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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외침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외침
ⓒ 박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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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등에 '단결 투쟁'이라 적힌 조끼를 입고서 회를 치거나 손님을 맞이한다. 시장 안에 주렁주렁 걸려 밤낮으로 주홍빛을 밝히는 수백 개 전등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노량진 수산시장을 살려주세요' '좁아터진 현대화 전 상인은 반대한다'와 같은 글귀가 적힌 붉은 리본이 묶여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에 찾아와 상인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다. 상인들은 집회까지 열며 수협(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상인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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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상인들이 반대하는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2004년 6월 23일, 대통령 자문 기구인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는 '수산물 유통체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수협과 유통업체 등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대학 교수, 해양수산부 관계자를 끌어모아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라는 계획이 본격적으로 틀이 잡히며 '수산물 유통체계 선진화'와 '테마파크 조성'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홈페이지에 있는 수협 회장 인사말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홈페이지에 있는 수협 회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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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정부와 수협이 앞장서서 이끌어 온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하 '현대화 사업')은 12년 전의 밑그림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물밑에서 차근차근 진행된 현대화 사업은 2012년 12월 27일 공사를 시작한 이른바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로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화 사업 홈페이지에 따르면 건물은 현재 99%까지 지어진 상태지만, 수산시장 임대차 계약 만료를 코앞에 둔 상황인데도 새 건물에 입주한 상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5200억 원을 들여 지은 최신식 건물이 졸지에 유령의 집이 되게 생겼다. 작년 12월이 돼서야 새 건물의 내부를 처음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수산시장 상인들은 건물이 다 지어지기까지 상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홈페이지에 있는 새 건물 조감도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홈페이지에 있는 새 건물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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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이 지은 새 건물의 층별 시설 (사진 : 칼라TV)
 수협이 지은 새 건물의 층별 시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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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인들은 말한다.

"저 건물에 들어가면 수산시장은 망한다." "우리도 죽고 수산시장도 죽는다." "대를 이어 여기서 장사했는데 내 자식 대에서 망하게 생겼다."

그러나 수협은 설날을 앞두고 상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다.

"입주일 이후 현 시장 무단 점유자에 대해서는 명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입니다."

예정된 입주일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3월 15일이다.

 수협이 상인들에게 배포한 전단지
 수협이 상인들에게 배포한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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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말하는 '새 건물' (1) - 활어보관장

상인들은 왜 수협이 지은 건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할까?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 이채호 사무국장을 따라 새 건물로 직접 들어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새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활어보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새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활어보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사진 : 칼라TV)
 새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활어보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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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폭이 2m예요. 100kg이 넘는 물통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이리로 다녀야 합니다. 근데 여기 밑에 보시면 손수레 바퀴를 굴려야 하는 곳에 턱을 만들어 놨어요. 그리고 이게 폭이 2m라고는 하지만 실제 아침 시간대에 32개 업체가 이용하기에는 굉장히 불편한 구조입니다. 그 바쁜 시간에 서로 엇갈리며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 공간으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습니다."

2. 활어보관장 구석 통로

 활어보관장 구석 통로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구석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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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이렇게 문이 나 있어서 업체가 들어갑니다. 이쪽 통로는 폭이 2m도 안 됩니다. 1m 넓이의 손수레가 양쪽 집에서 동시에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식적으로 이 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3. 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

 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 (사진 : 칼라 TV)
 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 (사진 : 칼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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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는 그나마 폭이 좀 넓습니다. 하지만 저 끝까지 동선이 굉장히 깁니다. 저기 보시면 한참 까마득하죠? 여기는 활어를 취급하기 때문에 주차장과 가까워야 합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저 끝까지 가려면 동선이 굉장히 길어요. 그렇게 될 경우 활어를 운반하는 데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운반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면 활어는 당연히 죽을 수도 있겠죠."

