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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동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 한 뒤 이종걸 원내대표 등 동료들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10시간 18분' 필리버스터 마친 은수미의 '눈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동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 한 뒤 이종걸 원내대표 등 동료들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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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문제의 중심엔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있다.

22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테러방지법을 보면,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의 정보(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를 수집할 수 있으며, 자료 수집을 위해 테러위험인물을 추적할 수 있다. 테러위험인물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고 정의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테러방지법이 이른바 '국정원 권한 강화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3일째 이어지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도 국정원 권한 강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였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소불위의 국정원에 국가비상사태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무차별적인 정보수집권과 조사권, 그리고 감청권을 추가로 부여해 괴물 국정원을 만드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나"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과거 국정원이 조작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한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은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테러방지법 입법을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한다. 특히 "야당은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때가 어느 때인데 (국정원이) 옛날에 했던 나쁜 짓을 함부로 하겠나(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란 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의 말은 사실일까. "때가 어느 때"란 말이 나올만큼 국정원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국정원 원훈)"을 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금이 "어느 때"인지 점검하기 위해 최근 국정원의 흑역사를 정리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9시간을 넘겨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가운데,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은수미 의원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함을 치고 항의하고 있다.
▲ 은수미 의원에게 삿대질하는 김용남 의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9시간을 넘겨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가운데,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은수미 의원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함을 치고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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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 ①] 갤럭시, 아이폰, 카카오톡... 대북 활동?

멀리 안 간다. 지난해 7월에 드러난 일이다.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해킹팀'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육군 5163 부대'라는 위장 부대와 '나나테크'라는 구매 대행사를 통해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 문의, 구입,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위해 국정원은 2010년부터 꾸준히 해킹팀과 접촉했다.

특히 국정원은 스마트폰 해킹과 관련된 기능 개선 요청과 공격 요청 등을 해킹팀에 문의했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 아이폰, 카카오톡 등이 거론됐다. 북한에 없는 것들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일었다.

급기야 해킹 프로그램의 구입·운용을 담당했던 직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진리를 향해 헌신하는 무명'들이 집단 공개 성명서를 내는 나라가 됐다.

국정원은 간첩 조작 사건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국정원은 중국 국적으로 북한에 거주하던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유씨에게 간첩 딱지를 붙이는 과정에서 국정원은 유씨의 동생에게 허위 진술을 받기 위해 회유, 협박, 폭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재판에 제출한 증거 문서(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사실조회서, 정황설명서)가 모두 위조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간첩조작 사건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9일에는 탈북자로 가장한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으로 지목된 홍아무개씨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작성한 홍씨의 자필진술서를 유일한 증거로 본 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피의자신문조서, 국정원 사법경찰관 피의자신문조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해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고지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했다.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국가보안법 최종 무죄 판결 받은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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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 ②] 대선개입 사건, 국정원 논란 '정점'

2012년에는 광주·전남 대안학교 교직원 사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2011년 8월~11월 총 다섯 차례 광주·전남의 늦봄문익환학교와 지혜학교 등의 교사·행정직원 전체의 개인 신상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012년에는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 방향', '좌파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등의 문건을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문서를 통해, 사찰 대상에 박원순, 안철수 등 야당 정치인은 물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까지 포함됐음이 알려졌다.

국정원이 최근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은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이다. 국정원 직원의 '셀프 감금'을 시작으로, 심리전단 직원들이 작성한 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 초기 정국을 뒤흔들었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선거 관련 글은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크게 늘었으며(2012년 7월 약 6000건, 8월 약 1만 3000건, 9월 약 7만 8000건), 선거 관련 게시글의 찬반클릭, 트윗·리트윗 등도 넘쳐났다. 수사 과정에서 글 삭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바뀐 직후 김대중 정부에서도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도·감청한 사실이 2002년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9월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12차 범국민행동의날 촛불집회가 참연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시국회의'의 주최로 개최된 가운데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은 계속된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촛불은 계속된다" 지난 2013년 9월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12차 범국민행동의날 촛불집회가 참연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시국회의'의 주최로 개최된 가운데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은 계속된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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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흑역사들] 더 옛날엔 어땠을까, 간첩 조작 모아봤다

국정원 권한 강화에 반대하며 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 그리고 "때가 어느 때인데"라며 국정원을 믿으라는 새누리당 의원들. 누구의 말에 설득력이 있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맞긴다.

추가로 <오마이뉴스>는 그때 그 시절, 그러니까 국정원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와 중앙정보부(중정) 시절 벌어진 '간첩 조작 사건'을 정리해봤다. 아래에 기록한 것 외에도 안기부 혹은 중정의 손이 미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 그리고 간첩 조작 사건 외에도 불법 도·감청 및 시국 사건 등은 수도 없이 많다. 여기에는 경찰·보안사·검찰 등이 주도한 것은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안기부 혹은 중정이 주도한 간첩 조작 사건만 선별해 모았다.

1961년 조용수 민족일보 사건
1964년 인혁당 사건
1965년 경향신문 매각 사건(이준구 사장 간첩과 연루 조작)
1967년 이수근씨 및 처조카 배모씨 간첩 조작 사건
1969년 동백림 사건
1970년 유럽 간첩단 조작 사건
1973년 최종길 서울대 교수 간첩 조작 및 고문치사 사건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4년 민청학련 사건
1976년 제주 어부 간첩 조작 사건
1977년 재일교포 간첩단 조작 사건
1980년 김기삼 간첩 조작 사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981년 1, 2차 진도 간첩단 조작 사건
1982년 오송회 사건
1983년 최양준씨 간첩 조작 사건
1984년 이장형 간첩 조작 사건
1986년 김양기 간첩 조작 사건
1987년 수지김(김옥분) 사건


태그:#테러방지법, #국정원, #권한강화, #필리버스터, #간첩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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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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