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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이 이명박 정부에도 강력히 요구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틈날 때마다 외치던 그 정부에서도 사드는 배치하지 못했다.

이유는 지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것과 똑같다. '천문학적인 비용', '성능을 검증받지 못한 무기체계',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

북한이 위성이나 미사일을 발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이명박 정부도 사드를 배치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우리에겐 전혀 실익이 없어서'다.

사드배치로 예기치 않게 이익을 얻는 북한

 사드 발사 장면
 사드 발사 장면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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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드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고도로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무기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이 값비싼 고고도미사일을 쓸 이유가 없다. 휴전선 이북에 배치된 서울을 겨냥한 장사정포, 그리고 저고도로 날아오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저들에겐 훨씬 유용한 무기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그렇게 줄기차게 종용한 것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와 함께 한국에도 사드를 늘어놓음으로써 태평양을 넘어올 적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봐야한다. 중국이 사드에 반발하는 이유도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훑어본다는 차원이 아닌 자국의 핵억제 능력의 상실 우려에 있다.

우리에겐 별 쓸모가 없는 사드를, 그리고 오히려 미국의 대중국 압박용 카드로서의 성격이 더 짙은 사드를, 박근혜 정부가 대북 압박용이란 착각 속에 덥석 꺼내 들었을 때 예기치 않게 이득을 얻은 건 다름 아닌 북한이다.

한국과 중국의 우호관계가 깊어질수록 북한은 불안하다. 한중관계가 진전할수록 북한을 흔드는 지렛대로 중국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 공식화로 북한의 이런 오래된 우려를 크게 덜어줬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대응방법과 수위를 고민하고 있겠지만, 어떤 입장을 내놓든지 한중관계가 앞으로 냉각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의 한축'이라고 규정한다면 앞으로 한중관계의 확장성은 크게 위축된다. 이것이 사드배치로 인해 북한이 얻는 이득이자 한국이 잃어버리는 것이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히스테리컬한 과민 반응'과 '남의 다리 긁는 엉뚱한 제재조치'로 뜻하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의 상대라는 건 그들에겐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여정부를 비롯한 민주당 정부에선 그간 동북아 긴장 상태를 완화하려는 주도적인 노력이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사드배치와 개성공단 폐쇄로 그간의 대화노선에서 강공모드로 정책을 뒤바꾼 한국은 이제 북미간 협상 중재자이며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위상을 완전히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포기한 '북한에 대한 주도적인 설득자'로서의 역할을 다른 6자회담 당사국, 특히 일본이 하게 될 가능성이다.

그 사이, 북한 문제 주도권은 일본에게로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목란관에서 연회를 개최했다며 김 제1위원장이 "과학연구사업에 총매진해 앞으로 주체조선의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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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일본은 이미 지난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부 간 회담을 갖고 '조일국교정상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의 배경은 대략 북한은 일본과의 경제협력으로 경제난을 개선하려는 목적, 그리고 한미일의 삼각동맹을 흔들어보려는 목적으로 해석되며 일본은 피랍 일본인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원래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납북자 문제 이슈로 입지를 크게 넓힌 정치인이다. 아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 초부터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관계개선 정책을 추진했다. 조일 국교정상화 합의는 이 같은 흐름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 2014~2015년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물밑 협상이 수차례 진행됐다. 이 협상은 불과 두어 달 전인 지난해 12월경까지 계속 이어졌다(아사히신문 보도). 그사이 북한은 북한 내의 일본인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기관인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일본은 이 위원회가 설치되던 당일에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왕래 등을 허용하는 등 제재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그러던 중에 올해 초 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위성발사 등이 불거지고 동북아 정세가 강경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논의의 진전이 멈췄다. 만약 향후 대화국면이 열린다면 피랍 일본인 문제를 완결 지으려는 일본의 의지가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한국도 '북핵의 끝장타결이 없다면 대화도 없다'는 초강경 태세로 중무장해 있는 지금, 피랍 일본인 문제에 대해 일본이 장기전으로 갈지 조속한 해결을 시도할지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달려 있다.

이렇게 본다면 박근혜 정부가 사드와 개성공단 폐쇄를 선택하는 순간 이미 북한 문제 논의의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는 북한의 붕괴 혹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체제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은 국내 종북세력의 주장이 아니라 6자회담에 참여하는 미, 일, 중, 러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들도 북핵 폐기는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6자회담 역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목적이 아니라 핵기술의 진전을 막고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금 당장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북한문제의 여러 개념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증거다.

정부 조직이 사령관의 명령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는 군사조직화 되어 있다는 증거다. 또한 정부 내의 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조언 자체가 봉쇄되어 있다는 증거도 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5자회담은 북핵 상황관리를 논의하는 틀이 아니라 제재 방법과 수위를 논하는 틀이다. 5자회담을 하자는 말은 이제 관리를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다.

북핵문제의 유일한 다자간 논의 틀로서 이어져 오던 6자회담 체계를 사전협의도 없이 갑작스레 제재의 틀로 바꾸자고 하니 주변국들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찬성 입장을 밝힌 미국도 아마 겉과 속은 달랐을 것이다.)

사드배치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파급효과와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이 전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좌충우돌식 즉흥 대응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함량미달 대통령, 표류하는 대북정책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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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왜 대북관계를 개선하지 않느냐는 야당 대표의 물음에 박 대통령은 '북한이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관련보도)

내부적으로 가볍게 얘기하는 자리도 아니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5부요인과 정관계,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들이 수백 명 모이는 신년인사회에서, 그것도 제1야당 대표에게 하는 말로서 '날로 먹으려 한다'고 하는 것은 상황을 인식하는 수준도, 대처하는 능력도 함량미달이라는 증거다.

과거 참여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 바 있다. 미국은 당시 국내 여론과 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으나 우리 정부의 끈질긴 교섭으로 평화협정의 전단계로써 '종전선언'을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평화협정을 당장 하긴 어렵지만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이제 전시 휴전 상태를 벗어나 평시가 되었음을 확인하겠다는 의미였다.

바로 이런 것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진정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당사국들을 설득해 이러한 평화협정으로 가는 프로세스를 정밀하게 기획하고 차근차근 관철시켜가야 한다. 이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은 '북한이 날로 먹으려고 한다'는 함량미달의 인식을 만나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졸속으로 꿰매버린 위안부 협상처럼 추락한 국가 위상, 그리고 잃어버린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상황이 올까 제일 걱정스러운 게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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