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팟케스트 <한통속>에 출연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팟케스트 <한통속>에 출연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봄이 왔는데 봄 날씨가 아니네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9일,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중단된 지 한달이 되는 10일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 출연한 정 회장은 "우리 정부가 그러한 결정을 전격적으로 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전면중단을 통보받은 후 오늘까지 참 나쁜 꿈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심정"이라고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녹음에는 전 개성공단관리위 법무팀장인 김광길 변호사와 전 개성공단관리위 기업지원부장인 김진향 박사도 참여했다. 정 회장 8년, 김 변호사 10년, 김 박사 4년, 이렇게 그들이 개성공단에서 보낸 세월 22년은 지난 한 달 동안 허무하게 지워지고 말았다.

김 변호사는 "개성공단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폐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착잡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김 박사도 "(중단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를 '잊지 말자', '어떻게든 재가동 돼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대출지원이 정부 대책? 빚 내는 순간 더 힘들어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팟케스트 <한통속>에 출연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팟케스트 <한통속>에 출연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애써 웃음을 내보일수록, 정 회장의 얼굴에선 수심이 드러났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으로 정 회장의 기업이 입은 손실만 70억 원이다. 이것도 당장 발생한 손실만 계산한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배상청구와 잠재적 영업 손실은 계산할 수조차 없다. 정 회장의 기업을 포함해 현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측정한 124개 기업의 손실은 8152억 원. 이 역시 당장 발생한 손실만 계산한 것이다.

"사실 2013년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했을 때, 곧 재개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번엔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신뢰해 개성공단에 들어간 게 아니거든요. 우리와 상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북한을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우리 정부 믿고 간 거예요. 이 때문에 이번 개성공단 중단이 더 아프게 다가오고,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에 크게 절망하고 있는 겁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장본인인 정부는 기업들에 5500억 원의 특별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 실질적으로 빌려쓸 수 있는 금액은 1400억 원에 불과하고 ▲ 대출이 본질적 대책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들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2013년 북한이 개성공단을 중단했을 때도 우리 정부는 3500억 원을 대출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기업이 빌려쓸 수 있는 돈은 1000억 원에 불과했다"며 "이번에도 수출지원자금 등을 제외하면 대출할 수 있는 돈은 1400억 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어쨌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빚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만지는 순간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아주 긴 시간 동안 무상이자로 대출해주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근로자들도 앞길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측은 근로자의 80~90%가 해고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정부는 92명이 해고됐고, 41명이 해고 예정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정확한 팩트는 이달 말 정도면 근로자 80~90%의 해고가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라며 "근로자들도 기업을 마냥 탓하지 않는다. 회사보다 정부를 원망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8일부터 국회 앞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많이 변한 북한 주민들, 얼마나 우리 원망하겠나"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팟케스트 <한통속> 녹음이 진행 되고 있다.왼쪽부터 전 개성공단관리위 법무팀장 김광길 변호사, 김진향 전 개성공단관리위 기업지원 부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팟케스트 <한통속> 녹음이 진행 되고 있다.왼쪽부터 전 개성공단관리위 법무팀장 김광길 변호사, 김진향 전 개성공단관리위 기업지원 부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특히 정부는 '보상'이란 용어 대신 '지원'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공공필요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법률로써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성공단 중단은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른바 "고도의 정치적 행위(황교안 국무총리)"에 의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보상의 근거가 될 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책임의 의미가 담긴 보상보다, 지원이란 표현을 사용할 때 정부의 '실책'이 반감되는 효과도 있다.

정 회장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개성공단을 중단했으니,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대책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보상 또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국가 신용에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주기업과 거래하는 기업 중 외국인 주주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국가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어떤 외국 주주가 우리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입주기업에게 보상을 철저히 해주는 게 국가신용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이거 잘못해 한국의 법치주의에 대한 회의가 나올까 걱정입니다."

김 박사는 "이번 결정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보상 이야기를 못 꺼내는 것"이라며 "그만큼 본인들 행위에 자격지심이 있다. 그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정부합동대책반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책반 안에는 정말 열심히 도와주려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 정 회장은 "하지만 입주기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설명할 땐 입주기업을 불러야 하는데. 기자들만 부른다. 지금 상황이 그냥 대국민 홍보용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 박사는 "정부는 계속해서 군사적 긴장감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지치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중단, 북한 군부만 좋아할 일"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팟케스트 <한통속> 녹음이 진행 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팟케스트 <한통속> 녹음이 진행 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정 회장은 씁쓸한 듯 말을 맺었다.

"통일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일단 주민들 사이의 적대감이나 미움이 사라져야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5만 4000명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은 그동안 남쪽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꿨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한 우리를 얼마나 원망할까요. 이번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북한 군부만 좋아할 일입니다. 김정일 독재체제였기 때문에 그나마 개성공단 설립 의견이 관철됐던 거지, 사실 북한 군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군부만 반길 이번 결정은 남·북 근로자 입주기업에겐 재앙을 안겼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부터 현재까지 한 달 동안의 상황을 정리한 <한통속> 9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