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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로 미국이 갈림길에 선 듯하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는 임기 말이 돼서야 50여 년간 교류가 없었던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악의 축'의 하나인 이란과도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마지막 '악의 축'인 북한과도 60여 년이 넘은 휴전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 역시 1월 6일의 핵실험 전에도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만둔다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라고 미국에 제안했으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이 '비핵화가 우선해야 한다'는 고집으로 무산됐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은 그동안 상당한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필자의 추정으로는, 지금의 한반도가, 특히 북한이 '동이 트기 전의 암흑기'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희망이 보인다는 뜻이다.

'최고 제재 - 최강 훈련' 미국의 속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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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간 <한겨레신문> 등 언론 기고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발전이 임계점(Critical Point)에 달하면 미국은 자국의 안보상 북한과 정치적 타결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6일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김정은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직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해가 1965년이라면 이미 50년을 넘었고, 1964년에 핵 보유국이 된 중국이 3년 뒤인 1967년에 수소폭탄을 개발한 추이를 살펴보면, 북한이라고 해서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지난 2월 7일 위성을 발사했다. 이는 대륙간탄도탄인 ICBM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서 비행 거리가 1만2000km 정도로 미국 본토가 사정권내에 들어온 것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오늘(9일) '핵탄두를 소형화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한 이런 탄두를 탐지가 어려운 SLBM(잠수함발사 탄도탄)에 장착하게 된다면? 미국은 전 국방장관이자 전 CIA 국장이었던 리온 파네타(Leon Panetta)가 자서전에 적은 대로 '북한 때문에 잠을 설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야 말로 한반도는 동이 트기 전의 암흑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바마는 북한에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동참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은 3일 전부터 '사상 최대'의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전쟁 중 휴전협상 중에 북한에 가장 많은 폭격을 가하는 등 가장 치열한 군사작전을 감행한 미국의 행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필자는 이것을 미국의 협상 방법이고 행동 양상이라고 판단한다.

오바마의 선택을 점쳐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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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러한 정책이 임기를 10개월 정도 남겨둔 오바마의 '마지막 투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선택은 두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① 그동안 강행해온 제재와 압박의 '현상 유지' 정책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안보 불안을 계속 양탄자 밑에 쓸어 넣어놓고 임기를 마친다. 

② '현상 타파' 정책으로 70여 년 간의 북한 압박과 제재정책 및 대결정책을 청산하고 미국외교정책의 오점을 정리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전을 종전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 궁극적으로 북한 핵을 중단시키고, 북한과도 국교정상화의 길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21세기에 들어 중국이 미국이 상정한 가상의 적이라면,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며, 임기를 10여 개월 남겨둔 오바마로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된다. 일석삼조의 쾌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의 9.19 6자회담과 2007년의 노무현-김정일의 10.4선언 등이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중국도 사드 등과 관련한 자신들의 국익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대로 북한의 신무기 개발과 사이버 해킹 능력 등이 더 이상 좌시하거나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임계점에 가까워짐으로써, 시간은 더 이상 미국편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최고의 제재와 최강의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중국이 중재하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체결' 정책이 성공하고, 오바마 행정부 역시 한반도에서 평화를 달성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임무를 다하길 바란다. 이에 더해 다가오는 미국 대선 때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오바마 임기 중 시작만 해놓고 다하지 못한 대업을 계승해 마무리짓길 바란다. 그럼 금상첨화가 눈앞에서 벌어지길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대화님은 현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전 UN 사무국 관리입니다.



태그:#북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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