,000원



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씨네21북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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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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