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디제이 형준은 생방송 진행을 하던 중 첫사랑 수옥이 보내 준 사연을 읽게 된다. 이를 통해 23전의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 1991년 여름 고향 섬마을에서 수옥을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보낸 여름방학의 나날이 추억의 음악들과 함께 떠오르기 시작한다.

영화 <순정>의 이야기는 신선하지 않다. 오히려 신파에 가깝다. 특히 영화가 수옥을 대상화하는 방식은 마치 과거로 퇴보하는 것처럼 낡았다. 첫사랑을 추억으로 박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영화를 단조롭고 예상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게까지 느껴진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방식이다. 이는 배경이 된 섬마을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 작품만의 독특한 미감과 울림을 만들어 낸다. 개성 없는 신파가 이어지던 와중에 영화가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단조로웠던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연을 맡은 김소현, 도경수를 비롯하여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은 그 나잇대의 풋풋한 모습 그 자체이다. 이들의 어울림도 좋다. 조연들도 적재적소에서 제힘을 발휘한다. 단점이 많은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충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