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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우리 애가 가장 예쁜 때는 잠잘 때"라고 말한다죠? 잠잘 때만큼은 온전히 엄마만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자유시간이 생겨도 아이가 엄마의 몸에 달라붙어 있어서 낮에 하지 못하고 미뤄둔 집안일을 하는 게 고작이죠. 하지만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초콜릿보다 달콤하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 했습니다.

아이가 잠듦으로써 주어지는 '엄마의 자유시간'은 아이의 수면시간에 달려 있는데요. 문제는 이 자유시간에 엄마도 잠을 자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시간의 양은 상이한데 보통 의학에서 권장하는 최적의 수면시간은 7~8시간 이내라고 합니다.

저는 딱 평균 수면시간이 요구되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를 낳은 모든 엄마들이 비슷하겠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서로 다른 수면 패턴을 가진 다둥이 엄마의 경우 극심한 수면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죠. 바로 저희 집처럼 말입니다.

저희 집 쌍둥이 남매는 태어나면서부터 잠 주머니가 밴댕이 콧구멍만 한 아이들이라고 흉을 보곤 했습니다. 낮잠과 밤잠 시간을 모두 합쳐봐도 수면시간이 짧았기 때문인데요.

1년 동안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었다...

1개월, 찰나의 순간
 1개월, 찰나의 순간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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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수면 시간은 대략 이렇습니다. 땡글이(아들)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 방글이(딸)은 밤 11시부터 아침 7시입니다. 이 시간표는 활동량이 많은 유치원에 들어간 이후 생긴 규칙이지요. 낮잠을 자던 어린이집 시절에는 앞뒤로 한 시간씩 빼야 했습니다. 게다가 오전·오후로 30분에서 한 시간씩 낮잠을 자던 신생아 시절에는 밤에 연속으로 자는 시간이 7시간을 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수면 시간표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만 엄마의 수면시간은 모든 아이가 잠에 빠진 시각부터 한 아이가 깨어난 시각까지로 한정된다는 겁니다. 즉 저희 집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쌍둥이 남매가 모두 잠드는 12시부터 둘 중 하나가 슬슬 깨어나는 새벽 5시까지가 온전한 엄마의 수면시간이 되는 거죠. 그나마도 아이가 잠들고 나서 바로 잠을 자기 시작해야만 확보되는 다섯 시간이었습니다.

겨우 만들어진 '엄마의 자유시간'에 간단한 집안일을 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이라도 가질라고 하면, 그만큼의 수면 시간을 줄여야 했습니다. 가사나 개인적인 시간은커녕 모유 수유를 위해 서너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해야 했던 신생아 시절,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도 새벽에 유축하기 위해 일어나느라 거의 1년 동안 연속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답니다.

10개월, 분명히 베개에 머리를 똑바로 놨는데...
 10개월, 분명히 베개에 머리를 똑바로 놨는데...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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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가 끝난 뒤 새벽에 일부러 깨지 않아도 되는 시기조차 잠자리에 누우면 본인들이 잠들 때까지 옆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꼼짝없이 두 아이를 양쪽에 끼고 잠들길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서 밤마다 늦게 자는 방글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참아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화내는 일이 더 많았어요.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자기 전에 꼼지락거리는 거야(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는 소리)... 아얏, 너 꼼지락거리면서 나를 발로 차지 좀 마'

반대로 아침에는 일찍 깨는 땡글이가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누구야~, 누가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절대적인 수면시간 부족에 이어 쌍둥이 남매는 팔이나 다리로 엄마를 팡팡 치는 고약한 잠버릇도 있습니다. 잠결에 엄마를 찾아 껴안는 일 역시 비일비재하죠. 자다가 아이의 발에 눈두덩을 맞아 팔자에도 없는 별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1년에 몇 번씩 감기를 앓았는데 고열에 토하는 것도 빈번한 땡글이의 경우 자다가 기침만 시작하면 토를 받아내기 위해 바가지를 들고 뛰어야 했습니다. 밤중에 자려다 말고 손빨래를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쌍둥이다 보니 아플 때마다 돌림병처럼 한 녀석이 나을만 하면 다른 녀석이 아프기 시작해서 한 번 감기에 걸리면 한 달은 기본으로 날밤을 새우기 마련이었습니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 잠을 자긴 자지만 제대로 자지 못해 질적으로 푹 잤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 잠을 잔 시간이 길어도 토막잠을 자거나 깊이 잠들지 못한 경우 등 엄마들에게는 수면이 부족하다고 여길 만한 수만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 잘 때 같이 자라고? 그러다간...

