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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죽음한 강준치를 사수하다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곳이 어디죠?"

한참 폐사한 물고기와 씨름을 하며 강변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소형 카메라를 든 건장한 사내가 물어왔다. 그는 환경부 직원이었다. 폐사한 물고기를 거둬들이고, 수질 상태를 확인하려고 현장에 막 도착한 것이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긴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첫날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조사를 시작한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직원들이 먼저 나왔더라면 지난 9일 폐사한 물고기는 물론, 이날(11일) 추가로 발견된 물고기들이 모두 발견하기 전에 수거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떼죽음한 강준치를 수거하고 있는 필자. 조사를 통해 어류 폐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떼죽음한 강준치를 수거하고 있는 필자. 조사를 통해 어류 폐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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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보도(관련기사: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배를 갈라보니)가 나간 후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 '한겨울에도 물고기가 죽어난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강이 죽어가는 데 공감하고 강을 되살리는 노력에 힘을 보태야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녹조 현상으로 창궐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폐사일 가능성이 클 것 같으니 죽은 물고기를 꼭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환경부 직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물고기 사체를 얻으려고 달려간 것이다.

그 결과 연구실로 보내기에 충분한 정도의 강준치 사체는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이 물고기 사체를 분석해 폐사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강준치 45마리 사체 추가 확인, 점점 더 죽어간다

떼죽음한 강준치가 강변에 널려 있다. 지난 11일 추가로 발견한 개체수는 45마리였다. 뒤로 칠곡보가 보인다.
 떼죽음한 강준치가 강변에 널려 있다. 지난 11일 추가로 발견한 개체수는 45마리였다. 뒤로 칠곡보가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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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치 떼죽음이 첫 발견된 지난 9일 이후 이틀이 지난 11일. 이날 나간 칠곡보 우안에서 죽은 강준치 45마리를 더 확인했다. 지난 9일 미처 돌아보지 못한 구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더니, 300m 구간에서 45마리의 폐사한 강준치를 발견한 것이다.

지난 9일에 발견한 것까지 모두 합하면 전체 92마리의 강준치가 집단폐사한 셈이다(물론 강물 속에는 더 많은 사체가 널려 있을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외에도 강물 속을 돌아다니는 강준치 중에서 곧 죽을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집단폐사는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떼죽음한 강준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 뱃속에 가득 들어있다. 강준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은  'Ligula sp.'라고 하는 조충(cestode, tapeworm; 일명 촌충)이라 한다.
 떼죽음한 강준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 뱃속에 가득 들어있다. 강준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은 'Ligula sp.'라고 하는 조충(cestode, tapeworm; 일명 촌충)이라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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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어류 사체의 뱃속이 놀랍게도 기생충으로 가득 차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강준치 집단폐사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 인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 기생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향후 조사 결과가 나오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져간 지퍼백에 폐사한 강준치를 옮겨 담았다. 모두 11마리로, 방금 죽은 것으로 보이는 어류부터 죽은 지 한참 지난 녀석까지 다양한 놈들로 담았다. 이렇게 포장해서 연구실로 보내 폐사 원인을 밝혀보려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밝혀야만 한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이 나와서 떼죽음한 강준치를 수거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이 나와서 떼죽음한 강준치를 수거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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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조사를 나온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도 원인 규명이 쉽지는 않을 거라 했다. 그들은 이날 "폐사한 강준치 50마리를 수거해 시료를 수산과학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맡겼다. 그 결과가 나오려면 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폐사한 강준치에서 기생충이 나와서 질병에 의한 폐사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판단해본다"고 했다.

MB께 선물하고 싶은, 떼죽음 강준치 선물세트

연구실로 보낼 폐사한 강준치를 포장해서 모아놓고 보니, 꼭 '어류 선물세트' 같기도 하면서 갑자기 MB 생각이 난다. 이 불행한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란 생각이 드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사분석을 맡기기 위해서 강준치를 채집했다. 강준치 사체를 보니 4대강 사업을 추진한 MB 생각이 났다. 그에게 선물로 보내고 싶다.
 조사분석을 맡기기 위해서 강준치를 채집했다. 강준치 사체를 보니 4대강 사업을 추진한 MB 생각이 났다. 그에게 선물로 보내고 싶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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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MB에게 바치는 '떼죽음 강준치 선물세트'. 이 선물세트를 보고도 MB는 '4대강 사업은 꼭 해야 할 사업이고 잘한 사업'이라고 주장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MB의 희망과는 달리 낙동강은 점점 죽어간다. 가장 처음 기생충을 발견한 낙동강 어민의 증언은 이를 잘 설명한다.

"낙동강이 보로 막혀 지금 정상이 아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그것은 조업 현실이 말해준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 씨가 말랐다."

낙동강은 현재 썩어가면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낙동강이 보로 막혀 흐르지 못한지가 벌써 5년째다.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 강이 썩으면서 여러 병균마저 창궐하며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것이 현실이다.

떼죽음한 강준치를 상위 포식자가 잡아먹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떼죽음한 강준치를 상위 포식자가 잡아먹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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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인가?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의 말대로 "그것은 강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보를 시원히 열어 강을 흐르게 해주는 것이다.

수문을 활짝 열어 강이 다시 흐르고, 강 수위가 떨어지면 수질을 정화해주는 모래톱과 습지가 생겨날 것이다. 강이 자정 작용으로 스스로 회복해 나갈 것이다.

녹조를 없앤다고 쓸데없는 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녹조가 피어나지 않는 근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하루속히 강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더 심각한 재난 사태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지 않은가.

오늘은 강준치가 죽지만, 내일은 우리 인간이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이 생명 그물로 얽힌 세상의 질서다. 그러니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7년간 4대강사업의 실상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실패한 4대강사업 반드시 심판해야 하고 그를 통해 4대강을 되살려 내야 할 것입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힘을 모아주십시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 #물고기 떼죽음, #강준치,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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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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