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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반상 대결이 열리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방문객이 대국을 관람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반상 대결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방문객이 대국을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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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패배였다.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던 터라 당혹감을 넘어 다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이세돌 9단에게 너무나도 낯선 상황의 대국

인간 최고수와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역사적인 순간답게 이색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다. 알파고 대신에 딥마인드 소속의 아자 황 박사가 흑백을 가리기 위한 홀짝 맞추기를 한 것도 색다른 장면이었다. 아자 황 박사는 이세돌 9단의 수를 모니터로 옮기고, 알파고가 한 수를 두면 그걸 다시 바둑판으로 옮기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그 역시 너무나도 낯선 장면이었다. 무엇보다도 대국 호흡을 느낄 수 없는 상대와 바둑을 두는 것이 이세돌 9단에게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전체적인 대국 흐름에서 두 가지 특징이 보였다.

첫번째 특징은 알파고가 초반 포석과 행마를 잘 못 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잘 둘 것이라는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초반에 이세돌 9단의 여러가지 흔들기에 침착하게 대응했고, 오히려 강수로 국면을 주도했다. 반면, 의외로 중반에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두번째 특징은 끝내기에서는 역시 인공지능의 철두철미함이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패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것은 놀라웠다. 여기를 이렇게 처리해도 이긴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설을 하고 있던 프로기사들을 경악하게 했다.

바둑의 어느 국면까지는 엎치락뒤치락 했다. 초반은 알파고가 의외로 잘 두었고, 중반에 서로 실수를 하면서 누가 유리한지가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바둑이 중반 이후로 넘어가 변수가 적어진 시점 이후로는 알파고의 실수가 없었다.

그럼 그 지점이 어디였을까?

알파고가 우변에 침투한 장면을 지적하는 해설자도 있다. 하지만, 이세돌이 나름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바꿔치기를 했고, 그 과정에서 알파고의 느슨한 수가 있었기에 바꿔치기 직후의 형세는 이세돌 9단에 유리해 보였다.

그렇다면, 우하귀에서 귀로 막아서 흑이 집이 날 수 있는 것을 반대로 막아서 거꾸로 백이 집이 난 장면일 수 있다. 또는 흑이 중앙을 지켰어야 하는 순간에 좌하귀를 둔 수를 지적하는 해설자도 있다.

알파고의 어이없는 수 그리고 이세돌 9단의 방심이 부른 실수

둘 중에 어떤 수 였든지 간에 이세돌 9단 답지 않은 실수였다. 그 실수가 나온 이유는 뭐였을까?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기력을 가늠해 볼 수 없는 상대와의 대결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잘 쓰이지 않는 수를 사용하며 흔들기를 계속 시도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만만치 않았다.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기에 생기는 긴장감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해설을 하는 유창혁 9단도 상당히 긴장하는 것 같았다. 농담도 못 하고 심각해 보였다.

그런데 중반 이후 알파고의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자 유창혁 9단이 이런 말을 했다. "이세돌 9단이 복도 많아요. 저 정도면 제가 둬도 이기겠네요." 유창혁 9단은 아마급의 기사도 저런 수는 안 둔다고 했다. 프로기사의 눈에는 한심해 보였으리라.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이세돌의 실수가 이어졌다. 유창혁 9단도 그 실수로 판이 역전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방심하고 있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방심까지 계산하지는 못했을 것

그것이 알파고의 심리전이었을까? 알파고가 허허실실의 심리전을 사용했을까?

인간 프로 기사는 형세가 불리할 때 승부수를 띄운다. 그 승부수는 비장함을 담은 승부수다. 상대방도 그것이 승부수임을 알고 긴장하면서 두게 된다. 서로 승부수에 담긴 기(氣)를 느끼기에 심리전의 효과가 발생한다. 알파고는 그런 승부수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전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알파고가 전혀 다른 방향의 심리전을 썼을까?

우연이었을 뿐이다. 첫판이었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실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알파고의 훌륭한 초반 대응으로 증폭되던 팽팽한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려버려 나온 실수였을 뿐이다. 그런 실수는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 2번째 판은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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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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