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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교복 위 겉옷 착용 금지 규제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 내용은 각 지역 교육청을 통해 단위 학교로 전달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불량학칙'을 고발합니다. [편집자말]
청소년, 교육, 인권단체 등이 모여서 만든 연대체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지난해 가을 '불량학칙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를 해준 것은 대부분 학생으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불량학칙을 제보했다. 때로는 부모나 지역 시민, 교사가 제보를 한 경우도 있었다.

운동본부는 SNS와 블로그를 통해 공모전 기간 동안 제보된 불량학칙들 중 일부를 공개했다. 공모전 이후에는 공모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학칙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람들은 불량학칙들을 보며 '무슨 이런 이상한 학칙이 다 있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학교도 있는데!'하며 비슷한 사례들을 제보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부터 공모전에 모인 불량학칙들의 다섯 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이 다섯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덜 불량한 학칙은 아니지만, 수가 많았거나 가장 사람들의 눈에 띄었던 것들을 꼽아보았다.

운동본부는 불량학칙 공모전을 통해, 과연 학생들이 불량한 것인지 학생들을 억압하고 내모는 학교가 불량한 것인지 되묻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폭력과 차별을 가하는 '불량한 학교 규칙'들을 들여다보자.

[불량학칙 첫 번째 유형] "입시공부 말곤 아무 것도 하지 마!"

① 독서하면 '체벌'하는 울산 A고등학교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3 학생 독서금지'를 교칙을 내걸었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3 학생 독서금지'를 교칙을 내걸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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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A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의 도서대출 기록을 확인한 후 책을 빌린 기록이 있으면 체벌을 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점심시간에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것도 고3은 금지라고 했다. 경악스럽지만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목표로, 말에게 눈가리개를 씌워 앞만 보고 달리게 하듯이 굴러가는 인문계고의 현실을 고려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또한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입시공부 외의 활동을 규제하는 사례들은 많은 학교에서 크고 작게 있는 일이다.

② 공휴일에 자율학습 강요하며 학생 '감금', 서울 B고등학교

같은 유형의 다른 사례로, 공휴일마저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학교가 있었다. 서울 B고등학교가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공휴일에 등교하여 자습할 것을 강요한다는 제보였다. 공휴일에 학생들을 '감독'할 교직원이 없어서인지, 문을 잠가버린다고도 했다.

제보자는 자습 중에 아파도 병원도 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학교 외에도 많은 학교가 야간자율학습, 방과후 학교, 보충수업 등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방학 중에도 등교를 시키는 사례들이 제보되었다. '방학'과 '휴일'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알게 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자율학습 중에 물을 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을 가도 처벌을 하는 사례 등 자습실의 '규칙'들도  불량학칙 공모전에 들어왔다.

이는 심각한 대입경쟁과 학생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불량학칙들이다. '학생은 (입시)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 속에 놀고 쉴 권리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대학입시 외의 다른 길을 모색하는 청소년을 차별하며, 다른 활동을 하면 처벌까지 한다.

학교에서는 "이게 다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경쟁 교육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차별과 배제 등이 근본적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시경쟁을 더욱 채찍질하는 인권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상대평가와 줄세우기로 이루어진 경쟁교육 속에서는 '승리'하지 못한 학생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의 역할이 학생들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교육하는 것이 전부일까? 게다가 일부 학생들은 우대하고 일부 학생들은 홀대하는 등, 교실 안에서 차별과 배제를 저지르는 학교들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과연 진심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학교의 '명예'와 '성과'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불량학칙 두 번째 유형] "너의 신체는 내 감시와 통제 하에 있다"

① 속옷까지 규제하는 부산 C고등학교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속옷까지 규제한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속옷까지 규제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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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C고등학교의 학생이 보내온 제보에는 학생의 신체와 외모를 규제하는 불량학칙이 정말로 많았다. 내용도 '깨알' 같았다.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교복 치마길이 규정과 색조화장 금지는 물론이고, 가방은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가방만 매야 하며 신발은 학교에서 지정한 특정 브랜드의 특정 모델만 착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길이와 염색, 펌을 규제하면서 반드시 '외가닥(한 가닥)'으로 묶어야 한다. 양말과 속옷은 반드시 흰색이어야 하며, 조그만 무늬나 로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방한 목적의 외투마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었는데, 환절기에는 아무리 추워도 겉옷을 입을 수 없고, 한겨울에야 겉옷을 입도록 허용해주는데 그마저도 특정 색깔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일 아침 교문 앞과 식사시간 전 식당 앞에서 복장 검사가 이루어지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체육관으로 학생을 집합시켜 검사를 한다고 한다. 얼마나 숨이 막힐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머리카락이나 복장, 용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개성을 실현할 권리'라고 부른다. 개성의 문제는 여타의 인권 문제들에 비해 덜 절박하고 사소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과 태도를 꾸미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고유한 인간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부정되는 순간 개인은 무기력해진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책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본인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험을 털어놓았다. 관리자들은 피수용인을 순종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손쉽게 관리할 전략으로 머리를 모두 깎아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옷과 신발을 신기며 이름을 제거하고 번호를 부여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피수용인들은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자신의 존엄성과 개성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우리 사회 역시 학생들에게 매우 획일적이고 편협한 모습을 요구하고, 이런 요구는 학교 규칙과 용의규제로 구체화된다. 청소년들이 학생인권의 대표적 해결과제로 주장해온 것이 '두발자유'였으며, 지금도 학교 규칙 중 가장 많이 저항하는 것이 두발복장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의 개성 실현의 권리를 짓밟는 각종 규칙들은 '불량학칙'의 대표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불량학칙 공모전이 9~10월 중에 진행되어서인지, 학교에서 겉옷을 입지 못하게 규제하는 사례들이 매우 많이 공모되었다.