4. 활어보관장 내부

 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가운데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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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 업체의 활어보관장입니다. 수족관이 놓이면 이 정도(사진 속 손 표시)까지 공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럼 나머지 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그 무거운 바구니와 물통을 들고서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더 큰 문제는 상인들이 현재 쓰고 있는 수족관을 여기에 놓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 공간에 입주하려면 여기에 맞는 크기의 수족관을 저희가 새로 맞춰야 해요. 그게 적게는 4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 원까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5. 활어보관장 바닷물 공급 파이프

 활어보관장 바닷물 공급 파이프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바닷물 공급 파이프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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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 바닷물을 공급하는 파이프입니다. 수산시장 활어보관장에서 쓰고 있는 기존 40mm 파이프에서 콸콸 쏟아져도 보통 수족관 하나 채우는 데 30분이 걸리는데 이걸로 하게 되면 수족관에 물 받는 데 2시간 이상 걸립니다. 한마디로 활어 수족관에 쓰기엔 전혀 쓸모가 없죠."

 현재 수산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닷물 공급 파이프는 훨씬 굵다 (사진 : 칼라TV)
 현재 수산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닷물 공급 파이프는 훨씬 굵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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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활어보관장 내부의 배수 시설

 활어보관장 내부의 배수 시설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내부의 배수 시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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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는 10t 이상의 물이 들어있어요. 수족관 청소할 때 물을 비우면 엄청난 양이 쏟아집니다. 이 깊이(약 5cm)로는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낼 수가 없어요. 근데 수산시장에선 일이 비슷한 시간대에 진행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동시에 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그렇게 하면 온통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배수 시설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깊이가 최소한 30cm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수산시장 활어보관장의 배수 시설. 깊이가 30센티미터 이상이다. (사진 : 칼라TV)
 현재 사용되는 수산시장 활어보관장의 배수 시설. 깊이가 30센티미터 이상이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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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활어보관장 내부 천장 환풍기

 활어보관장 내부 천장 환풍기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내부 천장 환풍기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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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현재 쓰고 있는 공간은 사방이 뚫려 있고 환풍기가 4개씩 설치돼 있는데도 항상 천장에서 물이 떨어집니다. 상인들이 그만큼 물을 많이 써요. 근데 지금 여기 천장엔 환풍기가 2개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밀폐된 공간이에요. 아마 여름이 되면 위에서 물이 줄줄줄 떨어질 겁니다. 만일 전기 누전이라도 일어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8. 활어보관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나가는 동선

 활어보관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나가는 동선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나가는 동선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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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는 살아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옮기는 동선이 짧아야 합니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통로와 가장 가까운 업체에서 수레를 끌고 나온다 해도 주차장(사진 속 표시 부분)까지 제 걸음으로 50보 정도 됩니다. 이것만 해도 꽤 먼 거리죠."

 기존의 활어보관장은 사진에서 보듯 차량과 보관장 입구의 거리가 가깝다. (사진 : 칼라TV)
 기존의 활어보관장은 사진에서 보듯 차량과 보관장 입구의 거리가 가깝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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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활어보관장 바깥에 있는 실외기(냉각기) 설치 시설

 활어보관장 바깥에 있는 실외기(냉각기) 설치 시설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바깥에 있는 실외기(냉각기) 설치 시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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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수족관 시설에는 물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시키는 냉각 시설, 즉 실외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파이프 라인을 통해 물이 순환하면서 찬물이 수족관에 다시 들어와 온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지금 이 구조로는 파이프의 동선이 아주 길어지게 됩니다. 냉각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 먼 거리를 파이프가 따라 나와 저 위(사진 속 천장 부분)에 설치될 실외기와 연결되는데 물을 저 높이까지 밀어 올릴 수 있는 모터가 과연 존재할지 의문입니다."

