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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프터스콜레 '꿈틀리'의 메시지 "옆을 보고, 함께 행복하자"
ⓒ 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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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이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꿈틀리인생학교 강당에서 30명 학생과 학부모 및 정승관 교장, 오연호 이사장,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중학교 졸업생들이 고교 입학 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1년짜리 기숙 학교)를 모델로 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이 22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꿈틀리인생학교 강당에서 30명 학생과 학부모 및 정승관 교장, 오연호 이사장,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중학교 졸업생들이 고교 입학 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1년짜리 기숙 학교)를 모델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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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인천 강화군 옛 신성초등학교 부지. 학생들이 떠난지 오래인 조그마한 폐교에 잇따라 승용차가 들어섰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책 읽는 남매, 그리고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 앞을 지난 승용차에서 16~18세의 학생들이 두리번거리며 내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재잘대는 목소리엔 기대감과 동시에 어색함이 담겨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마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 1회 입학식.

이날 강화도 시골 마을의 오래된 학교를 찾은 학생 30명은 사단법인 꿈틀리에서 만든 '꿈틀리 인생학교(이사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첫 입학생들이다. 입학생들은 덴마크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본뜬 이곳에서 1년 동안 먹고, 자고, 놀고, 배우며 '옆을 볼 자유'를 만끽한다(관련기사 : 0.00003%학생이 선택한 아시아 최초의 학교).

학생들은 잠시 좀 쉬기 위해, 그러면서 옆을 좀 보기 위해, 그래서 '나는 누구인지',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 인생학교를 선택했다. 신호등으로 치면 파란불 대신, 노란불 혹은 빨간불과 마주한 학생들은 인생학교를 통해 끊임없이 직진을 요구하는 교육 체계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된다.

이날 과감히 '1년 꿇는 것(?)'을 택한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을 <오마이뉴스>가 만났다.

"1년 후,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관계자들이 인생학교 건물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관계자들이 인생학교 건물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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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 순으로 인생학교 첫 입학생 중 1번이 된 강건군은 '1년 후 모습은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강군은 "1년 꿇는 것도 괜찮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싶다"라며 환한 웃음을 내보였다.

강군의 아버지 강신만씨도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자기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1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아들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1년 후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낸 고등학교 지원서를 거둬들인 학생, 축구를 막 그만둔 학생, 얼마 전까지 게임에 빠져 있던 학생, 스스로 힙합동아리를 만든 학생,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학생, 청소년단체 설립을 준비하는 학생…. 이날 인생학교를 찾은 학생 30명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었다.

손엔 얼굴만한 헤드폰을 들고 비니모자를 쓴 채 친구들 앞에 선 천유진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직접 교장선생님께 말해 힙합동아리를 만들었다"며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여기 와서 열심히 놀고, 절대 공부는 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난스런 농담에 깔깔거리던 청중들은 "대신 이번 1년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천군의 진지함에 박수를 보냈다.

부산 금정구에서 온 신나무군은 "부모님이 저를 강화도에 유배보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인생학교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군은 "이전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 독후감 공모에 당선돼 1박2일 동안 이곳에 온 적이 있다"며 "그때 인생학교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대학생이 될 쯤에 (학교가)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만들어 놀랐다"고 함박웃음을 내보였다.

'ㄱㄴㄷ' 순으로 꿈틀리 인생학교 첫 입학생 중 1번이 된 강건군이 개교식 및 제 1회 입학식에서 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ㄱㄴㄷ' 순으로 꿈틀리 인생학교 첫 입학생 중 1번이 된 강건군이 개교식 및 제 1회 입학식에서 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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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거길 왜 가냐' 그러더라"

물론 모두가 확신 속에 인생학교를 찾은 건 아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이진수군은 "솔직히 엄마에게 처음 인생학교를 추천받았을 땐 별로란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걱정거리를 늘어놨다.

"1년을 괜히 버리는 것 같고, 1년 후에 고등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불편해질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인생학교에 간다고) 물어보니까 '거길 왜 가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합격 전까지 마음이 좀 불편했다."

하지만 이군은 "이왕 합격한 거 재밌게 자빠져 놀다가 가겠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날 자식들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찾은 학부모들도 이군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학부모들은 자식의 친구들 앞에서, 다른 학부모들 앞에서 그간 했던 마음 고생을 고백했다.

"아들이 인생학교에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그런데 처음에 들던 확신이 갑자기 흔들리더라. 하루는 희망찼다가, 하루는 불안했다가, 마음이 왔다갔다 하더라." - 김승우군 어머니

"사실 딸이 인생학교에 가겠다고 결정했지만, 오늘 이곳에 오기 전까지 계속 딸을 괴롭혔다. '정말 인생학교에 갈 것이냐' 물으면서 말이다." - 형지원양 어머니 고소영씨

그럼에도 김승우군 어머니는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하다"며 "승우와 함께 여러 아이들이 1년 동안 의미있는,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형지원양 어머니 고소영씨도 "여기 와서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행여 실패하더라도 그것 또한 성장이니 지원이가 친구들과 서로를 바라보고 배우는, 그런 1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관계자들이 인생학교 강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관계자들이 인생학교 강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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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믿었던 아들, 미안해"

학부모들의 고민과 소망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김유신군의 어머니 신정은씨는 "그 동안 아들에게 입으로만 믿는다고 말하고, 가슴으론 믿지 못한 채 보냈던 시간들이 너무 미안해 이 학교를 제안하게 됐다"며 "1년 동안 학교, 선생님, 아이, 나 자신을 믿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온 손항아양의 어머니 이지선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이후, '우리가 지배당한 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전에는 그냥 예쁜 꼬마아이였던 딸이 끔찍하게 지배당하고 살 것을 생각하니 위기의식이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배하고, 지배당하지 않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라며 "이 학교의 씨앗이 단단하게 심어진다면 (딸이) 그러한 사회와 마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온 이신영양의 어머니 신윤상씨도 "재능도 많고 굉장히 예쁜 아이인 신영이가 고등학교 체계 속에서 내신에 찌들었다간 능력없는 아이가 될 것 같더라"라며 "그래서 인생학교를 선택한 신영이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양의 아버지 이은석씨는 "우리 딸이 여학생들로부터 독립해서, 경쟁과 성적으로부터 독립해서, 그리고 엄마로부터 독립해서 너무 좋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온 이준서군의 아버지 이영진씨는 "아마 이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아들은 우리가 살아왔던 것처럼 쉼없이 쫓기며 살아왔을 것"이라며 "인생학교를 통해 준서가 '우리가 함께 이뤄나가는 과정'을 생각하고, 앞으로 무얼할지 고민하면서 사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생학교의 이사장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이 세 단어를 거론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학생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제가 여러분 나이 때는 이런 낯선 길로 들어서는 결단을 선뜻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학생들의 선택을 지지해주신 학부모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저도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지만 이런 결정, 참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 무한도전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겐 부족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실천할 용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와 '더불어', '즐겁게'입니다."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오연호 이사장(<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에 참석한 오연호 이사장(<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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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꿈틀리, #인생학교, #덴마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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