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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실력이란? 

필자는 과거 바쁜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에 내려가 귀농활동가들과 몇 개월을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 지역의 오래된 선배 활동가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에, 졸지에 선거의 홍보 기획자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총 3번의 선거운동을 경험했는데, 민주당 선거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당시 느낀 것은, 민주당의 조직력이 생각보다 너무 허약하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국회의원 수를 생각 할 때,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선거 운동을 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실무가 있다. 홍보물이나 유세차를 만들고, 선거법 상 명시된 행정 일정을 맞춰야 하기도 하며, 다양한 방식의 유세 등 선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중앙의 지원은 단 하나, 유세차 LED에 사용 할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것 밖에 없었다. 선거운동 경험없는 후보들은 헤맬 수밖에 없었다. 선거가 수 없이 치러져도, 그 경험이 누적되고 발전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당시 기획자로 각종 홍보물 제작 업무를 맡으며, 2개월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었다. 기획자로서 주변에서 어중간하게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 실무가 원하는 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좋았지만, 업무가 너무 많아 괴로운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지원군이 왔다고 느낀 것은, 당시 통합진보당과 야권 연대 협의가 끝난 이후였다.

그제야 통합진보당의 정책전문가들이 내려와 각종 정책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통합진보당의 실무자들도 붙어 사무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었다.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은 100여명을 훌쩍 넘었지만,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통합진보당보다 조직의 힘이 훨씬 약했다. 중앙에서 관심 있는 것은 야권 통합 밖에 없었고, 지역은 실무력이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 민주당의 부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된 제 1야당은 그 동안 무능한 야당의 상징이었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전무했다. 당연히 여권의 수탈을 막아낸 것도 없었다. 국회의원 수를 10명도 넘기지 못하는 군소 정당들 보다 존재감도, 조직력도 약했다. 하지만 내부 경쟁에는 강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무능하고 부패해도, 호남과 야권 지지자들은 새누리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니까.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망쳐도 민주당은 의원 수 100석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필리버스터의 진짜 의미

이학영 의원 껴안은 은수미 의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학영 의원을 껴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 이학영 의원 껴안은 은수미 의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학영 의원을 껴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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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당이 변하고 있다. 민주당이 더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 크고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제일 처음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은 현수막 대첩이었다. 새누리당의 뻔뻔한 현수막에 위트있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리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곧 인재영입이 터지기 시작했다. 표창원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더민주당에 영입되자마자,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이다 토론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이후 새롭고 실속있는 인재들이 속속 영입되었다. 그리고 필리버스터가 터졌다.

그 동안 각종 악법들이 무기력하게 통과될 때, 야당은 눈뜬장님처럼 법안의 통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당은 점점 더 안하무인으로 국민들을 노예 대하듯 했다. 그들의 부패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사회 각계각층은 분노를 넘어 무기력을 느꼈다. 필리버스터는 우리에게 아무런 무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무기력하게 적에게 밀려서 수탈당하는 결과가 아니라, 발버둥을 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 같은 것을 보여줬다.

물론 필리버스터는 결국 테러방지법을 막아낼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출구전략 없음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리버스터의 진짜 의미는 테러방지법을 막아냈냐 못했냐는 당장의 성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무기력하고 황폐해진 야권 정치에 생명력이 생겨난 것. 안철수 현상과 같이, 정치와 무관한 인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미래를 기대는 헛바람이 아니라, 정치에 기반하여 정치적 활동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씨앗을 뿌린 것이다. 즉 필리버스터의 진짜 의미는 더불어민주당이 꽤 강력한 '전략적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다. 이 변화의 의미는 크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의 건강한 경쟁 필요

필리버스터 전후로 보였던 김종인 대표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다. 프레임전에서 한 번도 우위를 점해본 경험이 없던 더민주당이 김종인 대표 영입 이후 만만치 않은 대응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더민주당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허약했던 그들이 짧은 사이에 당장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와 관계없이 정당의 일상적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다. 허물을 벗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더민주당의 변화는 분명 눈여겨보고 응원하며 동참할 가치가 있다.

또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되는 포인트가 바로 정의당의 존재다. 그 동안 한국에서 새로운 정치 문화를 주도한 집단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민주당에게 내준 것 같은 모양새다. 하지만 노동자 정치의 당위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보 정치의 보호 등 정의당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존재가치를 갖는다. 더민주당이 지금 반짝 눈에 띈다고 해서, 그 동안 그들이 해온 과실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긴 어렵다. 정의당은 새롭지 않아도 괜찮으니,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실정을 할 때, 언제든 유권자들이 대안으로 정의당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더불어민주당을 긴장시켜야 한다. 언젠가 한국 사회의 주요 정당이 건강한 보수의 더민주당과 건강한 진보의 정의당이 되길 기대하며, 이번 총선 양당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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