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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후에 공연자 및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 2016년 한국어교육재단 설날잔치 행사 후에 공연자 및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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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도 없고 여러모로 힘든 것 같은데 올해는 설날 잔치를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힘들어도 해야지요".

매년 설날이 되면 남편과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학교를 시작하면서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설날 잔치를 개최해 오면서 그만 할까 하고 고민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행히 비영리단체인 한국어교육재단을 설립해서 재단 측에서 한국문화 행사를 하다 보니 여러 자원봉사자들도 생겨나고 적어도 떡국 끓이는 일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해마다 칠80명의 손님들을 초대하고, 윷놀이를 준비하고, 세뱃돈과 복주머니를 준비하면서 세배 받으실 어르신들을 초대하고 축사해 주실 분들 섭외하고, 자원봉사자들을 챙기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다. 공연자들을 섭외하고 음향에 조명에 사회자 대본을 쓰는 일까지도 우리의 몫이다. 음식에 쓸 일회용 숟가락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종이 접시와 그릇과 냅킨은 물론이고 마실 물과 컵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준비과정뿐만 아니라 행사 후에 뒷정리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일까지 여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행사를 마치고나서는 앓아눕는 일이 예사가 되었고 행사 개최를 만류하는 남편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본 재단의 설날잔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 잔치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미국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슈퍼볼' 행사가 우리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돼 부득이 일주일을 연기해 음력 설날이 한참 지난 후에 개최했다. 행사에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부총영사님과 롸이더스 그룹 회장님을 비롯 5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롸이더스 그룹 회원들에게 세배한 후 기념촬영하는 홍용재 씨 가족
▲ 롸이더스 그룹 회원들에게 세배한 후 기념촬영하는 홍용재 씨 가족 롸이더스 그룹 회원들에게 세배한 후 기념촬영하는 홍용재 씨 가족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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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총 3부로 구성돼 진행됐는데, 전통무용가의 삼고무로 행사의 막을 연 후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의 <당신을 향한 노래> 중창과 밀피타스 고등학교 한인학생회의 케이팝 공연이 사전 공연으로 선보였다. 1부에서는 국민의례가 있었고 부총영사님과 롸이더스 그룹 회장님의 축사가 있었고 다같이 '설날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필자는 기념식에서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본 행사를 통해서 즐거워하고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외국인들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 행사들을 개최하겠다"라는 인삿말을 전하면서 "이 행사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여러 후원자분들과 자원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롸이더스 그룹 회장님은 축사를 통해서 "외국인들로만 구성된 중창단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정말 감격스럽다"라면서 "한국어교육재단의 발전을 통해서 주류 사회에 한국문화가 더욱 잘 전파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재단 측은 본 행사를 후원해 준 단체들에게 손수 제작한 감사장을 전달했고,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의 ' 아리랑'과 전통무용가의 '화관무'가 축하 순서로 이어졌다.

2부는 친교실에서 떡국과 불고기 잡채 등 한국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고 이어진 3부에서는 한국 설문화 체험 행사로서 각 부스로 운영됐는데, 참가자들은 한복을 입고 세배를 배워서 참석한 롸이더스 그룹 회원들에게 세배를 하고 재단 측에서 마련한 복주머니를 받았으며 사모와 족두리를 쓰고 병풍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윷놀이를 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돼 타인종 참가자들과 한인 봉사자들이 어울려 신명나는 윷놀이를 즐겼다. 또한 노리개와 제기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부스도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김치 만들기 행사 때부터 한국에서 입양한 딸과 함께 참여한 백인 학생 홍용재 씨 가족은 "이러한 한국 문화 행사를 통해서 딸과 우리 가족이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말했는데 한인 2세인 부인은 약식을 직접 만들어와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한글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한국 설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설날 행사를 기다렸다고 했다.

홍용재씨는 언어 학습이 좀 더딘 학생이지만 입양한 딸에게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본인의 딸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배워갈 수 있도록 종일 한국말만 하는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홍용재 씨는 누구보다도 한국 문화 행사를 즐기는 사람이다.

이러한 홍용재씨와 같은 외국인들이 있어서 '이제 그만할까?'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하게 생각되는 것일 게다. 아마도 내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또 제2의 '홍용재씨'들을 위해서 설날 잔치를 개최할 것이다.


태그:#한국문화,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 노래, #설날, #한국어교육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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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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