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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꿈틀리 인생학교가 문을 열고 제1회 입학생 30명을 맞이했습니다. '중3 졸업생에게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허하라'를 모토로 개교한 이 학교는 아시아 최초의 덴마크형 에프터스콜레입니다.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날 개교사를 통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오연호 이사장의 개교사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 1회 입학식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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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30명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봤습니다.

충남 금산군에서 온 1번 강건 학생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온 30번 형지원 학생까지.

여러분 30명의 사진을 보면서 1919년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이 생각났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여러분의 인생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결단을 하고 여기 이 입학식 자리에 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 여러분을 저는 존경합니다.

제가 여러분 나이 때는 이런 낯선 길로 들어서는 결단을 선뜻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학생들의 선택을 지지해주신 학부모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저도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지만, 이런 결정 참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 모인 꿈틀리 인생학교 제1회 입학생은 30명밖에 안됩니다. 여러분 또래의 학생 100만 명에 비하면 0.00003%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매우 뜻깊은 질문을 대한민국 학생들에게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던지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옆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쉬었다가도 괜찮다, 다른길로 가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걱정마세요, 실패해도 성공입니다

그런데요, 학생 여러분, 학부모 여러분, 솔직히 좀 걱정 되시지요? 첫 만남인 오늘, 좀 낯설지요? 학생들은 과연 내가 이곳에서 잘 해낼까,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잘해낼까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감히 우리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학교 설립자인 저부터가, 이사장인 저부터가 성공을 예감합니다.

아직 학생들이 뛰어놀 운동장은 울퉁불퉁하고, 학생들이 잠잘 기숙사도 온전치 못하고, 아직 스쿨버스도 없습니다. 아직 선생님 월급도 충분하게 주지 못하고, 특별강사의 강사료도 시간당 5만원밖에 못줍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악기라곤 아직은 조율 안 된 중고 피아노 한 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이 무한도전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겐 그 부족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실천할 용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와 더불어와, 즐겁게입니다.

제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0년 2월22일 오후 2시에, 바로 이 순간, <오마이뉴스>를 만들었는데요, 그때도 창간 결심을 하기까지 1년여 동안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긴 방황 끝에 어떤 엄청난 힘에 끌려, 그래 일을 저지르자, 창간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힘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성공이다!" 그것은 바로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자, 그러나 그러고나서도 만약 실패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것이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성공이다."

저는 이번에 꿈틀리 인생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16년 전 <오마이뉴스>를 창간할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 여러분, 학부모 여러분, 교사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런저런 어려움을 당한다할지라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우리의 과정이, 스스로라면, 더불어라면, 즐겁게라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긴 인생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쳐올 때, 불안해하지 않을 안정적 마음의 기반을 여기서 닦을 수 있을 것입니다.

꿈틀리 주민 10만명이 응원합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 1회 입학식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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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의 좌절도, 기쁨도, 어려움도, 영광도 이제 우리 학교공동체 식구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10만 명의 꿈틀리 주민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년6개월동안 덴마크가 왜 행복지수 1위의 나라인가를 다룬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427회의 강연을 하고, 그 강연장에서 5만 명의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강연장에서는 못 만났지만 책을 읽은 또다른 5만 명의 마음도 접했습니다. 합하여 10만 명인데요, 강연 현장에서, 그리고 독후감을 통해 표출된 그들의 염원은 이렇게 모아졌습니다.

"덴마크를 부러워하지만 말고 우리도 실천하자, 우리가 꿈틀거리면 세상이 바뀐다."

그들을 저는 바로 꿈틀리 주민이라고 부릅니다. 꿈틀리 인생학교의 법적 주체인 사단법인 꿈틀리는 그렇게 우리사회를 행복사회로 바꾸고 싶은 10만 명의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합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이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뿐인가요? 우리와 비슷한 인생학교를 만들어보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도, 교육전문가들도 우리의 앞날을 궁금해하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에프터스콜레의 본고장인 덴마크에서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250개의 연합체인 에프터스콜레연합회의 트레올스 보링 회장님도 제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앞으로 협력하겠다, 연대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덴마크의 학 여중생은 오는 9월부터 1년간 교환학생으로 우리 꿈틀리 인생학교에 오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덴마크의 한 영어선생님도 9월부터 우리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오셔서 축사를 해주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님도 우리들의 특별강사 선생님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우린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프터스콜레의 시작과 정착은 덴마크에서 이뤄졌지만, 그것은 덴마크의 역사만이 아닙니다. 덴마크 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모두 사람입니다.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는 덴마크의 것도 한국의 것도 아니요, 사람의 것입니다. 사람다운 사람의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덴마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바로 그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우리 역사 속에서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추구해온 세 줄기의 강물이 하나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풀무학교와 <오마이뉴스>, 그리고 사단법인 꿈틀리 이 세 개의 강물입니다.

