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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명령이 내려진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이 온라인판으로 경찰의 강제 진입을 보도하고 있다.
 법정관리 명령이 내려진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이 온라인판으로 경찰의 강제 진입을 보도하고 있다.
ⓒ 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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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반정부 성향 논조로 유명한 최대 일간지 <자만>(Zaman)의 법정관리 결정을 전격 내렸다.

터키 법원은 5일(현지시각) 검찰의 요청에 따라 자만의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결정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자만이 테러 조직을 찬양하거나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에서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기록하는 자만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이자 이슬람 사상가인 페툴라 귤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만이 발행하는 영자 신문 투데이스자만의 편집장 부렌트 킨스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자만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법원이 경영진과 편집장을 임명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자 수백 명의 시민이 이스탄불 자만 본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법정관리인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집회에 참가한 한 자만 독자는 "사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하고, 한 가지 목소리만 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정부와 달리 자만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진정한 언론은 고요하지 않다", "정부는 언론에 간섭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곧이어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집회 규모가 커졌고, 외신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 진압... 기자들 내쫓아

터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는 현장.
 터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는 현장.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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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터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 시민은 크게 다쳐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갔고,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자 법정관리인들이 신문사 건물로 들어갔다.

경찰은 사무실 문을 부수고 편집장 압둘하미트 빌리치를 비롯해 자만 기자와 직원들을 강제로 내보냈다. 쫓겨난 기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경찰의 강제 진입을 지켜보며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빌리치 편집장은 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수년간 터키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기소되거나 투옥되고 있다"라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암흑의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와 외국 언론도 가세했다. 미국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터키 정부와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정부 언론과 사람들을 겨냥한 일련의 사법 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영국 BBC는 "터키는 언론, 정치인, 작가, 비평가, 만화가, 블로거 등은 물론이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일반 시민까지 사법 처리하고 있다"라며 "이들에게 국가 모독이나 테러 선동, 간첩 혐의를 적용한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터키는 작년에도 반정부 성향의 방송사 2곳과 신문사 2곳을 정부 관할로 강제 편입시키고 인터넷 검열도 강화하는 등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위해 전방위적 언론 탄압에 나섰다.


태그:#터키 , #자만, #언론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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