개성을 억압한다는 것은 외모만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추위나 더위, 편함과 불편함 같은 것들까지 획일적 기준에 따라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권과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에 참여할 권리까지 저해한다. 운동본부는 이러한 겉옷 규제들에 대한 사례를 모아서 개선을 요구했고 교육부로부터 이런 사항을 개선하라는 입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불량학칙 세 번째 유형] "너의 입을 막겠다"

① 학교 비판하면 처벌, 충남 D고등학교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SNS에서 학교를 비판하는 일도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SNS에서 학교를 비판하는 일도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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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시간 학생부 선생님이 SNS에서 학교를 비판하면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블로그에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뒤 교무실로 끌려가 '인성이 쓰레기다' '학교는 뭐 하러 다니느냐'는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충남 D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제보한 내용이다. 한국의 대부분 학교에서 학생의 의견은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나 철도민영화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여러 사례들이나, 학교에 불만을 제기한 사례들을 보면 학생들은 징계나 불이익을 받을 위험과 마주해야 했다.

학교 안에서 입이 막힌 학생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말을 한다. 그러나 요즘 학교들은 인터넷까지 틀어막으려고 하고 있다. 위 제보자가 블로그에 게시한 글이 학내에서 문제가 됐다는 것은 학교가 온라인 게시글까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학생이 인터넷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도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됐다.

불량학칙 공모전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어느 학교의 용의복장 학칙이 SNS에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자들이 SNS로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했다.

그러자 제보자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교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제보학생을 찾아내려 한다고 알려왔다. 이후 재학생들이 달았던 댓글 중 상당수가 삭제되었다. 학교의 유무형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의 사실 진술과 의견 표명에 학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도 된 셈이다.

학생들도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더욱 보장받아야 할 가치다. 학교가 민주시민 양성을 표방하는 곳이라면 한층 더 그래야만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비판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설령 학생회 등 어떠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식적인 자리가 되기 쉽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반민주주의적인 '불량학칙'들부터 없애야 한다.

[불량학칙 네 번째 유형] "분할통치, 차별을 활용한 통제"

① 학생회 출마도 성적순, 경남 E고등학교

학생회 출마도 특정 학생에게만 허용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회 출마도 특정 학생에게만 허용하는 학교도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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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학기 석차등급 평균이 50%이내이거나 징계를 받았으면 학급 반장, 부반장이 될 수 없다. 학생회 피선거권은 직전 학기 석차등급 평균이 30%이내거나 벌점 10점 초과인 학생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경남 E고등학교의 학생자치활동규정 일부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자치기구인데, 학교가 성적이나 벌점 등을 기준 삼아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규정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또한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모두에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에 참여할 권리는 학교 안의 참정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성적과 벌점 등을 기준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학교 말을 잘 따르고 우등생인' 학생들만이 학생회를 맡도록 만들어 학생회를 다수 학생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기능을 왜곡시키는 원인이 된다.

② 성적순으로 독서실과 기숙사를 배분해주는, 대구 F고등학교

"저희 학교는 성적순으로 기숙사와 독서실을 배정해 줍니다. 성적순으로 뽑다 보니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서 통학하기 힘든 경우에도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성적 우수자들에게 배정해주는 우등 독서실은 일반 학생들에게 배정하는 독서실보다 시설이 좋습니다. 친구들끼리 누가 우등 독서실에 붙었는지 수근 댈 때면 순위에만 집착하는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대구 F고등학교 학생이 제보한 내용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성적 좋은 학생에게만 눈에 띄는 혜택을 주어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제보자가 증언했듯 이런 규칙으로 순위에 집착하는 경쟁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 학교만이 아니라 성적에 따라 학생들에게 자습실이나 독서실 시설에 차등을 두는 경우, 심하면 기숙사 방까지도 차등을 두는 사례들이 불량학칙 공모전에 제보되었다. 그밖에도 벌점이 10점을 넘을 경우 체육대회와 축제 등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 학생들을 낙인찍는 사례도 있었다.