오산학교, 풀무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의 이어달리기

만약 풀무학교가 우리의 역사에 없었다면, 저는 꿈틀리 인생학교라는 1년짜리 기숙형 학교를 만들, 참으로 무모한 도전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풀무학교에서 38년간 근무하면서 그 가치를 온몸에 지닌 정승관 김희옥 공동 교장선생님을 제가 모시지 못했다면, 오늘 이 개교식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럼 그 풀무학교는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그 역사의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풀무학교의 모태가 된, 일제 강점기의 오산학교가 나옵니다. 그러면 그 오산학교는 어디서 나왔습니까?

도산 안창호 선생이 깨어있는 백성을 길러내는 교육이야말로 민족의 살 길이라면서 전국순회강연을 하지 않았다면, 그 강연장에 들른 20대 청년 이승훈이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듣고, 그래 바로 이것이다, 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오산학교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 강연장의 뜨거웠던 만남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오늘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겠다는, 이 무모한 도전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빌 언덕의 역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찌 그런 염원을 가지고, 그런 실천을 한 사람이 도산 안창호뿐이었겠습니까? 어찌 남강 이승훈뿐이었겠습니까? 우리의 역사 속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정도나마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는 수많은 이름없는 안창호, 수많은 이름없는 이승훈이 있었습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1위의 나라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그룬트비 목사가 죽어있는 교육대신 살아있는 교육을 하자면서 학교의 개념과 공부의 개념을 혁신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룬트비 목사의 리더십은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뿌린 씨앗이 꽃으로 피기까지는, 살아있는 교육이 덴마크사회의 문화로 정착하기까지는, 그룬트비 목사 말고도, 수많은 이름없는 그룬트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풀무학교의 역사 속에, <오마이뉴스>의 역사 속에, 꿈틀리 주민들의 삶 속에 그 이름없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걷고자 분투해온 그 민초들의 피와 땀이, 웃음과 울음이, 절망과 희망이 우리의 역사 속에 뒤엉켜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꿈틀리 인생학교의 문을 여는 오늘,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지켜온 수많은 분들에게 머리숙여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올려드립니다.

이제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갑니다. 인생 최대의 결단을 하고 이 자리에 온 열여섯살, 열일곱살, 열여덟살 청춘 여러분이, 학부모 여러분이, 선생님들이, 그리고 응원하는 꿈틀리 주민들이 그 역사의 바통을 이어갑니다

5년 내에 20개의 인생학교가 만들어졌으면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이 지난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꿈틀리인생학교 강당에서 30명 학생과 학부모 및 정승관 교장, 오연호 이사장,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중학교 졸업생들이 고교 입학 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1년짜리 기숙 학교)를 모델로 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이 지난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꿈틀리인생학교 강당에서 30명 학생과 학부모 및 정승관 교장, 오연호 이사장,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중학교 졸업생들이 고교 입학 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1년짜리 기숙 학교)를 모델로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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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꿈틀리 주민들이, 저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송파 어린이집에서 제 강연을 들었던 두 어린아이의 엄마는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앞으로 10년 후쯤 꿈틀리 인생학교에 보내고 싶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항상 지금의 그 뜻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그 뜻을 응원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음을 늘 기억해주세요."

10년 후에 아이를 여기에 보내고 싶다고한 것을 보면 아마 아이가 지금 일곱살쯤 된 것 같습니다. 그 일곱 살 된 아이가 10년 후 열일곱살이 되어 이 꿈틀리 인생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이 학교를 잘 가꿔 나갑시다.

아니 지금으로부터 10년 후면, 그 아이는 훨씬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여러 인생학교 중에 어느 곳으로 갈지 선택할 수 있도록, 이 꿈틀리 인생학교가 먼저 앞서 걸어간 자로서 모델이 되어 줍시다. 저는 앞으로 5년 안에 약 20개의 인생학교가, 10년 안에 100개의 인생학교가 우리 사회에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가 만든 이 꿈틀리 인생학교는 단순히 그냥 또 하나의 학교가 아닙니다. 사람은 왜 사는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더불어 행복한 인생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나누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동체를 통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가 우리사회의 문화로 자리잡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문화가 제대로 사회 속에 뿌리내릴때 학교다운 학교도, 사랑다운 사랑도, 창조적인 경제도, 사회적 연대도, 참다운 남북통일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도전에, 이 역사적인 도전에 동참한

학생 여러분, 학부모 여러분, 선생님 여러분, 그리고 꿈틀리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저도 온 마음 다해 함께 하겠습니다.

2016년 2월 22일,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 및 제1회 입학식 날

꿈틀리 인생학교 이사장 오연호


태그:#꿈틀리 인생학교, #풀무학교, #오산학교, #오연호 , #정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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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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