 기존 활어보관장의 실외기는 사진에서 보듯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 : 칼라TV)
 기존 활어보관장의 실외기는 사진에서 보듯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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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활어보관장 전용 주차장

 활어보관장 전용 주차장 (사진 : 칼라TV)
 활어보관장 전용 주차장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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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까지 와도 차를 댈 수 있는 곳은 3칸뿐입니다. 근데 실제로는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하니 여기 2대밖에 못 대요. 활어보관장 주차장은 이게 전부고 가공처리장과 함께 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또 이만큼 있습니다. 한 업체가 차량을 보통 대여섯 대 가지고 있는데 업체가 32개니 차량이 총 몇 대가 될까요? 근데 여기 2대, 저쪽에 2대 대면 끝나요. 나머지는 저 밖에 대야 됩니다."

11.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손수레 이동 통로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손수레 이동 통로 (사진 : 칼라TV)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손수레 이동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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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보관장 주차 공간에 세우지 못한 차량은 다른 곳에 세워야 하는데 거기까지 거리가 100m가 넘습니다. 활어 물통을 손수레에 싣고 차량이 있는 곳까지 그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상황에서는 활어가 죽을 수도 있어요. 게다가 이 통로의 폭도 너무 좁아서(약 130cm) 1미터 가까이 되는 손수레 한 대가 올라가면 나머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바쁜 시간에는 물건을 내리고 올리는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12. 지하주차장 배수 시설

 지하주차장 배수 시설 (사진 : 칼라TV)
 지하주차장 배수 시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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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싣고 온 차량들이 활어를 다 내리고 나면 바닷물을 버립니다. 5톤 차량이나 1톤 차량이 적게는 수십 대, 많게는 150대에서 200대가 여기서 작업을 하고 물을 버리게 되면 쏟아지는 물의 양이 엄청나죠. 근데 주차장 바닥에 있는 배수 시설은 깊이가 7cm밖에 안 됩니다. (폭은 약 15cm) 이 정도 배수 시설로는 여기 전체가 물바다가 될 게 뻔합니다."

상인들이 말하는 '새 건물' (2) - 건어물판매장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OOO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건어물판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건어물판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사진 : 칼라TV)
 건어물판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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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기까지 150m에서 200m 정도인데요. 점원들이나 주인들이 매장 앞에 쭉 나와 있게 될 텐데 소비자들이 어디 겁이 나서 들어오겠습니까? 여긴 개방이 전혀 안 돼 있는 공간이에요. 한마디로 사방이 막혀 있다 보니 소비자가 보기에도 겁이 나는 공간이 돼 버렸어요. 이런 공간은 유통 시설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사방팔방이 뚫려 있어야 돼요."

2. 채광 및 환기 공간

 채광 및 환기 공간 (사진 : 칼라TV)
 채광 및 환기 공간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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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자연 채광도 되고 환기도 돼야 하는 공간인데, 여기에 냉동 창고가 사각형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창고가 햇빛도 막고 환기도 안 되게 만들어 버리는 구조라는 거예요. 이건 지금 우리를 임의로 엉뚱한 공간에 몰아넣는 것밖에 안 됩니다. 건물의 원래 용도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배치해 놓은 거예요."

3. 소화전

 매장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소화전 (사진 : 칼라TV)
 매장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소화전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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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이 우리 건어물 상인들을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는 건 이 소화전 하나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아주 임의적으로, 즉흥적으로, 무계획적으로 우리를 여기다가 집어넣은 거예요. 이 소화전 어떡할 겁니까? (매장 벽 한가운데에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 배정 받으신 상인 분은 이 소화전을 어떻게 막고 판매대를 놓아야 하죠?"

4. 방화문

 매장 한가운데 있는 방화문 (사진 : 칼라TV)
 매장 한가운데 있는 방화문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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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에 보시면, 저쪽에 냉장고가 들어가야 하는 곳에 방화문이 있어요. 여기서 장사를 한다고 해도 이 문을 막을 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방화문인데. 이건 애초에 건물 용도와 상관없이 이 건물이 처음부터 계획에 어긋나게 지어졌다는 얘기예요. 여기는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상인들이 말하는 '새 건물' (3) - 수산물 소매 판매장

