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권력은 항상 나와는 거리가 있는 곳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권력자는 미국이고 대한민국의 권력자는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며 재계의 권력자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아닌 삼성과 현대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권력은 뜻밖에도 아주 사소한 곳에서조차 실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 동창모임, 회사의 임원과 직원들 등의 작은 조직들 속에서도 권력은 늘 똬리를 틀고 이곳과 저곳을 셔틀처럼 왕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그린이라는 작가의 책, <권력의 법칙>은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책의 부제목은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지배하는 48가지 통찰'이다.

권력의 원천

<권력의 법칙> 표지
 <권력의 법칙>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이제 총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바삐 움직인다. 여당은 공천룰을 놓고 공천위원장과 당대표가 갈등을 빚고 있고, 야당은 분열되고 말았다. 이번 선거전이야말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중이다.

"권력은 근본적으로 도덕과 관계가 없다. 권력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보는 능력이다. 권력은 게임이다. (중략) 권력의 절반은 당신이 하지 '않는' 일, 당신이 끌려들지 '않는' 일에 의해 결정된다."(16)

책의 저자가 서문에서 하는 이 말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착하고 어리석은 진보주의자들이 의뭉스럽고 야비한 보수주의자들에게 휘둘리고 많은 경우 패배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정한 룰과 원칙만 있다면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순진한 생각으로는 권력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슬픈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고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권력 획득의 법칙

이 장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변호사를 떠올렸다. 국회의원시절 여성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방송인으로 활약하던 중에는 이미 종결된 사건에 시시비비를 다시 따져야 한다면서 자치단체장의 가족을 욕보인 '그' 말이다. 권력획득의 법칙 제 6항은 '무슨 수를 쓰든 관심을 끌어라'다. 비정한 인간은 똑똑한 머리를 이렇게 쓰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했듯이 지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이왕이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향력 있는 인물을 상대하라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이 상대 당 대표에게 결투신청을 하거나 역으로 당 대표가 상대 당의 작은 자치단체장을 공격하는 것은 모두 지명도가 낮은 인물들에게 유리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해도 언론이 다뤄야 하기 때문이고 대중은 관심을 갖게 된다. 대중은 흥미로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1915년, 에디슨과 테슬라가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 상은 결국 두 명의 다른 영국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에디슨은 테슬라와 공동 수상을 하지 않겠다며 상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 무렵, 에디슨은 테슬라보다 명성이 높았으며, 따라서 공동 수상으로 라이벌에게 이목을 끌 기회를 허용하느니 차라리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89)

<권력의 법칙>이라는 책은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읽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이 7년쯤 전이니까 내가 회사의 팀장으로 활약할 때다. 빈둥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사내에서 갖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 업무능력 때문에 공동업무를 해야 함께 해야 하는 누가 봐도 사악한 인간, 항상 신뢰감을 주는 외모지만 직속부하직원을 쥐 잡듯 하는 임원 등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해 보이는 회사 생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책이다.

'덫을 놓고 적을 불러들여라(법칙 7항)'나 '어느 누구에게도 헌신하지 마라(법칙 27항)', 그리고 '일은 남에게 시키고 명예는 당신이 차지하라(법칙 38항)'는 등의 어느 항목들은 사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조직의 매우 많은 사람들은 나의 상식과 상상을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이 책의 48가지 법칙들을 하나 하나 뒤적거리게 된다.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국민 대다수를 대변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좇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대변자를 두 눈 부릅뜨고 찾아내야 한다. 매의 눈으로!

덧붙이는 글 | <권력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09년 3월



권력의 법칙 - 개정완역판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09)


태그:#권력, #정치, #조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