58개월, 여동생 네 옥탑방에서
 58개월, 여동생 네 옥탑방에서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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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부족은 코티솔의 증가로 인해 각종 심장병, 혈당 증가, 비만 유발 등 각종 질병을 야기할 수 있으며, 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2015년 7월 '신경과학저널'은 수면 부족은 감정을 느끼고 대처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평소 3~4시간밖에 안 자고 연구에 몰두했다는 에디슨은 평소 화를 잘 내고 가족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죠.

저 역시 회사에서 낮잠을 잘 수 없는 환경이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쪽잠을 청해보지만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일할 때 집중력이 떨어짐은 물론, 늘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쉽게 짜증을 냅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14시간 만에 만난 엄마를 반가워하는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낸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혹자는 아이가 어리다면 엄마는 아이가 잘 때마다 같이 자면서 정서적 안정을 제공함과 동시에 체력을 비축하라고 합니다. 밤잠을 잘 때도 같이, 낮잠을 잘 때도 같이 자라고 말하는데요. 확실히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자면 30분에서 1시간쯤은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아이들마다 상이한 잠 주머니를 가져서 그런지 우리 집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게다가 아이들이 자는 대로 똑같이 잠을 잤다가는 제 손길을 기다리는 집안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이게 되죠.

무엇보다도 엄마, 주부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나만을 위한 시간이 일상에서 조금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절대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개인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의사소통도 안 되는데 잠시도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요즘 산후우울증, 아동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일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환경에 엄마가 오랜 기간 노출됐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죠.

아이들이 크니 수면시간이 늘어난 것 외에도 조금 더 쉽게 재울 수 있게 되고, 스스로 놀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엄마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긴 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수면 부족에 시달려 이미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미래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힘들죠. 저 역시 산후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조기 복직 카드를 꺼내 들고 회사로 도망쳤으니까요.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예쁜 겁니다

67개월, 잠자리 독립
 67개월, 잠자리 독립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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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의 경우에도 어릴 때는 잠잘 때마다 옆에 누워 손을 잡아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해줘야만 잠을 잤습니다. 또 낮에는 일일이 끌어안고 놀아줘야 했고,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죠.

아이들이 좀 크니까 때로는 먼저 자라고 해놓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잠들어있는 경우도 생기고,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혼자 혹은 남매가 같이 노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그러면 저는 옆에서 책을 읽거나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언젠가는 엄마가 없이 노는 걸 더 좋아할 나이가 올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매일같이 언제 크냐며 한숨을 쉬었고, 친정엄마 말씀처럼 한숨 자고 나면 뻥튀기를 하듯 아이들이 커져 있다면 좋겠다고 상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크고 잠도 잘 자고, 친구를 만나면 엄마 손을 놓고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나중에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아쉬워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난밤에도 주말 만큼은 꼭 엄마 아빠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며 불금에 온 가족을 10시에 잠자리에 들게 하는 아이.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니 주말 만큼은 새벽에 일어나 '엄마의 자유시간'을 사용하는데 주말 아침 7시도 안 돼서 방문을 빼꼼히 열고 나와 엄마의 품에 파고드는 아이.

(잠시라고 하기엔 좀 길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면시간 이외에도 아이들은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이렇게 아이가 엄마 품에 파고드는 때가 가장 예쁠 때라는 사실도요.

이 모든 사실을 잘 알면서도 때로는 그 시간을 버텨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수면부족, #까칠한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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