경매장과 소매 판매장이 들어올 예정인 새 건물 1층에는 '현대화'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판매 시설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소매 상인들을 위한 새 시설에서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매장과 매장 사이

 매장과 매장 사이. 사진에서 보듯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만큼 좁다. (사진 : 칼라TV)
 매장과 매장 사이. 사진에서 보듯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만큼 좁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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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쪽에 사람이 서면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사이로 사람이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물고기 사러 여러 사람이 올 때가 있어요. 바로 이 앞에 쭉 서서 물고기 손질하는 걸 들여다보거든요. 그럼 이쪽에는 팔고 있는데 저쪽에는 못 팔고 있게 돼 버려요. 구경하는 사람들이 앞을 막게 되니까. 그만큼 공간이 좁아요. 그럼 못 파는 사람이 가만히 있겠어요? 칼부림 나요. 수산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바깥의 저 넓은 시장에서도 날마다 치고받고 싸워요."

2. 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사진 : 칼라TV)
 매장 내부의 소비자 통로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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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앞에 한 사람이 서잖아요? 그럼 사람이 어디로 다녀요. 못 다녀요. 맨날 싸워야 될 거예요. 사람이 드문드문 오면 지나가지만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어떻게 다니겠어요. 그리고 매장에 소쿠리 놔야지 저울도 있어야지. 근데 여기는 물통 하나 놓을 데가 없어요. 무채도 놔야 하고 스티로폼 통도 놔야 되는데. 자리가 없잖아. 여기서 어떻게 도마를 닦고 사람이 쉬겠냐고."

3. 수족관과 이어질 실외기(냉각기)

 수족관과 이어질 실외기(냉각기) (사진 : 칼라TV)
 수족관과 이어질 실외기(냉각기)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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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족관이 들어오면 냉각기도 들어와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사방이 다 막힌 공간이라서, 천장을 통해 라인을 저쪽으로 빼고 구멍을 뚫어서 냉각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에요. 근데 그렇게 하면 거리가 엄청 늘어나겠죠. 왕복 거리가 최소한 50m는 될 텐데 과연 냉각기로서 효율성이 있을까요? 그리고 한두 대도 아니고 200여 대가 넘는 냉각기가 들어올 텐데, 냉각기는 여름에 성에가 많이 끼지 않습니까? 합선이나 누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실외기. 매장 바로 위 사방이 트인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현재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실외기. 매장 바로 위 사방이 트인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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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족관의 크기

 수족관의 크기에 대해 설명하는 상인들 (사진 : 칼라TV)
 수족관의 크기에 대해 설명하는 상인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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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족관으론 하루에 팔 수 있는 용량을 못 집어넣어요. 그냥 몇 마리 놔두고 파는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이건 수산시장이 아니라 마트밖에 안 돼요. 겉으로 보기에 수족관이 있다고 해서 수산시장 기능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방어 2마리면 1층 다 차고, 2층에 많이 들어가면 도미 한 10마리? 또는 농어 대여섯 마리나 우럭 대여섯 마리? 그럼 칸이 끝나요. 그 정도 물량이면 주말에도 토요일 오전에 다 끝나요. 일요일엔 무조건 쉬어야 되는 거죠."

5. 판매대의 크기

 판매대 크기에 대해 설명하는 상인 (사진 : 칼라TV)
 판매대 크기에 대해 설명하는 상인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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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홍어 큰 게 2마리 올라가요. 홍어는 한 집마다 30마리씩 갖다 놓고 장사하는데 겨우 하루에 2마리 팔아서 생계를 이을 수가 있겠어요? 물건을 미리 쌓아 놔야 손님이 왔을 때 20마리든 30마리든 내보내지 한두 마리 팔아가지고는 여기 세도 감당 못하고, 그냥 죽으란 소리예요. 한마디로 여긴 무덤이에요 무덤. 땅속에 집어넣는 것만 무덤이 아니에요. 여기다 2마리 깔고 나머지 물건을 가져와도 이 좁은 공간에 그걸 쌓아 둘 데가 없어요. 통로에 쌓아 두면 소비자들과 어떻게 흥정을 할 수 있겠어요?"

