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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6.2.24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6.2.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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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 석상에서 화를 많이 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책상을 무려 열 번이나 두드리고, 말문을 삭여야 할 정도로 화를 냈다고 합니다. 걱정입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내는 화는 대통령 자신의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주변사람을 공포에 떨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네카는 말합니다. '분노는 짧은 광기이다.' 모든 분노는 위험한 것이지만, 권력자의 분노는 특히 위험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다 죽일 수도 있고,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답게 유려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 책을 완성시켰지만, 네로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황제암살계획 건으로 의심 받아 네로로부터 자결하라는 명을 받고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습니다."(<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219쪽)

세네카(Seneca)는 폭군으로 널리 알려진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습니다. 세네카는 그의 책 <화에 대하여>에서 '화보다 빨리 우리를 광기로 이끄는 것은 없다, … 미친 사람이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듯이 그들도 자신의 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친구들,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적이 된다'라고 적어놨습니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지은이 차경남 / 펴낸곳 글라이더 / 2016년 2월 25일 / 값 18,000)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지은이 차경남 / 펴낸곳 글라이더 / 2016년 2월 25일 / 값 18,000)
ⓒ 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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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지은이 차경남, 펴낸곳 글라이더)는 우리 몸, 눈에 보이는 신체적 현상뿐만이 아니라 최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해서도 쉬 검증이 쉽지 않은 형이상학적 작용들이 우리 몸과 어떤 관련이 있고,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줍니다.

우리는 최신 의료 장비를 갖춘 현대식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고, 영상과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를 통해 우리 몸 상태를 가늠합니다. 한방병원이나 명상센터엘 가거나, 고전 등을 접하게 되면 '기'와 '혈', '음양오행'과 '상생상극' 등 평소 생경한 단어들을 통해 건강상태를 설명 듣습니다.

하지만 의학을 전공하지 않고, 고전에 해박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모든 게 어렵습니다. 고전에서 읽을 수 있고 한방병원 등에서 들을 수 있는 설명들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책에서는 우리 몸(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무형의 작용을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를 바탕으로 한 고전 속 의학, 고전 속 지식을 배경으로 한 입체적 설명이라 시공을 초월하는 내용입니다.

"1개의 암세포가 직경 10㎜ 종양으로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10년'입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단 1개의 세포가 3㎏의 신생아로 자라는 데 불과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지만, 암세포는 겨우 10㎜ 자라는데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립니다.

정말 긴 세월입니다. 이 엄청난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매일 밤, 도둑이 집에 들어와 살림을 털어 가는데 대체 주인이라는 사람은 10년간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좀 바빴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바쁜 것을 암이 알아주지 못해서 어쩌지요? 요컨대, 암은 만성질환 중의 만성질환입니다. 일단 발견됐다 하면 최소 10년 내공 베테랑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 어떤 암도 결코 '조기암'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272쪽)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내용, 무감각하게 사용하고 있는 의학적 용어들 중에는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조기암'이라는 용어를 들어 우리가 잘못알고 있거나 왜곡된 지식들을 수정해 주고 있습니다.

현대의학과 고전의학을 아우르는 지식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태고적 사람들이라고 해서 병들고 아픈 걸 좋아할 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몸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 건강을 위해 가졌던 노력은 이런저런 기록을 통해 입증됩니다.

황제내경, 기, 음양, 오행, 상생과 상극, 칠정, 정기신, 노자, 불교 등. 이런 것들이 그 결과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 이러한 단어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너무나 생경합니다. 너무나 고전적인 용어들이라 우리 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미리 어림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면 생경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걸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료관련 상식, 아직은 어렵게만 생각할 수도 있는 고전 속 건강관련 지식(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하고 비유해 가며 구체적으로 폭 넓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자·노자·예수·부처의 말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하는 말이 다 다른 것 같았는데 끝나고 보니 다 똑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통찰은 모두 한 가지입니다.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공부한 '회광반조'입니다. 회광반조는 마치 열려있는 비밀과도 같습니다."(<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303쪽)

요즘 병원에서 내리는 다양한 진단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처방 중 하나가 '신경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신체적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현대의학에서 '신경성'으로 뭉뚱그리는 관련성을 오래전부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게 바로 고전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용어들, 기, 음양, 오행, 상생과 상극, 칠정, 정기신 등이라 생각됩니다.

내 몸, 온전히 알 수 있는 몸 공부

두 명의 의사가 있습니다. 한 명은 환자 상태를 미리미리 살펴 병이 나지 않도록 처방해 줍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명은 그럴 수준이 되지 못해 병이 나야만 알게 되지만 치료를 아주 잘합니다. 이럴 때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 질 수 있는 사람은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한 의사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을 잘 고치는 의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만 생각해보면 병 난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해주는 의사가 훨씬 더 유능한 의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를 통해서 우리 몸을 더듬어 보는 지식은 병난 환자를 고치는 의사의 지식이 아니라 몸 상태,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무형의 관련성들을 미리 살필 수 있는 한 발 앞선 몸 공부 지식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지은이 차경남 / 펴낸곳 글라이더 / 2016년 2월 25일 / 값 18,000)



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 노장사상으로 배우고 황제에게 듣는 몸의 원리, 개정판

차경남 지음, 글라이더(2017)


태그:#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차경남, #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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