학생들을 성적이나 징계, 벌점 등에 따라서 차별하고 분리시키는 '분할통치'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입시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경쟁을 유도하면서 한층 더 쉽게 학생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갖게 되며 경쟁과 차별, 개인책임론과 능력주의 등을 내면화 한다. 학교가 차별을 만들어내고 '차별에 찬성하는' 인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가장 반교육적이고 반사회적인 유형 중 하나라는 점에서 '불량학칙'의 대표 사례로 꼽힐 만하다.

[불량학칙 다섯 번째 유형] "사적인 인간관계도 규제 대상"

① 사랑을 처벌하는 학교, 충북 G고등학교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사랑'은 금지 대상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사랑'은 금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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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에는 '교내 연애 금지'라는 항목의 교칙이 있습니다. 교내 연애가 발각되면 당사자는 교내의 모든 수상 기회를 박탈당하고 교내 봉사 등의 처벌을 받습니다. 학교에는 일 년에 몇 번 학생들에게 종이를 주고 연애를 하는 학생 이름을 적어서 내라고 합니다.

또 일부 학생들을 감시자로 삼아 친구들이 연애를 하는지 감시하게 합니다. 연애하는 학생을 교사에게 이르면 상점을 주는 등 특혜를 주고요. 남녀 학생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이 기숙사 CCTV로 적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두 학생은 한 달 동안 기숙사에서 퇴사당하고, 퇴학 협박을 당했습니다."

충북 G고등학교 학생이 제보한 내용이다. 요즘도 사랑을 이유로 처벌을 받나 싶겠지만, 학생들의 연애를 처벌하는 학교는 생각보다 매우 흔하다. 2013년의 서울시교육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중 절반 이상이 학생의 '이성교제'를 규제하는 학칙을 두고 있다.

불량학칙 공모전에는 '팔짱을 끼면 벌점' 등 구체적인 벌점 항목을 두고 있는 학교들도 제보됐고, '불건전한 이성교제'나 '풍기문란' 등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교사들의 눈에 띄는 행동을 자의적으로 처벌을 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또한 보통의 학교에서 연애나 성적 관계를 상상하면 이성 간의 그것밖에 상상하지 못해서 그런지 학생의 연애를 규제하는 학칙은 보통 '불건전한 이성교제' 같은 단어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간혹 동성 간의 무엇도 규제 대상임을 명시해둔 학교들이 있는데, 부산의 G고등학교가 그 예였다. '동성 간 과도한 신체접촉' 시 풍기문란으로 벌점 1점이 부과되는 것이다.

학교가 이성애이든 동성애이든 이토록 당당하게 학생의 인간관계를 규제하는 데는 청소년의 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한몫을 하고 있다. 성이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인간 삶에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요소인데도, 유독 청소년의 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혐오한다. 이에 더해서 청소년의 사랑과 연애 자체가 일종의 일탈행동처럼 여겨지곤 한다.

과연 학교가 개인의 사적 관계와 감정을 단속하고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야말로 전체주의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에서 비혼모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학교에게 이러한 규제 학칙들도 개선하라고 했으나, 현실은 여전했다. 그리고 청소년의 성과 사랑을 일탈행동처럼 취급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한 이런 사례들은 계속 발견될 것이다.

학생이 불량한가, 학교가 불량한가?

이 외에도 국기에 대한 경례 시 부동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는 등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 '교사지시 불이행' 같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사유로 처벌 규정을 두는 유형 등 불량학칙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흔히 학교에서는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학생, 규칙 위반으로 처벌받는 학생을 '불량'하다고 평하곤 한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수많은 학교들이 애초에 잘못된 규칙을 강요하고 복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단지 규칙만이 아니라 경쟁과 차별과 폭력으로 채워진 학교의 풍경과 학습 시간이 지나치게 긴 교육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어른 말 안 듣는다고 혀를 차기 전에 학교와 교육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운동본부는 인권의 눈으로 들여다봤을 때, 너무나 많은 학교들이 불량한 규칙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자 했다.

특히 몇몇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로 마치 학생인권은 너무나 잘 보장되고 있다는 착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기에, 학생들이 겪는 현실을 불량학칙 공모전을 통해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운동본부는 이후에도 학생인권 상담소를 운영하고 문제가 되는 사례들을 공론화하는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태그:#불량학칙공모전, #학생인권, #청소년, #교육, #불량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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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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