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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에서는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2년 가까이 정치적 목적의 집회나 시위가 열리지 않았다. 군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정치적인 행사를 금지한 탓이다.

그러나 이런 군부의 탄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해마다 축구 교류전을 여는 태국 최고 명문 대학 탐마삿 대학과 추랄롱콘 대학 학생들이다.

두 대학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71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에서도 어김없이 군부의 행태를 풍자한 퍼레이드로 눈길을 끌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방콕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대학의 교류전 행사에 학생들은 군부 주도의 개헌 시도와 인권 탄압 등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대형 인형과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머리 위에 헌법전서를 인 미차이 루추판 헌법초안위원회(CDC) 위원장과 소총에 매달린 피묻은 인형, '우리는 태국 군부를 사랑한다'는 문구의 어깨띠를 한 노란 닭 인형,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손에 든 다스 베이더, 용 앞에 머리를 조아린 인형, 코코컷 껍질을 꿰뚫은 화살 등이 올해 행사에 등장한 풍자 인형들이다.

미차이 위원장은 최근 공개된 2차 헌법개정안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가 주도해 만든 헌법 초안은 정부 기능을 과도하게 축소하고, 야당에 불리한 독소 조항이 많은 것은 물론, 군부의 집권기간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총 모형에 매달린 피묻은 인형은 군부 통치하에서 탄압을 받는 태국 국민의 기본권을 의미한다.

노란 닭 인형은 160만 명이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인기 예언가 '에집 리압두안'의 상징물이다. 그가 동정의 메시지를 보낸 대상은 항상 끝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용 앞에 머리를 조아린 인형은 비용분담 문제로 삐걱거리는 중국과 태국의 고속철도 사업을, 코코넛 껍질과 화살은 군부의 외신 보도 차단 및 소셜미디어 검열 추진을 각각 비꼰 상징물이다.

현장에 배치된 사복 경찰은 퍼레이드 도중에도 최고 군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적힌 현수막을 강제로 빼앗는가 하면, 군 비리 항의집회 참석 혐의로 수배됐던 학생운동가를 현장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군인들이 왜 존재하나? 정치 풍자를 막기 위해" 등 군부의 정치집회 금지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다시 꺼내들고 행진을 계속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세 손가락을 펴 함께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퍼레이드를 마무리했다. 이 동작은 영화 <헝거 게임>에서 독재자에 대한 저항과 혁명을 다짐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태국, #쿠데타, #방콕, #인권, #다스 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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