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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에 선 김수현 작가
▲ 김수현 개인전 침대 옆에 선 김수현 작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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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 김수현 개인전 자전거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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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철사를 이용해서 3차원 공간에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평소에도 사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사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그때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 너무 익숙해서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물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수현(29) 작가는 일반적인 그림이나 조각이 아닌, 철사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든다. 굵은 철사부터 얇은 철사까지 다양한 철사를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나 가방부터 시작해서 속옷까지 수많은 사물들을 표현한다.

김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서울 방배동 갤러리토스트(관장 이도영)에서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열린다. 오프닝이 있었던 지난 27일에 전시장에서 김 작가를 만나봤다. 김 작가는 위에서 언급했던 계기에 대해서 말한다.

"비가 엄청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그날 제가 좋아하던 우산을 들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우산이 부러져버린 거에요. 처음에는 그냥 아쉽고 속상한 마음으로 그 우산을 하나의 도구로만 바라봤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우산의 여러 가지 면들, 작은 버튼부터 시작해서 손잡이의 구부러진 곡선이나 비닐에 생긴 주름 등을 마치 손으로 만지듯이 읽어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제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그때의 기억이 김 작가에게는 계속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물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일반적인 2차원의 드로잉 속에 사물을 넣어두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3차원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신에게 남겨진 이미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널어둔 속옷
▲ 김수현 개인전 널어둔 속옷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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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 김수현 개인전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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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택한 재료가 철사다. 공간 속에서 스스로 고정되고 드러낼 수 있는 재료를 고민하다가 철사를 택하게 됐다. 그 우산은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지만 아직도 가지고 있단다. 마음이 아픈 면도 있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겠더라고. 김 작가는 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철사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철사라는 재료가 저한테 좀 익숙하기도 했어요. 조각 공부하면서 많이 다루기도 했고 용접도 많이 했었거든요. 저 산소용접, 전기용접 이런거 잘해요. 전기톱으로 나무 깍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20대 여성이 용접을? 편견이나 선입견일 수 있지만 쉽게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 작가는 다양한 굵기의 철사를 작품에 사용한다. 일반적인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통 부산에 있는 전문점에서 몇 십 킬로그램 단위로 주문해서 작업에 사용한다.

이렇게 철사로 작업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굵은 철사를 구부리고 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손이 힘들고 아플까. 작품을 만들 때 한번에 완성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않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있을 텐데.

평소에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하지만 작은 작품을 만들때는 맨손으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장갑을 끼면 둔해질 수 있다고.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굳은 살이 박힌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자전거>를 작업할 때 특히 좀 어려웠다고 한다.

"자전거 핸들을 만들 때가 힘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다섯 번 정도 계속 반복해서 작업한 다음에 나온 핸들이에요. 그런 과정을 거친 철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따로 모아둬요. 버리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철사로 작업할 때의 장점과 힘든점

가방
▲ 김수현 개인전 가방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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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모습
▲ 김수현 개인전 전시장의 모습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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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는 철사로 만든 여러 작품들이 벽에 고정돼 있다.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철사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철사는 자신의 두손을 따라오는 재료라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을때로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러지고 휘어지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김 작가는 전시장을 찾아줄 관객들에게 말한다.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그런 사물들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전거를 보면서, 자전거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전거와 관련된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드로잉의 한 기법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전시장에 오시는 분들이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서 제 작품을 감상하시면 좋겠어요. 일종의 쉼표같은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덧붙이는 글 | 갤러리토스트 www.gallerytoast.com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46 3층
월요일 휴관, 화-토 11시-6시, 일, 공휴일 1시-6시



태그:#김수현 작가, #갤러리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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