6. 실내 난방과 환풍기

 천장에 달린 환풍기. 사진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도 천장 다른 쪽에 띄엄띄엄 달려 있다. (사진 : 칼라TV)
 천장에 달린 환풍기. 사진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도 천장 다른 쪽에 띄엄띄엄 달려 있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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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몸 따뜻하게 하는 것보다 손님들한테 싱싱한 물건 드리는 게 저희에겐 더 행복이에요. 근데 지금 사방이 막힌 여기는 따뜻하잖아요. 얼음 값이랑 연료비가 더 들어가겠죠. 게다가 수산물은 차갑게 두지 않으면 신선도가 유지되지 않아요. 천장을 보시면 환풍기도 몇 개밖에 없어요. 현재 수산시장은 사방이 다 터져있어도 옷에 비린내가 배요. 게다가 여기에 800여 개 매장이 들어올 텐데 그 냄새를 이 환풍기들만으로 어떻게 하기는 불가능해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시행 주체인 수협 측의 반론

상인들의 주장과 관련하여 수협 측은 의견을 들으려 했지만, 수협은 시설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수협이 지난 1월에 발간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바로 알기>라는 책자를 참고하라고 전달했다. 책자 속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오해와 사실'이라는 꼭지에서 수협은 상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책자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싣는다.

1. 공사 현장을 상인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수협 측 입장

작년 12월이 돼서야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 수협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현대화 시장의 내부 시설에 대해서는 수협노량진수산(주) 사무실에 도면을 비치하여 시장 종사자들(중도매인조합, 판매상인상우회, 하주협의회, 항운노조)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012년 11월 판매 상인들에게 배부한 안내문에도 도면이 첨부되어 있다.

현대화 시설에 관심 있는 시장 종사자들은 개별적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하였으며, 가장 먼저 만들어져 운영 중인 냉동 창고를 이용하는 시장 종사자들은 냉동 창고로 이동할 때 현대화된 시장의 내·외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일부러 시장 종사자의 공사 현장 출입을 통제한 사실은 없다."

2.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수협 측 입장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2007년부터 워크숍 2회, 설명회 14회, 대책위원회 11회, 국회의원 주관 토론회 1회, 국회 상임위원회 주관 간담회 1회 개최 등 수십 차례의 각종 회의를 통해 시장 종사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여러 이견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09년 7월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시장 종사자들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 부지를 2000평 확대하고 1층에 경매장과 잔품 소매점을 배치하는 내용을 포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 복층인 새 건물의 규모가 단층으로 된 현 수산시장보다 턱없이 작아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수협 측 입장

"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은 축구장 6개 정도를 합친 1만 2236평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3만 5800평 규모로 건립된 최첨단 현대식 건물로 기존 시장의 연면적 2만689평에 비해 1만 5111평이 증가하여 약 1.7배가 늘어났다. 과거 70년대 초 부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 만들어진 기존 시장의 단층 건물과 최신 건축 기법을 사용하여 완공된 현대화된 복층 건물을 1층 바닥 면적의 크기만으로 단순 비교하여 턱없이 작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4. 새로 지은 건물의 판매 매장 면적이 너무 작고 협소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수협 측 입장

"판매 자리의 전용 면적은 현대화 전후 모두 1.5평으로 동일하지만, 다만 가로 세로의 비율이 바뀌었는데 이는 진열 효율을 높이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고객대면 길이를 넓히는 등 현대화된 시장에 적합한 영업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이다.

시장 상인들이 매장 면적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고객 통로를 무단으로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사용 실태와 비교하기 때문이다. 판매 자리를 1.5평으로 계획한 이유는 현재 면적이 1.5평이고 서울시의 고가도로 계획을 반영하면서 가능한 기존 시장의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순차공사방식에 따른 사업 대상 부지의 제약,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현대화 시장에서 상품을 수직으로 이동하기 위한 코어(엘리베이터, 계단실, 배관·배선 공간), 에스컬레이터 등 필수 시설을 설치하고 소비자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5. 현대화 후 관리비가 오른다는 주장에 대한 수협 측 입장

"현대화 시장 관리비는 수협노량진수산(주)와 판매상인회장단 간에 2015년 3월부터 7월까지 23회 협의를 거쳐 7월에 판매 자리 월 관리비 및 입주 조건 합의서를 체결하여 책정했다. 관리비가 현재보다 높게 책정된 이유는 수산시장 현대화 공사 자부담분 등 신규 투자분에 대한 금융비용, 감가상각비, 세금공과 등 막대한 비용과 최첨단 시설로 현대화된 시장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이다.

합의에 따라 책정된 관리비 수준도 판매 자리가 일류 고정 상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시장 내에 위치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

상인들의 '생존'이 곧 '현대'다

만일 상인들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면 수협이 지은 새 건물로 들어가는 것은 곧 수산시장 상인으로서의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1921년 서울역 부근에 세워졌던 어시장이 1971년 노량진으로 옮기며 조성된 백 년 가까운 역사의 수산시장은 하루아침에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설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사라질 위기에 처한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박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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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노량진 수산시장뿐만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어떤 문화나 지역을 송두리째 뒤엎어 뜯어고치려 할 때 정부나 국가기관이 흔히 내거는 '현대화'라는 가치에 대해서다.

'현대화'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현대'에 걸맞게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그렇다면 그 '현대'란 누구의 어느 시점을 가리키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대'의 주체로 누가 나서야 하는지, '현대'의 시점은 언제로 설정해야 하는지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고 '현대화'의 대상이 되는 문화나 지역, 또는 사람들은 늘 누군가의 손짓에 따라 어딘가로 떠나거나 어딘가에 강제로 옮겨 심어졌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현대'와 '재래'라는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해석했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어도 '현대'를 지정할 힘을 갖춘 그 누군가는 그들의 삶의 현장을 '전통'이나 '재래'라는 이름을 통해 너무나도 간단히 '옛것'으로 만들었다.

그 이분법 속에서 '재래'가 된 공간은 언제나 향수 어린 촉촉한 마음으로 떠올려야 하는 환상으로 존재했을 뿐 그 안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사람들의 삶은 '옛것'이라는 이미지로 철저하게 대상화되었다. 이분법을 독점한 누군가는 '재래'의 공간, 즉 여전히 사람들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밀어 없애는 행위를 '묵은 때를 벗기고 새 살을 돋게 한다'는 식의 논리로써 정당화할 수 있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반대집회에서 진행된 삭발식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반대집회에서 진행된 삭발식
ⓒ 박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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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는 '재래'에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낙인을 찍었고 '현대'에는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금박을 입혔다. 그러나 재래와 현대라는 이분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누군가의 치밀한 의도 아래 부추겨진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노점상들을 거리에서 몰아낸 '환경 미화'가 그랬고, 용산 재개발, 청계천 복원, 4대강 정비 사업 등등 정부 주도로 밀어붙여진 수많은 '현대화' 사업들이 그랬다. '현대화'라는 구호가 큼직하게 내걸릴 때마다 가장 힘없는 자들이 어딘가 외진 곳으로 밀려났다.

상인들 860여 명이 하나로 뭉쳐 '새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부르짖는 노량진 수산시장도 '현대화'라는 슬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정부와 수협은 상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상인들은 정부와 수협에 지지 않고 강제로 '현대화'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생존이야말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동시대인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소중한 '현대'라는 점이다. 이를 무시한 현대화 사업은 누가 주체로 서든 어떤 시점으로 설정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협이 상인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3월 15일이 코 앞이다. 그러나 상인들 대부분은 새 건물로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상인들이 모여 수산시장 현대화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칼라TV)
 상인들이 모여 수산시장 현대화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칼라TV)
ⓒ 박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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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박병학 기자는 칼라TV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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